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학(학장 정의채 신부) 신학부는 9월 30일 오전 9시 동성고등학교 강당에서 제44차 세계성체대회를 기념하는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했다. 「2천년대의 교회」라는 큰 주제아래 열린 이번 국제학술대회는 성체대회와 관련해 열린 문화행사 중 순수 학문적인 차원에서 교회 내의 중요문제를 깊이 있게 다뤘다는 점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특히 세계적인 신학자 발터 카스퍼 주교를 비롯 국내의 유명 신학자와 학자들이 참석한 이 대회는 내용이 풍성, 선교 3세기를 맞는 한국교회의 바람직한 방향제시의 계기의 장이 됐다는 측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편집자 주>
이번 「국제 학술대회」에서는 발터 카스퍼 주교가 「일치의 성사인 성체성사」와 「현대사회 안에서의 자유에 대한 그리스도의 복음」을 제1강의와 제3강의에서 발표했으며, 심상태 신부(가톨릭대 교수)가 「2천 년대의 한국교회」를, 송영배 교수(서울대)가 「유교의 사회 윤리론과 도덕형이상학에 대한 반성」을 각각 발표했다.
발터 카스퍼 주교는 첫 번째 발표를 통해 『교회의 깊은 본질과 신비는 전례거행, 특히 성체성사거행에서 극명하게 드러나며 따라서 성체성사의 이해와 형태 문제는 현재 교회의 모든 문제들의 대표적 문제』라고 전제한 뒤 성체성사를 「성찬」「십자가 희생의 재현」「하느님 안에 일치와 세상에서의 일치」의 다각적인 측면에서 설명했다.
발터 카스퍼 주교는 『성체성사에는 제사적 차원으로서 하느님과 인간과의 수직적인 면과 공동체의 식사적 차원에서의 수평적 측면 등 양면이 있다』고 설명하면서『이 둘의 관계가 상호 보완의 성격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 역사적으로 보면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져왔다』고 지적, 이것이 모든 신앙의 삶을 잘못되게 했다고 말했다.
또 발터 카스퍼 주교는 같은 맥락에서 『교회와 국가간의 관계는 혼합하지도 말고 분리시키지도 않는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면서 『구체적으로 인간의 존엄성에 관계되는 것에는 교회가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되며, 그리스도의 신앙과는 동일한 것이 아니고 선택의 폭이 있는 정치의 일상적인 것에는 관여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서 「현대사회 안에서의 자유에 대한 그리스도교의 복음」이란 주제로 두 번째 발표에 나선 발터 카스퍼 주교는 『그리스도인의 자유는 예수 그리스도와 그의 영 안에서만 가능하며 인간의 참된 자유는 예수 그리스도처럼 하느님과 이웃에게 몰아적인 사랑을 베풀어줄 때 실현될 수 있다』고 설명하면서 『자유란 외적이나 내적 감각으로부터의 해방에 그치지 않고 최종적으로 하느님과 인간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발터 카스퍼 주교는 『그리스도교 복음은 자유의 의미를 사랑으로 규정함으로써 인간지성의 바른 위상을 알려주고 구체적 방향을 제시하며 동시에 예언자적 영감을 주기에 비판적이며 건설적 기능을 갖고 있다』며 『이 기능은 하느님을 공경하고 우상을 배척하는 데에 수행된다』고 말했다.
발터 카스퍼 주교는 이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통해 『오늘날 국가 민족 자본 계층 소비 국가안보 등이 세계도처에서 절대 우상화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그리스도교는 이러한 것들을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의 관점에서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발터 카스퍼 주교는 『교회가 좌익이나 우익으로 편향된다면 상대적 존재가 돼 자신의 독립성의 발판을 잃게 된다』면서『물질적 재화가 일방적으로 지배하는 현대사회의 상황에서 교회가 우선적으로 할 수 있는 중요한 봉사는 복음을 증거하고 경신례를 드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심상태 신부는 「2천 년대의 한국교회」에 관한 발표를 통해 『한국교회의 역사적 도정을 일별하고 2천 년대의 민조사회와 세계 교회 안에서 한국교회가 새로운 역사적 도전과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시사하면서 『한국교회가 하느님과 인류의 일치 그리고 인류 상호간의 일치를 촉진시키는 표지이기 위해서는 도래하는 2천 년대의 성격의 의미와 이 시대에 대응하는 인류의 염원에 대한 대응태세를 갖추어야 한다』는 점을 역설했다.
심 신부는 이에 따라 『2천 년대의 교회문제를 취급할 범교회적 사목연구위원회를 구성하고 실천적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면서 『이러한 사목 연구활동은 교회의 여러 기존 교육기관 및 연구소를 적절하게 활용하거나 필요할 경우에 새로운 연구소의 설립을 통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연구 작업을 전개해 나갈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에 앞서 심신부는 발표를 통해 『한국교회는 진리를 위해 생명까지 아끼지 않는 순교정신의 전통을 갖고 있지만 반면 부정적인 요소도 많다』고 지적했다.
심 신부는 현 한국교회의 현상에서 쇄신돼야 할 것으로 우선적으로 양적성장에 비해 질적성장이 뒤따르지 못한 것을 지적하면서 동시에 한국교회의 「권위주의적 체제구조」와 「집단적 이기주의」「중산층 및 대형화 추세 현상」을 들었다.
또 심 신부는 『이 같은 원인의 일차적인 요인은 교육 활동을 소홀히 한 교회당국의 사목정책에 있다』고 비판하고 『이런 비지성적 분위기는 아직도 개선돼 있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끝으로 송영배 교수는 「유교의 사회 윤리론과 도독형이상학에 대한 반성」에 관한 주제로 서구문화와 우리의 전통문화가 하나로 융합되어가는 현대사회 속에서의 전통적인 가치관, 특히 유교사상이 갖고 있는 인본주의적인 도덕관의 문제점과 의의를 비판적으로 발표했다.
송 교수는 발표를 통해 『유교적 윤리론과 그 도덕 형이상학의 이론은 자본주의 이전의 자연 경제적인 농업사회 안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지식인 계층의 인본주의적 윤리관으로 요약할 수 있다』고 설명하면서 『유교사상에서는 사회문제의 궁극적인 해결을 윤리적 자각에서 찾고 있기 때문에 현세의 삶에 강력한 관심을 보이는 도덕론으로서의 성격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송 교수는 『유교사상에서는 사회적 문제해결을 「주관적 윤리적」문제와 동일시하고 있기 때문에 객관적 사회발전의 문제가 충분히 고려돼있지 않다』고 지적, 따라서 유교에서는 객관적 사회개혁보다는 도덕적 정신세계에서 그 이상을 찾으려는 성향이 강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송 교수는 오늘날의 자본주의 사회와 유교사상을 비교해 볼 때 유교지식인들의 명분 철학은 인간의 삶속에서 이상에 대한 확실성과 감성적인 욕구를 절제하는 도덕적 가치를 제공했지만 자본주의는 우리의 생명을 파괴시키는 무한한 욕구분출을 가져왔다』며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의 현실에서 인간의 품위와 정신성을 높여줄 수 있는 새로운 철학』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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