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다시 만나게 되어 참으로 반갑습니다』한국 도착 제일성은 우리나라 말로 시작, 5년이 지난 지금도 역시 한국어를 잊지 않고 있음을, 한국민에 대한 반가움과 친근감을 더욱 강하게 느끼게 해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제44차 서울 세계성체대회를 주재하기 위해 교황은 10월 7일 오후 1시 서울공황에 도착, 9일 오전 9시 떠날 때까지 2박3일간 짧은 일정을 머물면서 5년 전 2백주년 때 평화의 사도로서 이 땅을 처음 방문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한국민의 뜨거운 환영을 받았다. 방한 중 교황은 「엠마우스 성시간」「젊은이 성찬제」「여의도 장엄미사」를 주례하고 청와대를 방문」 노태우 대통령과 회담도 가졌다. 바쁜 일정 중에도 피로한 기색 없이 늘 부드럽고 온화한 미소로 답한 교황은 모든 말씀의 서두와 끝부분에는 항상 이 땅의 언어도 말함으로써 한국민에 대한 애정을 나타내기도 했다. 2박3일간의 교황방한 일정을 스케치해본다.
<특별취재반>
10월 7일 오후 1시 조용한 서울공항 (경기도 성남시)에 요란한 폭음을 내며 교황 요한 바오로2세와 수행원을 태운 이탈리아항공 전세기가 안착했다.
비행기 앞부분에 교황기와 태극기가 펄럭이며 보잉747기가 도착하자 뒷문이 열리고 보도진이 내린 후 김수환 추기경이 기내영접을 위해 트랩을 올라갔다.
1시 7분, 인자한 모습에 환한 미소를 지으며 교황이 나타나자 교황기와 태극기를 흔들며 환영하던 한복차림의 계성여고 합창단은 군악대의 반주에 맞춰 폴란드 성가 「사랑의 어머니」를 노래했다.
환영인사들에게 답례하며 천천히 트랩을 내려와 84년에 이어 두 번째로 한국땅을 밝은 교황은 그러나 첫 방문이 아니라서 그때처럼 이 땅에 입을 맞추는 친구(親口)를 하지 않았다.
노태우 대통령의 영접을 받은 교황은 도착성명에서 『오랜만에 다시 만나게 되어 참으로 반갑습니다』『여러분, 우리 모두 힘 모아 참 평화를 이룩합시다』라고 서두부분과 끝부분을 우리말로 인사를 했다.
바람이 부는 약간 쌀쌀한 날씨 속에서 교황은 도착성명을 통해 『지난번 우리가 만났던 기쁨은 한국순교자 시성식 미사에서 절정에 달했었거니와 지금도 머리와 마음속에 생생히 남아있다』면서 『이제 세계 여러 곳의 천주교인순례자들과 함께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큰 성체대회에 참여하러 한국에 또 왔다』고 말했다.
도착성명 발표 뒤 교황은 오주현양(남산국교5년-헬레나)으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이어 노 대통령과 김 추기경의 안내를 받으며 3부요인과 4당 대표 그리고 교황특사 에체가라이 추기경과 한국주교단 등과 안수를 나누며 만남의 인사를 했다. 만남의 인사가 이어지는 동안 합창단은 「고향의 봄」「그리운 금강산」그리고 폴란드 민요인 「아가씨들아」를 노래하며 평화의 사도를 환영했다.
귀빈인사 후 교황은 계성여고 합창단 앞을 지나며 학생들과 악수-포옹하는 등 자상한 모습을 드러냈다.
오후 1시 50분, 교황은 「엠마우스 성시간」을 주재하기 위해 첫 방문서 논현동성당으로 향했다. 성체 안에 현존하시는 예수그리스도를 조배, 교황을 중심으로 믿는 모든 이들이 성체 안에 하나임을 확인하기 위한 「엠마우스 성시간」은 1시간 20여분동안 기도와 성체조배-성체강복 등 엄숙한 전례의식으로 진행했다.
장시간의 비행기 여행으로 다소 피로한 모습이었으나 예의 그 환하고 부드러운 미소를 잃지 않은 교황은 신자들의 환호에 힘찬 목소리로 「찬미예수」「감사합니다」로 답했다. 성가대의 조용한 반주 속에 입당한 교황은 먼저 성체 앞에 조배-성체대회 주관자로서, 또 최고사목자로서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이날 교황은 사제들에게 『그리스도의 헌신과 봉사를 따르는 사제직을 충실히 수행해줄 것』을 당부하고 특별히 『한국교회 모든 이들에게 한국의 사제성소와 수도자성소가 좀 더 외방선교를 지향하도록 노력하고 기도하라』고 요청했다.
