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한국 주교님들의 감준이 어렵다는 소문으로 화란교리서의 번역이 늦어진다고 들어왔다. 그러나 이번 대건신학대학의 교수님들 및 학생들의 노력으로 다행히 두봉 주교님의 조심스런 감준의 말씀을 얻어 늦게나마 번역판을 출판하게된 것은 한국 교회는 물론한국 신학계에 이바지할 바가 대단할줄 믿는다.
1966년 10월 10일 화란주교단이 이 새 교리서를 출판할때 10만부를 인쇄했었다. 그러나 출판하기 바로 전인 10월 9일에 들어온 주문 부수는 벌써 20만이 넘었었다. 그리고 11월에는 39만부 주문이 들어왔기 때문에 도저히 그 수요를 충당해낼 수가 없었다. 그래서 1967년 2월까지 매주 2만부를 발행하여 겨우 필요한 수를 충당하게 되었다. 물론 이 교리서는 그 해 가장 인기있는 베스트 셀러가 되었다.
이렇게 선풍적인 인기의 후면에는 화란주교단 및 신학자들의 교리서 쇄신을 위한 피눈물 나는 노력과 연구가 반드시 있었다.
1955년 독일교리서가 출판되고 나서 화란주교단은 그 다음해에 즉시「님왜겐」에 있는 화란교리연구소에 새 교리서에 대한 일을 위촉했었으나 1960년까지 별성과를 보지 못했다. 그리고 도중에 얻은 수확은 어린이 중심의 교리서에 대한 사목적 효과에 대한 의심이었다. 어린이 교리서의 목적은 성인된 신자의 길로 인도하는 것이어서 차라리 너무나 주님의 복음을 알지못하고 사는 어른들의 교육이 시급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도달하게 됐다.
1961년 매년 있는 구라파 교리교수 연구 집회가 영국에서 개최됐을때 화란신학자들은 전문가들이 제2차「바띠칸」공의회 교부들에게 제출하려고 하는 교리서의 내용이 성인을 중심으로 하고 있는 사실을 알고 이를 주교단에 보고했다.(공의회에서는 불행히도 한번도 이 교리서의 문제가 취급되지 않았다) 그래서 화란주교단은 교리연구소에 정식으로 성인을 위한 교리서 편찬을 의뢰하게 된 좋은 계기가 되었다.
1962년 3월에 200페이지의 교리서 구성 초안을 주교단에 제출하고 즉시 150명의 전문가에게 혹은 전문가 그룹에 이것을 배부하여 비판을 받았다. 이러한 비판은 각계각층으로부터 종합되었다. 1963년 마지막 수정을 거쳐 한사람에게 최종문장 수정 및 구성을 의뢰하게 했다. 그러나 1966년 새 교리서가 출판되기까지 초등 및 중고등교리를 등한시한 것은 아니었고 성숙된 신앙인으로 인도하는 과정으로써 다양성을 갖는 실천교육을 위주로 연구 발전시켜 가고 있었다.
성인을 위한 교리서가 실제로는 새로운 것은 못된다. 교리서의 역사를 보면 1555년 까니시우스 주교나 1529년 루터가 저술한 교리서 역시 성인을 위한 것이거나 혹은 전체신자를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당시의 저자들은 신자들을 「루데스」라고 하여「무식한 사람」으로 간주했었지만 화란교리서가 이와 다른점은 현대 교회가 공의회를 통하여 똑똑히 명시한 바와같이 평신자들을 성숙한 신앙인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 교리서는 신앙은 원칙적으로 성숙한 성인들의 것이라는 것을 밝혀주고 이러한 성인들의 사회에 파고 들어가고자 의도했었다.
내용으로 볼 때 이 새 교리서는 참으로 전연 새로운 것이다. 이 책은 문답식으로 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문답식의 책이란 독자를「무식자」로 간주하고 그 무식자들을 가르치려는 권위자의 고자세를 갖기 때문에 쉽게 일방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방적인 방법에서는 흔히 가치의 차이나 사고 해 볼 여유가 없고 절대적이 되기 때문이다. 이 화란교리서의 목적은 신자들로 하여금 같이 생각하도록 자극하고 도와주는데 있다.
그래서 신앙의 신비를 여러가지 각도에서 밝혀보고 확실하지 않은 것은 결정적인 해답을 피했다. 여기서는 주로 생각하고 묵상해나갔다.
그리고 어디서나 결정적인 결론을 준것이 없다. 이 결론적인 결론이란 지금은 물론 아마 이 훗날에도 이 세상에선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신앙의 신비는 항상 새로이 재음미해야하고 새로운 각도에서 밝혀져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교리서에서 대화가 되기 위하여 이론과 논리를 전개하고 있지만 이는 인간의 구체적인 실존에 대한 기본적인 생의문제에 대한 이야기로 이끌기 위한것 밖에 아무것도 아니다. 그래서 진정한 대화를 하기 위하여 이 책의 범위가 넓어졌다.
이 교리서도 전통을 도의시하지 않았다. 전통을 이어받으면서 거기에 머물지않고 발전할수 있는 새로운 신학사조를 현실에 적응하여 조심스럽게 다루어 나갔으며 교회의 전통을 받아 계속적인 교회발전을 도모했다.
(이 교리서 내용에 대한 시비도 물론 있었지만 이는 전통고수를 위한 신경과민에서 온것이고 저자의 의도를 잘 알지못한데서 온것으로 본다.) 그리고 이 교리서가 출판되는 1966년 3월에 벌써 구라파의 각국어로 번역이 시작되었고 지금에 와서는 거의 세계의 모든나라말로 번역되어 이제부터는 신학공부를 하려면 라띤어가 아니라 화란말로 배워야겠다는 농담이 나올 정도로 세계교리서 문제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이것이 절대 옛날과 같이 국제교리서라는 뜻은 아니다. 이는 각국 신앙인들의 사고방식 생활양식의 차이로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한국 번역본의 표제가「가톨릭 신앙 입문」이라고 되었기 때문에 혹시라도 예비신자 교리서가 아닌가 하고 너무 일방적인 판단을 내릴수가 있을것 같다. 이 책은 입문서이기보다는 차라리 현대 가톨릭신학의 동향을 소개하는 신학서이기도 하다.
동시에 교리교사나 성직자 및 수도자들의 묵상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누구든지 신앙을 고정화된 어떤 진리나 인간을 초월한 절대적 객관의 것으로만 생각하는 분은 이 책을 읽으시기 바란다. 신앙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케하고 생활한 신앙의 깊은 심연에까지 인도해줄것이다. 번역에 있어서도 물론 학계의 권위자들인 교수신부들이 직접 감수지도하신 덕택에 한국교회의 신학서적 번역중에 가장 양심적이고 믿음직스런 역본이라고 보고싶다.(사실 이 책은 한국에서도 초판이 발행과 동시 매진되고 곧 재판이 나오고 있는 중이다) 이 책으로 한국 신학계 특히 교리교육에 많은 발전이 있을 것을 확신하고 뜻있는 모든 신자들과 생각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669면 값 1천3백원.
출판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