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차 서울 세계성체대회는 막을 내렸다. 무수한 사람들이 마음과 정성을 다해 준비했던 세계성체대회는 사랑과 나눔ㆍ일치의 성사, 성체의 신비를 거듭 확인하면서 여의도 장엄미사로 절정을 이루었다. 이 땅에서 처음으로 열린 세계성체대회, 그리고 교황 요한바오로2세의 두 번째 방한 등 5박6일간 베풀어진 성체대회 모든 현장을 발로 뛴 본사 특별취재반의 방담을 묶어 성체대회 이모저모를 되새겨본다.
<편집자 註>
◆방담 참석자
이윤자 국장대우
이연숙 차장
최창우 차장
박해원 차장대우
전기태 차장대우
김인옥 기자
김춘곤 기자
박정은 기자
허남 기자
정경남 기자
-3년여의 준비를 거쳐 세계성체대회는 무사히 끝마쳤습니다만 준비과정에서 어려움도 많았나 봅니다. 기구조직상 사령탑이 제대로 없이 각 분과들이 횡적으로 연결돼있기 때문에 서로간의 유기적인 협조체제가 순조롭게 이뤄지지 못했다고 관계자들이 불평하는 소리도 들리더군요.
또 전문인력이 부족한데다 일손 부족으로 뒤늦게 자원봉사자들이 상당수 뛰어들었지만 대회 준비과정 전체를 정확하게 파악한다는 것은 무리지요. 그렇기 때문에 신자들이 문의전화를 해도 『잘 모르겠다』『다른 부서로 연락해보라』는 식의 답변이 많았죠.
-이번 세계성체대회는 1백50주년,2백주년 기념행사처럼 행사위주에 머무르지 않겠다는 의지로 「한마음 한몸」운동을 시작, 지속적 생활실천으로 전개하고 있다는 것에 의미를 둘 수 있겠지요.
이 운동을 두고 성체대회의 장식물이냐는 비판의 소리도 있었지만 어쨌든 대회가 막을 내린 지금 부터가 본격적인 범국민운동에로까지의 확산단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성찬을 몸으로 살아가겠다는 신자들의 자세가 무엇보다도 중요하지요.
-교황님은 역시 세기적인 인기인(?)임이 다시 한 번 확증됐습니다. 이번 서울 세계성체대회 역시 교황님의 도착과 더불어 활기가 넘치기 시작했으니까요. 교황님에게 모아진 초점 때문에 「성체」가 중심을 이루는 성체대회가 가려질까 걱정들을 했지만 성체대회는 교황님의 참석으로 오히려 빛이 났다고들 하더군요. 2백주년 때와 마찬가지로 그분은 우리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시는 분이셨어요.
곳곳에서 드러나는 실수와 역부족은 그분으로부터 흘러나오는 「이상한 힘」으로부터 인해 가려져버리고 말았다는 얘기입니다.
-교황께서는 이번 두 번째 방한 중에도 가능하면 우리말을 사용하려고 애를 쓴 흔적이 엿보였습니다. 『오랜만에 다시 만나게 되어 참으로 반갑습니다』이 땅의 언어로 시작한 도착 제1성을 들으며 신자들은 5년 전 교황의 모습을 떠올리며 감희에 젖기도 했지요.
또 여의도 장엄미사를 봉헌한 신자들은 교황의 한국어 발음이 더욱 또렷해졌다며 한국민에 대한 그분의 애정을 더욱 진하게 느낄 수 있었다고 말들을 합니다.
-그렇습니다.「찬미예수」「반갑습니다」언제 어느 만남에서나 한국말을 제1성으로 터뜨리는 그분에게서 사람들은 다시 한 번 각별한 그분의 사랑을 실감할 수 있었다고 일을 모았습니다. 한국민에 대한 애정은 여의도 장엄미사입장 때 다시 한 번 드러나기도 했지요.