교황은 강론 서두에서 『극진한 정성으로 환영해 주신 신부님들과 수녀님들, 본당 평협 위원들과 모든 신자들에게 특별히 인사』를 보내고 아울러 성체대회 특별 봉사자로 헌신하시는 남녀 모든 분들에게도 치하드린다』고 인사, 감사의 뜻을 두루 표하는 자상함을 보여주었다.
교황은 오후 5시30분경 체조경기장에서 봉헌되는 젊은이 성찬제에 참여, 제2부 미사를 주례했다.
교황이 입장한다는 사회자의 소리가 있자 장내를 떠나갈 듯한 환영의 박수소리가 터지며 모두가 기립했고 전광판은 『교황님 환영합니다』『VIVA IL PAPA!』라는 글자로 바뀌었다.
주교단 입장에 이어 맨 마지막에 입장한 교황은 제대에 오른 뒤에도 환영하는 젊은이들에게 오른손을 들어 답례하며 한 바퀴를 돌았다.
교황은 강론을 통해 『그리스도의 사명은 언제 어디서나 일치와 평화의 사업』이라며 『오늘 이 자리에 교황과 주교들과 사제들과 아울러 젊은이 여러분이 참여하고 있다는 바로 이 사실은 이 임무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있다』는 표지라고 강조했다.
미사 중 남녀 젊은이 12명에게 세례 및 견진성사를 베푼 교황은 또 영성체 시간에 1백 명에게 직접 성체를 영해주기도 했다.
미사 후 교황님과의 대화시간에 참가한 젊은이 두 명으로부터 선물과 꽃다발을 받은 뒤 교황은 『오늘 이 자리는 참으로 감동적인 자리였으며 특히 봉헌물은 매우 감격적이었다』고 기뻐하고 『이번 행사를 거행하면서도 가급적 한국어를 사용하려했지만 뜻대로 안 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교황 말씀 후 퇴장하려던 교황은 폴란드 노래 합창이 울려퍼지자 잠시 멈추어 들은 뒤 역시 환호를 받으며 퇴장했다. 교황이 퇴장하는 출구 쪽 신자들이 교황에게 손을 내밀며 몰려들어 경호원들과 실랑이하는 모습도 보였다.
교황 퇴장 후에도 장내는 박수소리가 계속 이어지는 등 그분의 따뜻한 채취와 함께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고 모두 손에 손을 잡고 아리랑을 합창하기도 했다.
숙소인 교황청 대사관에서 첫날밤을 보낸 교황은 8일 여의도 장엄미사에 앞서 청와대를 방문, 8시40분부터 노태우 대통령과 희담을 갖고 최근의 국제정세, 한반도를 둘러싼 상황에 관해 의견을 나누었다.
회담을 끝내면서 발표한 성명에서 교황은 두 번째 한국방문 중 보내준 환대와 배려에 깊은 사의를 표한 뒤 『이번 방문을 통해 민주화의 실현과 번영되고 안정된 시민생활, 세계의 다른 국민들과 넓고 알찬 협력을 향해 나가려는 열망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히고 『한국의 지도자들이 진정한 정의와 자유, 인권존중에 바탕을 둔 민족통일을 향해 평화롭고 정의로운 길을 모색해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청와대 회담 후 여의도 장엄미사장으로 향한 교황은 마포대교를 거쳐 65만 명의 신자가 운집한 여의도 광장으로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신자들은『교황님 만세』『비바 일빠빠』를 외치며 깃발을 흔들어 환호했다. 김수환 추기경과 함께 폽모빌을 타고 2-4-6 블럭을 거쳐 중앙통로를 지나며 열렬히 환호하는 신자들에게 손을 흔들어 응답한 교황은 중앙통로를 거쳐 반대쪽방향으로 순회하려 했으나 신자들이 많이 모인데다 좀 더 가까이서 교황을 만나보겠다는 욕심(?)으로 서로 밀려 통로가 막히는 바람에 제대를 향해 왼편 신자석을 돌지 못했다.
