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톨릭문화연구원은 9월 27일 서울가톨릭회관에서 제7차 심포지엄을 개최, 한국 가톨릭 교회발전의 전통문화적 배경과 방향성에 대한 연구를 촉진시켰다. 제44차 서울 세계성체대회를 기념해 열린 이 심포지엄은 「현대 한국가톨릭 발전의 전통문화적 배경」을 대주제로 하고 「전통사상과 가톨릭의 발전」「전통문화와 가톨릭의 발전」「정치사회적 여건과 가톨릭의 발전」을 소주제로 연구발표와 토론으로 진행됐다. 이 자리는 특별히 과거에 대한 이해와 함께 사회·문화 속에서 천주교회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논의가 진지하게 이뤄져 의미가 크다는 평가를 받았다.
<편집자 註>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이남영 교수 (서울대)는「전통사상과 가톨릭의 발전」이라는 주제의 연구발표에서 천주교가 전래될 당시 지배사상이었던 유교가 천주교와 상극적 개념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전통사상의 기반 위에서 천주교가 수용되는 모습을 「황사영백서」,「주교요지」,「상재상서」등 원문 연구를 통해 밝혔다.
이 교수는 천주교 전래 당시의 시대상에 대해 『삼정의 문란 부패로 침체되고 병든 사회』라 전제하고 지배윤리이자 사상이었던 성리학은 침체된 왕조의 개혁과 쇄신을 도모하기에는 역부족이었으며 성리학 체계에의 비판적 반성과 진보적 견해-이론이 움트기 시작한 젊은 지식인에게 중국에서 전래된 서학과 서교는 큰 호응을 얻었다고 말했다.
「사서오경」 등 유교경전을 통해 볼 때 상재에 대한 유교적 이해는 우주만상의 원리라는 인식 수준에 이르고 있었으나 상재의 유일신, 인격신, 전지전능성은 배제하고 있다고 밝힌 이 교수는 이에 반해 당시 서학은 상재에의 인식을 분명히 했기에 전통사상에 도전하는 반역적인 것으로 오도되기에 이른다고 강조했다.
양반 지배층, 기득권자들이 천주교로 귀정하고 확산된 결단과 박해와 수난으로도 꺾이지 않는 신앙의 바탕을 이 교수는 유학과 상치되지 않는 천주교 인식, 유교의 보완적 가치로서의 천주교 인식에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그 예를 정약용의 경전 해석과 정하상의 상소문, 순교자 최창현의 옥중문담 등에서 보인 당시 신자들의 교리 인식에서 찾을 수 있다면서 『유교는 천주교 이해의 지침서였고 유교적 자아성숙은 천주교 교리인식의 사다리가 된 점을 보아 천주교와 유교는 상반된 개념으로만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의 발표 후 토론자로 나선 최창부 신부 (가톨릭대)는 전통 사상의 보완, 완성시키는 학문으로 천주교를 부언하고 당시 신앙선조는 유교사상을 기초로 천주교를 받아들였고 이로써 유교사상의 새 국면을 열어주는 역할을 해냈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주제발표는 「전통문화와 가톨릭의 발전」을 주제로 구중서 교수(수원대)가 말았다.
전통문화 가운데서도 협의의 신화-예술-풍속-문학 분야에 국한시켜 가톨릭과의 연관성을 고찰한 구 교수는 동아시아 지역에서 한국이 특히 가톨릭신앙이 활발히 확산되는 것과 관련 외래문화인 천주교의 흡수가 용이한 것은 『한국전통문화』와 가톨릭의 만남에 「자연스러움」이 있었다는 『증명』이라 주장했다.
달레의 한국천주교회사에서 밝히는 조선인의 긍정적 성격과 상호부조와 후한 인심의 미덕, 신라시대 향가문학에서 찾을 수 있는 평화에의 사랑 등 민족자체의 심성의 토양이 전통문화와 가톨릭의 만남을 「자연스런 것」「다행한 것」이라 결론짓게 한다고 구 교수는 덧붙였다.
아울러 구 교수는 『이런 토양에서 뿌리박은 가톨릭신앙이 분단극복문화의 사명에 활성적인 원리를 주어야하며 이 시대 역사 안에서 누룩이 되야 할 것』이라 밝혔다. 또한 이 일이 가능할 때 가톨릭은 오랜 전통의 한국 민족 안에 육화돼 한국 사회의 자기완성을 가능케 할 것이라 주장했다.
한편 제2주제의 토론자로 나선 노길명 교수 (고려대)는 교회사적으로 가톨릭의 조선사회 전래를 유교와의 갈등관계에서 주로 논의되는데 반해 전통문화 속에서 자연스런 귀결로 이해하는 새로운 시각을 높이 평가했다. 노 교수는 경천애인, 홍익인간의 이념이 말해주듯 우리민족 내부에는 이미 절대자에 대한 인식이 잠재돼 있었으며 이 하느님신앙이 가톨릭수용을 통해 빛 보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또 가톨릭시즘이 우리사회에 살아 숨쉬기 위해선 민중의 해원과 신명에 연결돼야하며 현 사회에서도 그 기능을 발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 교수는 교회 내에서 알고 있는 통일논의에 대해 시류에 의한 것은 아닌가 반문하고 구체적 방밥론에 관한 연구가 부족한 현실을 지적했다.
노 교수의 이러한 문제제기는 제3주제 「정치사회적 여건과 가톨릭의 발전」에 관한 주제발표와 토론과정에서도 재론됐다.
주제발표에 나선 양승규 교수(서울대)는 박해시대 이후 정치사회 맥락 속에서 한국가톨릭교회는 자생력을 회복하지 못하고 성속 이원론과 정교분리를 앞세워 안주하려는 경향이 짙었다고 비판했다.
또한 양 교수는 해방 이후부터 80년대까지 급증한 교세현황을 개괄하면서 『교회가 신자수와 거대한 성전의 축조에 그 발전척도를 두고 있지 않은가, 개인적 안위와 영달을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신자가 많으며 이들이 교회를 주도해가지는 않는가』며 반성을 촉구하기도 했다.
양 교수는 한국교회가 가난-소외된 자들에 대한 구휼과 사회사업, 권익보호, 인권보호에 참여하고 기여한 바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더욱 적극적으로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해낼 것과 객관성을 잃지 않는 복음적 판단에 따라 꾸준한 활동을 벌일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한편 토론에 나선 안병영 교수 (연세대)는 흑백논리는 사회발전을 위해 배제돼야하며 교회도 이에 편승해서는 안 된다고 전제하고 옳고 그름, 가진 자와 못가진 자 등 사회의 모든 양면성을 넓은 시간에서 포용하고 해결의 실마리를 「평화」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안 교수는 방법론과 결과 모두에 있어 평화적일 때 진정한 문제해결이 가능하며 우리사회의 정치적 위기상황에 대해 교회는「평화」를 기조로 문제상황과 해결방안에 대해 공부하고 연구해야 하고 체제변형과 잘못된 체제의 고수라는 양극보다는 체제개혁을 통한 평화회복의 노력이 아쉽다고 밝혔다.
그리고 안 교수는 이를 위해서는 신자개개인의 변화와 교회의 연구를 바탕한 방향제시가 필요하며 연구를 위한 과감한 투자를 제안했다.
특집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