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밤이다. 만상은 또 다시 고단한 하루의 막을 내리고 막 휴식으로 들어가는 시간이다. 시끄러웠던 차소리도 동리의 멍멍이들도 이제 인기척이 없는 거리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다만 가늘게 들려오던 이름모를 벌레소리만이 찌르륵 하다가 그마저도 안들리는 적막한 밤이다. 무언가 허전한 마음을 달랠길이 없다. 아무것도 손에잡히지 않는 이 밤, 흰책장의 활자마저도 흐려진다. 나는 생각해본다. 행여나 많은사람들이 나와 같을 상태가 아닌가 하고. 가끔 마음이 허전해지는 것은 무엇을 잃어버린 기분이다. 무엇을 잃었을까. 확실히 현대인들은 잃은것을 되찾지못한 상태에서 무엇인가 갈망하고 사는것 같다. 자칫하면 불안해하고 걸핏하면 초조해하고 할일이 없으면 허전해한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비록 하느님을 믿지 않더라도 이런 경우에 기도를 드릴줄 아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라고. 아니 기도를 드리고싶은 심정이되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라고. 왜냐하면 나는 어릴때 읽었던 어떤 구절이 생각나기 때문이다. 『비록 신앙을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기도를 드리면 참으로 마음이 평온해진다』라고.
인간의 능력을 최대로 과시하고 인간기술의 만능을 부르짖는 현대인은 사실 고민하고 있다. 하느님을 등지고 그의 권능을 무시하고 인간 만능을 외치는 현대인은 믿을곳이 없어진 것이다.
문명이 발달될수록 편리하게만 여겨졌던 세상도 아니고 이제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거대한 메카니즘의 노예가 되어버린 인간은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문명에 겁을 내고 있지나 않는지.
현실주의 물질주의 인간만능주의 그리고 또 무슨 주의 무슨 주의 하는 주의들은 인간 교육의 근본에서 사람을 이탈하게 했고 자신을 과신하는 과대망상증에 몰아넣고 있지않나 두려워진다. 하느님을 잃고 기도를 잃는 인간은 마치 방향의 키를 잃은 배와 같다. 망망대해의 일엽편주의 갈길은 어디인가. 인생이란 고해에서 무엇을 믿고 어디를 향해서 어떻게 노 저어 가려는지 그야말로 현대인의 길은 가도 가도 숨막히는 황토길 밖에 없지나 않나 싶다. 밤도 깊었다. 습기찬 후덥지급한 지금 바람마저 불어주지 않는 이 밤, 나는 어디에 대고 기도를 드려야 하나. 나는 기도도 할수 없는 인간이다. 주여 나로 하여금 기도드릴 수 있는 용기와 힘을 주소서. 나에게 광명의 길을 보여주소서.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