그리스도 안에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세계의 이목을 끌만한 사건 가운데 하나가 세계성체대회이지요.
한국ㆍ서울 여러분이 제44차 세계성체대회를 주관하고 있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은 하느님의 아들이신 그리스도께서 우리네 세상에 사람으로 성육신하여 살기를 받아들이셨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 가운데로 놀라운 메시지를 가르치며 지나가시기를, 또 우리의 구원을 위하여 고통과 죽음을 받아들이셨다고 믿고 있습니다.
성체성사를 제정하시면서 그분은 자신의 갈바리아 희생을 영구히 지속시키며 온통 자신을 낮추는 삶의 표양을 보여주실 그런 양식을 찾아내셨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은 빵의 모양 속에 현존하시는 그리스도를 기리기 좋아하는데, 세계성체대회는 성체 안에 계신 그리스도를 가장 크게 기리는 행사이지요.
성체성사로 드러난 그리스도의 사랑에 인류의 주의를 환기시킴으로써 그리스도인들은 이 대회를 그리스도의 크신 표양과 교훈들을 상기시키는 기회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우리가 특별히 주목해 주기를 호소하고 있는 것은 세계에 평화가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참평화에 이르는 길이란 어떤 것입니까?
「시뷔스 빠쳄,빠라 벨름」-평화를 바라거든 전쟁을 준비하라-그것입니까?
과거에 그랬고 또 오늘날에는 더욱더 그렇습니다만은, 평화란 오로지 전쟁을 준비함으로써만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정부와 국민들이 있습니다. 한 세기도 안 되는 사이에 인류는 이미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겪었습니다. 도무지 있을 수가 없는 일로, 2차 대전 끝장에는 이른바 원자탄이라는 폭탄이 한 개가 히로시마를 완전히 파괴해 버렸고, 며칠 후 원자탄 또 하나가 나가사키시도 부숴 버렸습니다. 바야흐로 오늘날은 생화학무기와 핵무기 제조수준이 실로 황당무계한 지경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이런 폭탄을 만드는데 한 해 동안 쓰이는 미친 돈으로 말하면, 온세상의 빈곤과 역경과 기아문제를 해결하고도 남을 돈입니다. 양대 군사초강국인 미국과 소련이 보유하고 있는 무기로 말하면, 지구상의 생명을 몰살시키는데 필요한 무기의 스무 배도 넘습니다. 사람의 생명만이 아니라, 생명일체를 말합니다.
이것은 한마디로 신성모독입니다!
「시 뷔스 빠쳄」-평화를 원하거든, 발전에 진력하라-그것입니까?
발전을 위하여 노력하는 것이 이 문제에 대한 또 하나의 대답일 수 있지요. 그러나 그것은 전인의, 곧 온전한 사람이라야 합니다. 인류의 20%가 세계생산의 80%를 빨아먹고 있고, 인류의 80%가 같은 생산물의 20%만 가지고 살 수밖에 없는 처지입니다. 뵐리 브란트가 유엔대학 학장이었을 적에 세계 남북반구의 한 비교연구를 실시한바 있습니다. 그 결론인즉, 북반구로서는 남반구의 진정한 발전을 수용하고 장려하지 않는 한 북반구의 유리한 상태를 유지하기가 불가능하리라는 것이었습니다.
인간의 야망이 어찌 이리도 큽니까! 무엇보다 고약한 것은 이와 똑같은 야망이 세계적인 차원에서 여러 나라에 현존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브라질은 퍽이나 넓은 땅을 가지고 있는데, 우리 브라질의 땅으로 말하면 독일 연방공화국을 32번이나 담고도 남을 만큼 큼직한데, 이 모든 땅이 주민의 불과 10%밖에 안 되는 사람들 손안에 있는 것입니다. 다행히도 브라질은 증오 없고 폭력 없는 토지개혁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발전과 정의란 사이좋은 친구간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시 뷔스 빠쳄」-평화를 바란다면, 그리스도의 평화를 살 줄 알라-이것입니다.
한국인 여러분, 서울시민 여러분! 이 세계성체대회의 모든 참가자 여러분!
우리는 성체 안에 참으로 현존하시는 그리스도를 경배할 특혜를 누리고 있습니다. 그분은 우리에게 온인류가 같은 창조주 하느님 아버지를 모시고 있다고 가르치십니다. 인종과 언어와 나라가 인종과 언어와 나라가 다르면서도 우리는 하나인 세계의 한 가족 입니다. 그리스도여, 모든 피부색 모든 언어, 모든 문화의 모든 인간들이 벗들이 되어 살도록 도와주소서. 지구의 표면에서 미움을 말끔히 몰아내도록 도와주소서.
마음은 안 된다, 평화는 좋다! 전쟁은 안 된다, 평화는 좋다!
제1세계, 제2세계, 제3세계-그런 것은 싫다!
똑같은 아버지, 똑같은 구세주 그리스도를 모시고 하나인 세계에 한 가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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