신자들의 박수와 환호 속에 교황은 약 5분여 동안이나 신자들을 향해 사랑과 기쁨이 충만한 표정과 몸짓으로 여러 번 강복을 내렸다.
교황은 입장에 앞서 제대 앞쪽에 위치한 장애자석에 들러 강복한 뒤 제대로 올라가 한국어로 미사를 주례했다.
교황은 강론 서두에서 역시 『찬미예수! 여러분의 서울에 또 왔습니다. 반갑습니다. 반갑습니다. 우리 모두 주님께 감사합시다』며 한국 방문의 기쁨을 표현했고 신자들은 다시 한 번 환호를 보냈다.
교황은 강론에서『서울에서 열린 성체대회의 이 큰 모임에서, 아시아 대륙의 이 땅에서, 우리는 구세주의 죽음을 통해 생명에 참여하고 있음을 고백한다』고 말할 때 교황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기도 했으며 햇빛에 그을려 발갛게 상기된 모습을 보여 주기도 했다.
독서-신자들의 기도 등이 이어지는 동안 교황은 교황 지팡이를 쥔 채 눈을 감고 기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영성체시간에 미국 어린이와 영국 어린이 9명은 교황으로부터 첫 영성체를 하는 기쁨을 맛보았으며 신자 1백여 명도 교황으로부터 직접 성체를 받아 모셨다.
미사 후 교황은 삼종경 및 평화의 메시지에서 『우리는 방금 성찬례를 거행했고 제44차 세계성체대회를 마무리지었다』며 『온 세계의 교회와 한마음으로 우리는 그리스도와 하나 되었다』고 천명했다.
교황은 이어 『어머니의 전구를 통해 모든 한국인들이 서로 신뢰심과 존경심을 가지고 화해하며 형제애의 기쁨 속에 재결합 할 그날을 앞당겨 주시기를 기원한다』면서 아울러 중국의 신자들도 격려했다.
교황이 마지막으로 제45차 세계성체대회를 스페인 주교회의의 요청을 받아들여 93년 스페인 「세빌리아」에서 개최한다고 발표하자 다음 개최지에 대해 궁금해 하던 신자들은 박수를 보냈다.
장엄미사가 막을 내린 후 교황은 마지막 행사인 각국 대표단 영접에 참석했다. 세종홀에서 베풀어진 각국대표단 영접에는 교황수행원-각국 주교들-타종교지도자-정부요인-평신도 대표 등 5백여 명이 오후 5시까지 입장을 완료한 뒤 서로 담소를 나누며 교황을 맞을 준비를 했다.
오후 5시30분 식장에 교황이 모습을 드러내자 박수로 교황을 맞으면서 교황 주위에 모여 들었다.
교황은 이 자리에서 세계성체대회 각국 대표, 교황청 성체대회 위원회 및 준비위원회, 정부관리 그리고 이 기념할만한 행사에 공헌한 모두에게 사의를 표하고 참석자들에게 성체성사에 대해 늘 깊이 감사하는 마음을 지닐 것을 요청했다.
로씨 추기경-김수환 추기경 인사에 이은 교황 답사 후 강영훈 국무총리 등 정부요인과 각국 주교들, 타종교 지도자들은 차례로 교황을 알현했다.
이날 교황은 베트남교회 성직자들을 비롯, 폴란드-헝가리에서 온 성직자들을 접견하고 특별한 격려를 보냈다.
서로 교황을 알현하려고 해다소 질서가 흐뜨러지기도 했던 이 식장에서 교황은 퇴장 전에 중국교포 신자들에게 특별히 강복하고 묵주를 선물로 주었으며 마지막으로 장애자에게 강복하고 자리를 떠났다.
9일 오전 9시 2박3일의 짧은 일정을 마치고 다음 방문지인 인도네시아로 떠난 교황은 이한에 앞서 서울공항에서 고별사를 통해 한국국민의 큰 환대에 다시 한 번 감사하고 『이 기간의 영적 풍성함이 순례자들의 삶에 열매를 맺었듯이 모든 한국인의 삶에도 그 영적 영향이 있기를 기도한다』고 다짐하며 아쉬움의 작별을 고했다.
교황은 특히 이 자리에 환송 나온 한국교회 주교단 등 성직자들과 성체대회 준비위원회 실무자 등 관계자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그동안의 수고를 치하하고 격려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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