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과 종파의 벽을 넘어 각 종교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한반도의 평화와 세계평화를 기원하면서 서로 평화의 인사를 나누는 모습은 평화운동이 바로 이 순간, 이 자리에서부터 시작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평화의 날 제2부 행사인 「평화대기원」은 10월 4일 오후 올림픽공원 역도경기장에서 10개 종단 종교인 및 외국인 등 4천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됐다.
이 행사는 86년 10월 교황 요한바오로 2세가 세계 30여개 종교 지도자들을 초청,「아씨시」에서 개최한 평화기원대회의 선례를 이은 것이다.
이날 본 행사는 오후3시30분 종교지도자 입장으로 시작된 뒤 김수환 추기경이 종교지도자를 일일이 소개했다. 이 자리에 나온 10개 종단 종교지도자는 한국기독교 교회협회 부회장 김소영 목사, 대종교 나을룡 전리, 한국민족종교협의회 한양원 회장, 대한불교종단연합회 사무총장 서갑생 스님, 대한성공회 서울교구장 김성수 주교, 성균관 강주진 이사장, 원불교 이철행 교정원장, 한국 이슬람교 윤창영 이맘, 한국정교회 뉴질랜드 및 한국교구장 디오니시오스 프시아카스 대주교, 그리고 교황청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겸 제44차 세계성체대회 교황특사 에체가라이 추기경 등이다.
평화의 날 담당인 광주대교구장 윤공희 대주교는 환영사에서 『모든 종교인들이 평화와 정의, 그리고 공동선을 강조하면서도 그동안 대림과 갈등, 아집과 배타를 심화시켜왔다』며 이를 반성하고 기도와 행동으로 한반도 평화는 물론 온 인류의 평화를 이루는데 새로운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국악원 단원인 문정근씨의 평화를 기원하는 기원무에 이어 각 종단별 평화기원문이 발표됐다.
불화ㆍ갈등ㆍ대립의 상황 속에서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 평화를 위해 기원한 각 종교인들은 서로 믿음은 다르지만 평화와 통일은 특히 종교인에게 부여된 책임이 크다는데 인식을 함께하고 평화가 앞당겨 지도록 헌신하는 평화의사도가 될 것을 다짐했다.
가톨릭 지도자로 나온 로제 에체가라이 추기경은 『사람은 누구나 평화의 일군이고 같은 인류가족으로서 평화를 이룩하는 일은 인간의 본분이다』고 전제, 『그리스도의 평화는 평화의 가장 깊은 뿌리를 드러내어 모든 불의와 죄의 원천을 거슬러 싸우도록 일깨워준다』고 말했다.
또 에체가라이 추기경은 『그리스도께서 유산으로 맡기신 평화는 이 세상의 그것과는 다르다』며 『아씨시의 프란치스꼬 성인의 모범처럼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의 상처를 입지 않고는 평화를 이루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평화의 인사시간에 참가한 종교인들은 서로 악수를 하거나 포용을 하면서 종교간 벽을 허물고 화합과 친교를 나누는 정겨운 모습을 보여주었으며 모두에 손을 잡고 「우리의 소원」을 힘차게 합창했다.
폐회사에서 김옥균 주교는 『다양성 속의 일치, 그것은 바로 평화를 이루는 첫걸음』이라면서 『오늘 우리가 나눈 평화의 인사를 간직한 채 온 인류가 이념ㆍ인종ㆍ언어ㆍ종교ㆍ국경을 초월, 한 형제 한식구가 되도록 우리 자신을 투신해 나가자』고 말했다.
특집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