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국가에서의 교회는 민족과 국토의 통일, 나아가 세계평화의 구현을 위해 어떠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가? 제44차 서울 세계성체대회 「회심의 날」인 10월 6일 역도경기장에서 열린 「세계평화와 교회」강연회에서 안톤 슐렘바하 주교 (서독 시파이어 교구)가 「분단국가의 교회」를 주제로 강연했다. 슐렘바하 주교는 독일의 통일과 유럽의 평화를 위한 동ㆍ서독교회의 활동을 소개, 분단국에서의 교회의 역할에 대한 새로운 지평선을 열었다. 그의 강연 중 주요내용을 간추려 본다.<편집자註>
엄밀한 의미에서 교회박해가 동독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교회는 사회주의 국가들 인정하고 거기에 적응하며 사회주의의 발전에 복무하도록 압력을 받고 있기 때문에 저절로 탄압받는 처지에 놓여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동독의 교회는 불굴의 자세로 그 독립성과 별개의 실종을 견지, 민중의 곤경화 필요에 관계가 있는 부분에서는 정부관리와 타협하기를 스스로 용납치 아니하고, 공개적으로 또 비판적으로 논평하고 있다.
또 동독교회는 서독교회를 비롯 유럽교회 및 보편교회와 더불어 맺은 끈을 꼭 붙들고 있다. 이점이 가장 인상적으로 나타나는 곳이 베를린교구이다. 이 교구에는 동베를린 41개 본당의 7만4천 천주교인과 동독 내 1백20개 공동체의 12만교우 및 서베를린 전체가 포함되어 있으며, 주교좌는 동베를린에 있다. 한 달에 열흘 동안 주교에게는 서베를린의 28만 신자들을 방문하는 것이 허용돼 있다. 베를린 교구장 주교는 동시에 서독에서 독일주교단의 완전한 일원이므로 범독일 교회를 묶어주는 기능도 또한 가지고 있다.
동독의 주교들은 그러므로 유럽주교단 평의회(CCEE)에 대의원을 두고 있는 것이며, 로마와 밀접한 접촉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므로 베를린 교구는 국경과 체제와 진영을 초월, 오늘날 인류를 심연 위에 높이 솟은 평화와 화해의 표지이다.
또 서독교회도 전쟁 때의 무서운 경험과 군사적이며 이데올로기적인 양대 세력 진영의 분계선인 철의 장막에서 계속되어 온 전쟁의 위협으로 말미암아 평화라는 주제에 매우 민감하게 됐다. 이러한 맥락에서 서독교회는 평화에 이바지할 것을 그 소임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른 하나의 출발점으로써 천주교인들은 장벽과 철조망을 넘어 동서독간의 연결 관계를 유지하려고, 기존의 간격을 심화시키지 않기 위해 지성껏 최선을 다하고 있다. 성당과 성당 설비들을 건립하고 자선사업들을 위한 거액의 기부금이 동독으로 이송되고 있다. 서신왕래와 서독의 금품전달로 이루어지는 본당들과 교구들 사이의 결연관계가 있고, 서독사제들이 동독사제들을 재정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동독의 천주교인들도 통신과 협조의 제한된 기회들이나마 십분 이용하는 등 가능한 온갖 수단을 다하여 자기들이 잊혀지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해 보이고 있다.
서독교회는 독일의 분단과 세계의 분열은 먼저 유럽의 통일에 의하여 극복돼야 한다고 확신하고 있다. 곧 모든 유럽국민들이 서로 화해하고 연합하여 각개 민족이 그 고유한 문화전통을 잃어버리지는 말고 새로운 경제적ㆍ정치적ㆍ정신적 통일을 이루어야 한다. 서독의 교회는 일체의 군사력 사용을 철저히 삼가는 것을 평화유지의 기본원칙으로 여기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분단된 조국 독일에서 교회는 세계강대국인 소련과 서독의 지나친 군사력이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요인이 된다는 사실을 직접으로 감지,1983년에 서독주교들은 동독주교들과 함께 이 문제에 관한 포괄적인 사목서한을 발표했다. 이름 하여 「정의가 평화를 창출한다」는 이 사목서한은 제2차 바티깐공의회의 평화교리를 기본으로 삼아 작성했다.
오늘날 인류의 평화는 동서분쟁만이 아니라 남북분쟁에 의해서도 교란되고 있다. 이른바 제3세계라는 남반구 여러 나라의 발전이 부진한 것은 산업화된 나라들도 책임을 나눠야한다. 불의의 척결은 따라서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필요조건이며 개발원조는 평화를 증진하는 것이다. 서독주교들은 1959년 「미세레오르」라는 자선기구를 창설, 1백 개 이상의 나라에 학교ㆍ병원ㆍ농업진흥 등 5만5천 가지의 개발계획을 시행했다. 서독 주교들이 주도하는 또 하나의 원조계획은 주로 사회적인 불의에 항쟁해야 하는 라틴아메리카 교회를 지원하는데 이바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서독 천주교인들은 1961년 이래 이 계획을 위해 성탄절 모금에서 22억5천 마르크를 기부했다.
자연의 갈취와 환경의 파괴도 인류가 함께 평화로이 사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 특히 미래 세대들을 위한 자연적인 생활공간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자연적인 공간에 대한 책임성 있는 자세가 요청되고, 고행자들이 실천하는 것처럼 발전과 소비에 한계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핵에너지가 안고 있는 위험은 특별이 끊임없이 고려되고 있어야 한다.
서독교회는 또 입법과 정책수립에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모색함으로써 그리고 세계 도처의 종교자유 탄압과 인권침해를 고발함으로써 평화를 증진하고 있다. 서독주교들은 우리나라에서 국가와 사회에 의하여 올바른 사회적 입법이 이루어지고 실업자가 줄어들며 혼인과 가정생활이 북돋아지게 하려고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서독주교들은 낙태는 살인이며 특별히 잔인한 형태의 전쟁으로 믿고 있기 때문에 태어나지 않은 아이들은 법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을 단호히 고수하고 있다.
서독교회는 또한 비판적인 사회참여 활동도 평화를 지원하는 일이라고 보고 있다. 세속주의ㆍ종교적 무관심ㆍ향락주의ㆍ무절제한 소비ㆍ사실상의 물질주의 등은 하느님과 그리고 인간상호 간의 평화로운 좋은 관계를 방해하고 있다.
교회는 하느님과 예수 그리스도와 그분의 구원을 선포할 때 평화에 대한 기본적인 봉사를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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