마포대교쪽으로 입장, 그 지역 신자들 사이를 지나면서 가깝게 만나셨던 교황님은 인파가
밀려 영등포쪽 신자들을 만나지 못하고 그만 입장하시고 말았지요. 그러나 교황님은 김 추기경님께 「무슨 일이 있더라도」퇴장 때 그쪽신자들을 만나시겠다고 강력이 요청(?), 결국 퇴장 때 소원성취를 하셨다는 후문입니다.
-비그리스도교국이라는 특성을 감안한다면 이번 제44차 서울 세계성체대회 장엄미사는 외국인 참가자들에게 「경이적인 풍경」이었나 봅니다. 65만 명으로 공식 발표된 참가자 수에서 부터 압도당한 그들의 놀라움은 신자들의 질서의식에서 극에 달했다고 생각됩니다.
특히 외국에서 온 VIP참가자들은 축하연을 겸해 베풀어진 교황님과 각국대표단과의 만남에서 김수환 추기경님은 물론 만나는 이들마다 자신들의 감동을 표현하느라 바쁜 모습이었습니다.
-여의도 장엄미사 때 저는 여의도광장을 한 바퀴 돌아보는 식으로 주변취재를 말았습니다. 여러 가지 정겨운 모습들도 많이 볼 수 있었지만, 눈살이 찌푸려지는 무질서한 현장들도 많이 있었지요.
특히 이 가운데 음식물 섭취에 대해 우리의 기본적인 신앙생활들과 관련, 신자들의 교육에 교회가 너무 안일하다는 생각이 든 점이 한 가지 있어요. 그것은 공복재에 대한 문제인데 미사가 진행 중인데도 몰래 행사장으로 반입된 주위 잡상인들의 김밥ㆍ떡ㆍ컵라면 등을 구입, 맛있게(?)먹고는 성체를 모시는 신자들이 일부 있었어요.
요즈음 공복재에 대한 신자들의 인식도가 극히 낮아져있다고는 하지만, 이것은 엄연히 지켜야 할 교리로 강조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를 비롯한 신앙생활의 기본지침 및 교리에 대해 교회당국의 보다 철저한 교육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래요. 여의도 장엄미사 때 미사 중 퇴장하는가하면, 미사 중 담배피우는 신자, 음식물을 먹는 신자 등 각양각색이었습니다. 2백주 행사 때는 거의 없던 일이었지요. 신자들의 모습이 무척 달라져 버린 것 같아 대중적인 교육ㆍ홍보의 부족함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어요.
-외국인들이 느낀 여러 가지 감동 가운데 돋보인 것은 평신도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봉사의 자세」였던 것 같습니다. 모든 행사의 앞ㆍ뒤에서 헌신적으로 뛰는 평신도들의 모습을 한 결 같이 부러워하는 눈치였어요.
일본「나라」에서 왔다는 한 여성신자는 대부분의 평신도들이 무보수 자원 봉사자들이고 일부 평신자들은 직장에서 휴가까지 받아 봉사에 나섰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마디로 「쇼크」라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준비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은 만큼 보람과 감동이 진했던 것 중의 하나는 민박봉사와 그와 관련된 업무가 손꼽히고 있습니다.
보통 5박6일간 외국인을 가정에 모셔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처음엔 자원가정이 부족해 안타깝게 했고 나중엔 참가외국인의 수가 예상외로 적어 민박봉사를 포기해야 하는 가정이 속출해 안타깝게 했지요.
한국인은 전통적으로 손님대접에 후한 인심으로 유명한데 민박봉사를 자원했던 어떤 가정은 새로 도배를 하고 특별식단을 짜는 등 손님준비에 만전을 기했으나 막판에 탈락되는 불운(?) 때문에 가족모두가 허탈해지기도 했다고 합니다.
-민박 이야기가 나왔으니 우리 국내인을 위한 민박에 관해서도 한마디 언급하죠. 서울 불광동본당 신자들은 제주교구신자들을 각 가정에 초대, 2박3일 혹은 1박2일씩 숙식을 제공하고 여의도 장엄미사에 함께 참여했다고 합니다.
