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각하,
귀빈 여러분,
사랑하는 한국민 여러분!
오랜만에 다시 만나게 되어 참으로 반갑습니다.
1, 이곳 한국에 왔다간 지 5년이 지났습니다. 이 몇 해 동안 늘 지난번 방문의 행복하고 고무적인 기억들이 그리웠습니다. 그리고 이제 오늘 이 금수강산 한반도에 또 왔습니다! 여러분 모두에게 충심으로 인사드리며 하느님께서 한국과 한국민을 정신적 강녕과 형제적 화목으로 모두 축복해 주십사고 기도드립니다. 대통령 각하, 친절하신 환영말씀에 감사합니다. 그 말씀 속에서 이 오랜 전통을 가진 나라의 삶과 소망과 깊은 정신적 동경들을 다시 나누고자 본인을 반기는 한국민들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특별히, 교우인 천주교 형제 자매 여러분에게 인사하고 싶습니다. 지난번에 우리가 만났던 기쁨은 한국순교자 시성식 미사에서 절정에 달했거니와 지금도 저의 머리와 마음속에 생생히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 세계 여러 곳의 천주교인 순례자들과 함께 이곳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큰 성체대회에 참여하러 한국에 또 왔습니다. 그들과 함께 우리의 평화이신 그리스도를 경배하러 온 것이며 (에페2,14참조)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께서 사람들의 마음마다 가정마다 겨레마다 당신 평화로, 온갖 이해를 초월하는 그런 평화로 축복해주시기를 기도하러 온 것입니다(필립4,7참조).
아울러 같은 그리스도인들과 다른 종교 전통을 따르는 분들에게도 인사와 우정을 표시하고자 합니다.
2,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합니다. 사랑하는 벗들 여러분, 이 잘 알려진 한국 속담은 심오한 진리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세계는 급속한 아니 어지러우리만큼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이 곳 한국에서는 제가 여러분을 찾아 왔다 간지 다섯 해가 지난 그 사이에만 해도 많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세계 어디서나 그렇듯이 한국이 겪은 온갖 변화도 더러는 불안을 안겨주는가 하면 더러는 새로운 희망과 확신으로 사람의 마음을 채워주고 있습니다. 온 세계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여러분은 모든 이에게 사회적인 조화와 경제적인 기회가 주어지는 그런 사회를 건설하려고 애쓰는 이들 모두가 치르는 고투를 함께 해왔습니다. 가장 중요한 점으로, 한국인으로서 여러분은 조상전래의 위대한 유산에 걸맞을 뿐더러 장래의 자손대대에도 합당한 그런 사회를 끊임없이 건설해 나가야 했습니다.
지난 5년이 흐르면서 세계의 눈이 더욱더 한국에 쏠렸습니다. 잊지 못할 서울 올림픽이 거행되어 온 세계 사람들이 우정과 화목으로 맺어지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여러분 나라의 산업진보와 경제발전이 해외에 널리 명성을 떨쳤습니다. 기를 꺾으려는 여러 도전도 무릅쓰고 이러한 발전은 다른 개발도상국들에게 한 모범사례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성취는 한국이 세계 공동체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더 나아가 이 겨레가 비단 물질적 번영과 진보의 모범사례에서만 그치지 말고 또한 더욱 중요한 점으로, 성숙하고 인간다운 어느 사회의 바탕에나 깔려있을 튼튼한 정신력의 모범사례 구실도 계속해 나가기를 바라게 됩니다. 무릇 정신에서 솟아나는 힘만이 묵은 상처를 치유하고 깊은 분열을 극복하며 모든 한국 시민으로 하여금 참 평화를 성취하고자 힘쓰는 나라의 정치생활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임무를 다 해낼 수 있을 것입니다.
3, 사랑하는 한국민 여러분, 선조들로부터 정신 가치를 그처럼 많이 이어 받은 여러분-여러분이야 말로 물질적 번영이 진정한 정신적 감각과 성숙에 병행할 수 있고 또 과연 그래야 한다는 것을 입증하기에 특혜를 입은 위치에 있지 않습니까? 여러분 자신의 겨레를 계속 갈라놓고 있는 온갖 비극적인 분열 앞에서, 여러분이야 말로 불신과 쟁투와 증오로 찢긴 이 세계를 향하여 인류는 분단과 전쟁을 끝내고 항구한 평화를 이루어 낼 저력을 과연 가지고 있음을 입증할 절실한 사명을 띠고 있지 않습니까? 그 저력은 여러분의 것입니다. 곧 상호 신뢰와 화해, 사심 없는 너그러움과 형제적인 사랑이라는 정신 가치들이 그 저력을 이룹니다. 그것은 한국인 여러분의 유산이며 한국인으로서의 여러분의 소면인 것입니다. 여러분의 소명인 것입니다. 여러분의 자손과 세계만인에게 물려줄 수 있고 물려주어야 할 보화인 것입니다.
4,참 평화, 우리 모두가 갈원하는 그 평화는 하느님이 주시는 은혜 입니다.
제가 한국에 다시 온 것은 하느님의 평화의 사신으로서입니다. 하느님의 평화가 한국인 하나하나의 마음속에 자라나 여러분 겨레의 장래와 세계의 미래를 위하여 가멸진 열매를 낳기를 빕니다. 하느님께서 여러분 모두를 축복하시고 여러분을 당신 평화의 참 도구로 삼으시기를!
여러분! 우리 모두 힘 모아 참 평화를 이룩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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