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차 세계성체대회 기간 중인 지난 7일 「일치의 날」에 개최된 「엠마우스 성시간」에 세계 각국에서 온 고위성직자 한국주교단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 등이 참석한 가운데 교황 요한 바오로2세는 「사제들을 위한 강론」을 통해, 그리스도를 따르는 사제들의 거룩한 직분을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본보는 이날 가진 「사제들을 위한 교황강론 전문」을 게재한다. <편집자駐>
친애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
성체 안의 주 예수님은 항상 찬미받으소서!
여러분과 함께 우리 주님께 찬미를 바치게 되어 무척 기쁩니다. 주교 사제 수도자 신도들 - 여러분 모두에게 말씀 드립니다. 찬미 예수 ! 주님을 찬미합시다. 논현동 본당 여러분에게 - 이처럼 극진한 정성으로 환영해 주신 신부님들과 수녀님들, 본당 평협 위원님들과 모든 본당 교우님들에게 특별히 인사드립니다.
또한 성체대회 특별봉사자로 헌신하기는 남녀 모든 분들에게도 치하드리고 싶습니다. 내가 한국사람들 가운데 처음 멈추는 곳이 이곳처럼 신도들의 정신과 마음이 성체안의 그리스도 앞에 조배하며 끊임없이 드높이 치솟고 있는 한 성당이라는 것은 지극히 합당한 일입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우리의 구원을 위하여 당신 자신을 아버지께 희생제물로 바치십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우리에게 당신 자신을 생명의 빵으로서 먹도록 주시어, 우리도 남들의 삶을 위하여 우리 자신을 주게 하십니다.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의 영속적인 현존과 우정으로써 지상의 순례 도상에 있는 우리에게 위로와 힘을 주십니다.
함께 계시는 주님
바야흐로 성체 안에 성사로 현존하시는 살이 되신 말씀을 바라보며 우리 육식의 눈은 믿음의 눈과 하나가 되어 『하느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다』는 뜻인 엠마누엘이 탁월한 의미로 이루어진 그 현존을 성서라는 너울이 하늘나라에서 벗겨질 그날까지 응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성체성사를 『모든 절정』(교회헌장 11)으로 경험해야 할진대, 그렇다면 우리는 이 성사를 믿음을 가지고 거행하고 공경성을 가지고 거행하고 공경성을 가지고 받아모시며 경배의 기도를 통하여 이 성사가 우리의 정신과 마음을 변형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모름지기 자신의 기도를 통하여 영성체 때의 주님과의 일치를 심화함으로써만 우리는 주께서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무엇을 요구하시는지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모름지기 『우리 안에서 솟아나는』(요한 4,14 참조) 생명수의 깊은 샘물을 마심으로써만 우리는 믿음과 소망과 사랑에 자라날 수 있습니다.
복된 성사 앞에서 예배하는 교회의 모습은 우리 구세주와의 대화에 들어가 그 분의 사랑에 응답하며 서로 사랑할 필요가 있음을 우리에게 상기시키고 있습니다.
목자다운 사랑을
오늘 이 자리에 이처럼 많이 교황과 함께 모이신 친애하는 형제 사제 여러분 -이 큰 사랑의 성사는 모든 신자들의 그리스도인 삶을 위한 의미가 무척이나 풍부하며 그리스도의 인격으로 이를 거행할 특권을 받은 우리 모두에게는 또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제2차 바티깐 공의회는 『목자다운 사랑』이 무엇보다도 『사제 생활전체의 중심이며 뿌리』인 성체성사에서 흘러나온다고 말하고 있습니다(사제교령 14). 공의회는 이어서 사제들은 미사성제 안에 제정되어있는 바를 소화하도록 애써야 하며, 그러나 『이것은 사제들 자신이 기도를 통하여 그리스도의 신비 속으로 계속 더욱 꿰뚫어 들어가지 않고는 이루어질 수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같은 곳). 또 그러므로 사제들은 『참 경배정신을 추구하며 하느님께 줄기차게 청하여』마지않아야 하는 것입니다(같은 교령 19).
사랑하는 형제 여러분, 미사 성제에서 흘러나오며 기도와 경배를 통하여 불어나는 이 목자다운 사랑은 무엇입니까? 이 물음에 대답하려면 그리스도의 신비 속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그 분은 『자기를 비워 종의 모습으로 자기를 낮추시어 죽기까지, 그것도 십자가에 죽기까지 복종하셨습니다』(필립 2, 6~8). 이 분이 성사제이신 것입니다. 즉, 『자기를 비우신』하느님의 아드님이시요, 우리의 구원을 위하여 하느님이 들어 높이신 그 분이며, 『섬김을 받으러가 아니라 섬기러 오신』(마르10,45)사람의 아들이신 것입니다.