불광동본당 신자 가정 3백50세대가 두 달 전부터 준비, 여의도 장엄미사에 참여하는 제주교 신자1천4백여 명 중 7백53명을 민박에 초대했는데 짧은 기간이었지만 장엄미사후 함께 점심을 나눈 뒤 헤어질 때는 서로 아쉬움의 눈물을 적시기도 했다더군요.
이 민박 덕분에 제주교구에서는 여의도 장엄미사 참가자들이 늘어났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교구벽을 넘어 사랑을 실천한 이 민박 미담은 외국인을 위한 민박 못지않게 흐뭇한 소식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외국인들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프로그램은 한 가족 만찬과 민박이었던 것 같습니다. 언어ㆍ문화 그 모든 것을 뛰어넘어 형제애를 함께 나눈 그야말로 작은 성찬제였습니다.
특히 한 가정에 초대되어 식사를 나누면서 함께 기도했다는 것 자체가 정말 아름다웠다고 참가외국신자들이 감탄을 하더군요.
-1백50주년ㆍ2백주년 기념행사처럼 대규모 행사를 치러보기는 했지만 세계적인 교회행사는 처음인 셈이지요. 따라서 외국인 참가자들 문제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난감한 점이 많았나 봅니다. 더욱이 외국인 참가자 숫자가 예상보다 상당수 줄어든 데다 참가 숫자를 정확히 파악하기도 어려웠지요. 이에 대한 이야기도 분분하고요.
특히 대회 중 외국인 성직자들에게 비표문제를 제대로 알려주지 않아 우왕좌왕하고 짜증을 내기도 했다는 후문입니다.
그렇지만 이번 대회에 참가한 외국인들은 전반적으로 『서울세계성체대회 참가는 큰 행운』이라며 좋아들 했다고 합니다.
-성체대회가 크게는 성공적으로 끝났다는 얘기들을 합니다만 부분적으로는 「하자」가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할 것입니다. 그 「하자」들은 앞으로 평가작업을 통해 가려내야 한다고 봅니다. 겸허한 자세와 열린 마음으로 성체대회 전반을 평가할 수 있다면 우리는 이미 성숙한 교회의 모습으로 우뚝 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또 우리 후대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 될 것입니다.
-부분적인 「하자」를 얘기하자면 홍보분야를 언급하고 싶습니다. 물론 성체대회 전반을 교회 내ㆍ외에 알리느라 그동안 홍보, 나름대로 어려운 임무를 수행해 왔음은 분명한 사실이지요.
그러나 막상 성체대회가 개막되고 신라호텔에 「메인 프레스센터」가 설치되면서 기자들의 어려움은 가중됐고 불평이 나오기 시작하더군요. 우선 무엇을 물어봐도 잘 모른다는 대답이 가장 불편한 점이었어요.
-모른다는 사실 자체는 크게 흉 될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세계 성체대회」라는 특성상 준비과정에서부터 속시원하게 확정되거나 발표되는 일이 없었기 때문이죠. 문제는 모르는 사실을 모른다고 말하는 「과정」에 있었지 않았나 생각되는군요. 다시 말해 일선기자들이 요구하는 「당연한 친절」이 부족했다는 사실입니다.
-각 분과위원회간의 커뮤니케이션 부족도 취재에는 커다란 불편이었지요. 어디에 물어봐도 「정답」을 알려주는 곳이 없어 애를 먹었다는 게 취재 기자들의 한결같은 불만이었어요.
따라서 메인 프레스센터에서 취재기자들과 봉사자, 실무자들 간에 실랑이가 오가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그래요. 각 행사장 관계자들의 지적대로 스피커 시설에 따른 음향문제, 외국인 참가자들을 위한 동시통역 시설 등에 대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준비했지만 충분히 만족할만한 제공을 하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많이 있어요.
강연회장의 스피커 음향이 너무 울려서 강연자의 강연내용이 참석자들에게 정확히 전달되지 못한 점도 일부 있었고, 동시통역 시설을 준비하긴 했어도 각 행사에 참석한 외국인 모두에게 그것을 충분이 제공하지 못해 그들을 구경꾼으로 만들어 버린 결례를 범한 사실을 부인할 수 없을 것 같아요.
