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성체대회의 열기가 한창 무르익어 가고 있는 가운데 「회심의 날」로 설정된 10월 6일에는 「세계 평화와 교회」를 주제로 한 국제강연회가 오전 9시부터 역도 경기장에서 개최됐다。
세상의 참 평화와 사랑의 일치를 심도 있게 모색한 이날 강연회는 김옥균 주교의 개회사에 이어 헬더 까마라 대주교(前브라질 올린다·레치페교구장)의 「교회와 평화」 안톤 슐렘바하 주교(서독 시파이어 교구장) 의 「분단국가에서의 교회」 등 2개의 강연과 이에 따른 김춘호 신부(서강대) 김일수 교수(고려대)의 질의응답, 윤공희 대주교의 감사의 말씀 등 일정으로 오후 1시까지 속개됐다。
세계 각국의 성직·수도자、평신도 등 4백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장익 신부 통역、노길명 교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강연회에서 개회사에 나선 김옥균 주교는 『분단의 고통을 안고 있는 이 한반도 땅에서 세계평화를 향한 교회의 실천적 사명을 되새겨 보는 것은 매우 뜻 깊은 일』이라면서 『참 평화를 위한 하느님의 섭리의 손길을 우리는 꾸준히 찾아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첫째 강연에 나선 까마라 대주교는 세상에서 빈곤을 몰아내는 것이 참평화를 이룩하는 첩경이라고 주장、『빈곤은 창조주께 대한 모독이며 인간을 짐승의 처지로 전락케 한다』면서 『우리 모두 세상에서 빈곤을 몰아내는데 몸과 마음을 다하여 투신할 것을 결의하자』고 촉구했다。
까마라 대주교는 『크고 멋드러진 도시들이 호화판을 벌이고 있는가 하면 그 옆에 참혹한 빈민지역이 자리해 있고、군비경쟁으로 지구에서 빈곤과 기아를 모두 쓸어내고도 남을 만큼 엄청난 거액이 해마다 소비되고 있다』고 개탄했다。
까마라 대주교는 『우리 모두가 진정한 의미의 십자가의 삶, 미사성제의 삶을 살아갈 때 모든 나라와 대륙사이에 이해와 우정과 형제애가 꽃피어질 것』이라면서『10년 남짓 남은 그리스도 탄생 3천 년대를 앞두고 참된 인간성을 회복하기 위해 금세기에 빈곤이라는 단어가 없어지도록 다 함께 정성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까마라 대주교는 『우리 모두는 세계성체대회를 경험하는 특전을 누리는 대가로 빈곤이 지상에서 사라질 수 있도록 우리의 있는 그대로의 존재와 우리의 가진 그대로의 소유를 서로 나누자』고 호소했다。
또 둘째 강연에 나선 안톤 슐렘바하 주교는 분단된 독일에 있어서 교회가 평화에 이바지 하고 있는 역할들을 자세히 소개、정치 이데올로기의 장벽을 사랑과 화해·평화로 무너뜨릴 수 있는 교회의 사명에 대해 폭넓게 설명했다。
슐렘바하 주교는 「이념·체제적으로 분단된 독일」에서 교회는 하나의 공동체로 건재하고 있다면서 『독일의 가톨릭교회는 동독의 이데올로기적 환경 속에서 이 종교를 될 수 있는대로 훌륭히 선포하고 실천하고 애쓰고 있으므로 평화에 대한 특별한 봉사를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슐렘바하 주교는 『독일의 천주교인들은 장벽과 철조망을 넘어 동서독간의 연결관계를 유지하고、기존의 간격을 심화시키지 않기 위해 지성껏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슐렘바하 주교는 『동독의 천주교인들은 통신과 협조의 제한된 기회들이나마 십분 이용、온갖 수단을 다하여 자기들이 잊혀지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해 보이고 있고、서독교회에서도 성전건립금 자선사업 기금 등 각종 거액의 기부금을 이송하고 있으며 서신왕래와 금품전달이 이뤄지는 본당들과 교구들 사이의 결연관계가 활발하다』고 설명했다。
슐렘바하 주교는 이러한 신앙적인 차원에서 독일교회는 대화와 협상、상호이해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유럽의 질서 창출을 통해 이데올로기를 극복하고 하나의 통일된 정치공동체를 이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강연회를 마치면서 윤공희 대주교는 감사의 말씀을 통해 『빈곤과 비참은 절대로 하느님의 뜻이 아님을 강조한 까마라 대주교님의 강연은 참된 평화의 실현을 위해 무척 의미 깊은 것으로 생각된다』고 지적했다。또 윤 대주교는 한반도의 통일문제에 대해 언급、『우리의 사정이 비록 독일의 그것과는 많이 다르지만、우리는 이 성체대회를 통해 남북교류와 지역·계층·세대 간의 갈등해소를 위해 어떠한 구체적인 실천사항들을 면밀히 찾아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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