헌신 · 봉사하도록
목자다운 사랑이란 우리가 그리스도의 헌신과 봉사를 본뜨는 덕입니다. 그것은 우리가 그저 무엇을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자신을 주는 것이며, 이것이 그리스도의 당신 양떼에 대한 사랑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목자다운 애덕은 우리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을, 우리가 사람들과 관계하는 방식을 결정짓습니다. 그것은 우리에게 특별한 요구를 하고 있으니, 왜냐하면 목자들로서 우리는 『모두가 합법적이지만, 모두가 유익한 것은 아니며 … 모두가 건설하는 것도 아니다』(고린 10, 23)라는 바울로 성인의 말씀에 담긴 진리에 각별히 민감해야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그리스도의 자기헌신을 본받아야 할진대, 사제인 우리들은 가장 큰이에서 가장 작은 이까지 양떼에 속한 모두에게 가까워 질 수 있는 그런 방식으로 살며 행동해야 합니다. 부자이든 가난한 사람이든, 식자이든 우리는 그들 가운데 있고자 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존재와 직무수행을 통하여 그들이 하느님을 체험할 수 있도록, 우리는 생각과 기도로만이 아니라 그들과 어울리면서도 그들의 기쁨과 슬픔을 기꺼이 나누고자하는 것입니다. 우리를 위하여 가난해지신 그리스도를 본받아 우리는 단순한 생활양식을 포용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마음의 가난함이 모자라는 그런 사제라면 힘 없고 잊혀진 이들의 문제를 이해하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모든 이에게 기꺼이 도움이 될 자세가 없는 그런 사제라면, 가난하고 궁핍한 이들이 스스럼없이 다가가 자신을 열어 보이기는 거의 불가능할 것입니다.
동료사제와 일치를
목자다운 사랑은 또한 우리로 하여금 교회 전체의 공동선에 열심히 봉사하고 어떤 형태이든 추문이나 분열을 피하면서 그리스도의 몸을 건설하게 합니다. 공의회의 말씀에 『그리스도께 대한 충실은 교회에 대한 충실에서 분리될 수 없다. 따라서 목자다운 사랑은 사제가 헛되이 내달아서는 안 될진대 항상 주교와 일치하고 동료사제들과 일치하여 일하기를 요구한다. 이와 같이 행동한다면 사제들은 교회자체의 사명의 치안에서 삶의 일치를 발견하리라 』(사제교령14)고 하였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아버지께 순종하여 서슴없이 목숨을 내놓으셨습니다. 그분의 표양에 따라 사제들은 분별과 성숙성과 겸허한 자세를 가지고 화합하여 합법적인 권위 아래에서 함부로 자기 뜻대로가 아니라 그리스도의 몸의 선익을 위하여 일해야 하는 것입니다. 목자다운 사랑은 또한 보세교회 내의 선교분야에도 확장합니다. 1984년에 여러분의 나라에 처음 방문했던 동안 사제들과 수도자들에게 말한바 있듯이 『세상에 예수님을 보여주고 세상과 예수님을 나누는 것』이 여러분 삶의 엄숙한 요청입니다(1985년 5월, 서울에서의 성직자 및 수도자와의 만남 참조)
오늘날 우리는 사람들의 정신적이며 물질적인 궁핍을 우리들 자신과 극히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이들의 그것까지도 어느 때보다도 더 많이 알고 있습니다. 큰 마음 먹고 여러분 주교님들과 협력하여 복음을 전파하는 교회의 보세적 사명을 수행하기에 도움이 되시기를 간곡히 당부합니다. 부디 여러분이 모든 천주교인들 가운데 참된 선교의식을 끊임없이 증진시키는 한편, 한국의 제성소와 수도자성소가 좀 더 외방선교를 지행하도록 노력하고 기도하시기 바랍니다.
외방선교 지향토록
친애하는 형제 여러분, 여러분의 열렬한 헌신적 직무수행이 한국교회의 활발한 생명의 중요한 일부인 줄로 나는 알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본당의 여러 사도직 기구와 조직들과 수 많은 교리반들에 매우 깊이 참여해 있습니다. 여러분에게 요구들이 많은 그만큼, 여러분이 성체 앞에 기도하는 사람들이라야 한다는 것, 그리스도의 사랑에 충만하기 위하여 『하느님께 참 경배정신을 청해야』(사제교령19) 한다는 것은 더욱 더 중요합니다. 오직 이렇게 함으로써만 여러분은 여러분의 삶과 직무를 보람차게 하는 그런 목자다운 사랑에 성장하기를 바랄 수 있는 것입니다.
기도에 더하여 영적이며 지적으로 계속되는 교육도 우리가 그리스도를 본받고자 끊임없이 정진하는 것이 참으로 필요합니다. 우리의 내면생활은 영적인 수련과 독서를 통하여 또 연구를 통하여 쇄신되고 재충전되어야 합니다. 예수께서 복음서에서 말씀 하시는 관리인처럼 사제는 『곳간에서 새 것도 꺼내고 헌 것도 꺼내는』(마태13,52)사람인 것입니다.
사제위한 기도당부
끝으로, 여기 참석하신 신자들과 한국의 모든 신도들에게 이렇게 호소하는 바입니다. 여러분의 사제들을 위하여 기도하십시오. 사제성소를 위하여 기도하십시오. 바로 성체의 현존에서 우리는 사제직의 은혜를 가장 잘 이해하고 감식하는 것이니, 이 두 가지는 떨어질 수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의 교회생활 참여와 복음생활 투신이야말로 사제들에게 용기의 큰 원천입니다. 여러분은 더욱 더 큰 목자다운 사랑을 고무할 뿐 아니라 사제성소가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하여 자라나는 기름된 땅을 가꾸어 내고 있는 것입니다.
친애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친애하는 형제 주교 여러분, 친애하는 사제직의 형제 여러분, 기도합시다. 제단의 지극히 거룩한 성사 안에 계신 예수님은 찬미받으소서! 성체 안에 현존에 동반해 주시는 우리 구세주는 찬미받으소서! 성체안의 주 예수님, 이제로부터 영원히 찬미받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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