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철아!』
대답이 없다.
『형철아!』
형일은 문을 열고 안방쪽을 향해 또 불렀다.
『형철이 없다』
안방에서 어머니가 소리쳤다. 마당에 피스가 없다. 그것으로도 형철이가 밖에 나가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병신 또 어딜 갔을까?』
형철은 까불대며 돌아다니지 않는 곳이 없다. 형일이네 집에서는 동네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형철이를 통해서 알곤 한다.
그래서 형일의 아버지는 형철이에게 우리집 신문기자라는 별명을 지어주고 그것을 애칭으로 사용하고 있다.
형일은 운동화를 끌고 대청으로 갔다. 새장을 책상위에 놓고보니 변변히 글 쓸자리도 없다. 그래서 새장을 철사로 벽에 매달아 놓으려고 생각했다. 철사가 필요했기 때문에 형철을 찾은 것이다.
대문 밖이 갑자기 소란해졌다. 삐익하는 대문소리와 함께 형철이를 선두로한 동네 아이들이 대여섯명이 우루루 마당에 들어섰다.
『형, 예네들 참새 구경왔다.』
대청에 서 있는 형일을 보고 형철이가 으시대며 말했다. 큰 구경이나 시켜주는 것같은 거동이다. 미닫이를 열고 형철이가 먼저 방에 들어섰다.
『형철이가 아이들을 데리고 온 모양이구나…』
안방에서 어머니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엄마 또 눈이 올 것 같애』
형일이가 검게 내려않은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 올핸 눈도 자주 내리는구나…』
방에 들어선 아이들은 새장앞에서 야단법석이다. 참새들은 겁이 나서인지 가만히 있지않고 푸드득 거린다.
『형철아 참새도 오래 사니?』
『응, 잘해주면 오래 살지』
참새에 대해서는 뭐든지 알고있다는 듯한 자신있는 형철의 대답이다.
『나도 시골가면 참새 잡아오겠다』
『시골 어딘데?』
『밤나무골 말야』
『형철아 참새 얼마나 해?』
『글쎄 얼마나 할까?』
『우리 큰집 시골에도 너 참새 많다』
『병신 참새 없는 시골도 있어』
아이들은 깔깔 웃어댄다.
『새장 니네형 만들었니?』
『응』
『참 잘 만들었다』
『우리집엔 새장이 두 개나 있어』
『우리 할아버지댁도 많아』
『난 십자매 기르겠어』
『나도 십자매도 또 잉꼬도 기르겠어』
욕심꾸러기로 이름난 칠성의 말이다.
『금 난 비둘기도 기르겠어』
형일이가 철사를 들고 방에 들어섰다.
『형, 그걸로 뭘해?』
다른 아이들도 모두 형일의 얼굴을 쳐다봤다. 모두가 무슨 신기한 일이라도 기대하는 표정들이다.
『새장을 벽에 걸어놔야겠어』
『형, 왜?』
『책상이 좁아서 그래』
『응! 난 또 뭘 한다고…』
형일이가 벽에 못을 박고 있을때 형철이가 아이들에게 눈짓을 했다. 그리고선 먼저 밖에 나왔다. 아이들도 우루루 따라나섰다. 자랑을 하려고한 형철의 목적은 충분히 끝난것이다.
아이들이 썰매를 타서 반들반들 닦아놓은 눈길, 썰매가 연달아 언덕 아래로 내려갔다. 형철은 외가에서 돌아와 처음타는 썰매이다.
그래서 더욱 신났다.
『야! 비켜 비켜 젯트기가 내려간다!』
아이들의 썰매는 신나게 아래로 아래로 쏜살같이 내려간다. 이때 길 아래에는 연탄을 가득 실은 리어카아를 세워놓고 연탄배달 아저씨가 언덕위를 쳐다보고 있었다.
얼굴 여기저기에 검은 연탄가루를 바르고 있다. 길이 미끄러워 혼자서는 리어카아를 끌고 올라갈 것 같지 않다.
『아저씨 미끄러워 올라 못가요』
『응 니네들이 어찌나 닦아놨는지 어디 발 붙일데나 있어야지…』
『아저씨 그럼 우리가 밀어드릴께요』
『그래주면 오죽 좋겠니』
『아저씨도 진작 말씀하시지 않고…』
형철의 이같은 말에 아저씨도 그만 소리를 내고 웃었다. 형철이와 영차영차 뒤에서 리어카아를 밀기 시작했다.
그러나 리어카아는 잘 올라가지 않았다.
『이거 영차영차 소리만 컸지 어디 올라가기나 하니』
아저씨는 자기가 말해놓고도 우스운지 핫핫하고 웃어댔다.
『모두 내려와라!』
형철은 입에 손을 대고 언덕을 향해 소리쳤다. 언덕 위의 아이들이 와! 소리치며 뛰어내려온다. 싫은 일도 모두가 함께하면 신이나는 아이들이다.
언덕에서 뛰어내려온 아이들은 리어카아를 둘러싸고 섰다.
『하나 둘…다섯이면 되겠지!』
『새끼를 데리고 강을 건너가는 어미돼지 같구나…』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던 연탄배달아저씨가 웃으며 말했다.
『아저씨 그게 무슨 말이예요?』
『 저말야 옛날에…』
하고 아저씨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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