-각 매스컴들은 저마다 지명도 높은 외국 VIP참가자 인터뷰를 계획해놓고 있었지만 참가 확인이나 연결시켜줄 곳이 마땅치 않아 무산된 것도 아쉬움중의 하나라고 하겠습니다.
중공의 탕 주교, 베트남의 주교들, 그리고 폴란드ㆍ헝가리 등지에서 온 참가자들은 훌륭한 뉴스 소재였으나 끝내 놓치고 말았습니다. 본보가 폴란드의 리샤르드 카르핀스키 주교의 인터뷰를 극적으로 따낸 것은 그나마 큰 행운이라고 할 수 있겠죠.
-대회 둘째 날 각 언어권 지정본당별로 실시된 「대회소개해설」은 우리나라가 88올림픽으로 세계에 널리 알려져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한국에 대해서 모르는 신자들, 특히 한국교회에 대해 자세히 알려줄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을만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독어권신자들이 참석했던 어떤 본당의 경우 외국신자들은 앞자리에, 본당 신자들은 뒷자리에 구분해 앉아 다소 격리되는 느낌이 들었고, 또한 본당 한관계자는 행사자체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다고 일축, 내ㆍ외국신자가 함께 진행해 나가는 것이 아니라 단지 장소만 제공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생기더군요.
-10월 6일 역도 경기장에서 진행된 「세계평화와 교회」강연 중 서독 시파이어교구 안톤 슬렘바하 주교의 「분단국가에서의 교회」 강연은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위한 향후 한국 교회의 역할과 활동방향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돼요.
그러나 슬렘바하 주교는 분단의 장벽을 극복하고 참된 통일과 평화를 추구하고 있는 동ㆍ서독교회의 갖가지 활동들을 소개하는 내용으로 연설을 했는데 그의 강연을 들으면서 동질적 상황의 이질적인 불목으로 한편으론 서글픈 마음을 떨쳐버리기가 어려웠어요. 왜냐하면 슬렘바하 주교가 밝힌 동독의 상황은 우리네 북한의 그것과는 상당히 이질적인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이지요.
-10월 7일 「일치의 날」에 북녘 땅을 눈앞에 둔 도라산 전망대에서 봉헌된 「평화통일 기원미사」는 서울 성체대회가 지니고 있는 의의를 한층 더 높여 주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특히 한반도의 분단된 상황이 분열된 세계를 상징하고 있다는 84년 교황의 한국방문 연설을 상기할 때 우리민족과 국토의 통일은 곧 우리들만의 기쁨일 뿐 아니라 나아가 세계평화실현을 향한 어떤 소중한 첩경을 얻을 수 있다는 데에 의미를 둔다면, 세계성체대회「개최지」로서의 의미를 더욱 실감토록 한 것 같아요.
더욱이 미사주례를 맡은 이동호 아빠스가 강론에서 『분단상황에 안주해온 우리 자신들을 깊이 반성하고 통일을 향한 보다 구체적인 실천사항들을 모색하자』고 강조, 앞으로 각계각층의 열화 같은 통일열망을 「그리스도, 우리의 평화」라는 대회주제 안으로 수렴할 수 있는 한국교회의 저력(?)을 기대해볼 수 있는 뿌듯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어요.
-10월7일 성공회대성당에서 열린 그리스도교 일치기도회에 참석한 많은 신자들은 초청된 각 종파 대표들이 차려입고나온 각양각색의 옷차림만큼 수없이 갈라져 있고, 또 그들의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만큼이나 서로 동떨어져 살아왔음을 두 눈과, 귀 가슴으로 뜨겁게 체험했다고 생각돼요.
『어쩔 수 없다』는 체념적인 감정이 압도하는 다소 냉담한 분위기가 감돌았지만 「우리는 한분이신 같은 하느님을 믿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당장은 실오라기만한 희망도 보이지 않더라도 이 세상 끝날 때까지 일치 운동을 펴나가겠다는 강한 의지가 엿보이는 자리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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