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성체대회 3일째였던 지난 6일 (회심의 날) 오전 9시 올림픽회관 대회의 실에서 열린 제44차 세계성체대회 기념 심포지엄 「그리스도교 관점에서 본 한반도 평화」중 오경환 신부의 기조강연「성서와 교회의 평화관」을 요약, 소개한다.
<편집자 주>
평화의 개념
성서학자들에 의하면 성서의 평화는 대개 개인의 안정과 안녕, 집단이나 국가 간의 일치와 화목, 지상의 인간과 하느님과의 일치와 화해, 그리고 인간의 종말론적 구원 등 4가지 집약되고 있다.
성서의 평화관에서는 인간만이 아니라 하느님이 등장하고 현세적 차원을 넘어 초월한 차원이 포함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 평화를 말할 때는 주로 두 번째의 평화, 즉 집단이나 국가 간의 평화에 대해 우선적인 관심을 두고 있다.
물론 성서는 이에 관해서도 관심을 두지만 이보다 훨씬 포괄적인 의미를 갖는데 주목해야한다.
또 이들 4가지 평화는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데 특히 하느님의 평화는 지상의 평화의 전제조건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즉, 인간이 하느님과 단절되고 투쟁을 벌이는 경우 필연적으로 인간끼리의 투쟁이 발생하고 평화가 깨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다른 모든 평화는 세 번째 평화인 하느님과의 일치인 셈이다.
현대교회와 평화
성서는 분명히 하느님과의 개인적인 일치나 종말론적 평화만이 아니라 지상의 평화, 즉 집단과 국가 간의 평화에 대해서도 관심을 두고 있다.
그럼에도 교회는 너무나 오랫동안 전쟁과 사회적 갈등, 그리고 지상의 평화는 자신과 무관한 것으로 생각해왔다.
따라서 교회는 2천년의 역사에서 전쟁과 사회적 갈등을 극소화하여 평화를 건설하는 데에 노력한 것이 거의 없다고 비난을 받게 되었다.
그러나 이 같은 정당한 비판은 교회를 자극, 1891년 레오13세 교황의 「노동헌장」을 시발로 많은 교황들의 사회사목교서, 그리고 제2차 바티깐공의회 문헌 등을 통해 교회는 평화 건설에 적극 뛰어들기 시작했다. 심지어 1983년 미국 주교단은 핵무기 정책을 비판적으로 검토한 사목교서「평화의 도전」을 내기까지 했다.
한편 공의회 문헌은 마지막수단 등 몇 가지 조건하에 정당방위에 입각한 제한적인 전쟁은 인정하고 있으나 전면전은 분명히 단죄하고 있다.
『도시 전체나 광범위한 지역을 그 주민과 함께 무차별 전멸시키려는 전쟁행위는 하느님과 인간 자신을 거역하는 범죄이므로 단호히 단죄한다』(사목헌장 제80항).
평화의 건설과 교회의 사명
성서는 평화가 하느님의 선물이라는 점만큼이나 인간의 노력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평화를 위하여 일하는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의 아들이 될 것이다』(마태 5,9).
사랑의 실천과 마찬가지로 평화의 건설은 교회와 모든 신자들의 중대한 과제인 것이다. 그리고 평화는 교회와 신자들의 노력만으로 오는 것은 아니다. 교회는 아무도 가리지 말고 평화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과 협력해야 한다.
한국의 평화를 결론적 성찰
국내의 민주화과정과 평화에 대하여 관심을 돌려보면, 우리는 아직도 진정한 평화가 실현되지 않았다고 보아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사정은 계층 간의 갈등, 지역 간의 갈등, 그리고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 등이 팽배, 진정한 평화와는 거리가 대단히 멀다고 보인다.
교회는 근년에 들어 이 같은 갈등의 해소에 노력을 기울여 온 것도 사실이지만 진정한 평화의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가난하고 소외된 계층에 더욱 많은 관심을 지속해야 한다.
교회는 인간의 기본권을 침해는 각종 악법개정에 관심을 두어야 하고, 토지ㆍ주택ㆍ노동ㆍ빈민ㆍ세금 등에 관해서도 관심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이와 함께 한국 가톨릭교회는 민족의 평화에 대한 자신의 과거가 소극적이고 나아가 부끄러운 것임을 인정하고 반성해야 한다. 교회는 지금까지 민족의 통일에 힘쓰기 보다는 분단의 고착화에 어느 정도 협조한 과거를 솔직히 시인해야 한다.
한국의 교회는 이웃을 사랑하고 평화롭게 살라는 성서의 요청을 바로 남북통일과 민족의 화해를 위하여 노력하라는 요청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통일을 추구하는 방법은 평화적인 대화나 협상이어야 한다. 교회는 평화로운 방법을 사용하면서 평화로운 사회를 건설하려는 세력만을 지지하고 그들과 협력해야 한다.
이 같은 반성을 토대로 한국교회는 나름대로 평화교육을 실시, 북한에 대한 화해와 평화의 정신을 고취해야 한다.
그리고 교회는 정당한 통로를 통하여 공개적으로 북한 사람들과의 불신의 마음을 해소하는 활동을 모색해야 한다.
교회는 한반도에서 군비경쟁과 힘의 균형을 군비축소를 지향하는 단계로서만 인정해야하며, 한반도에서 보유되고 사용될 수 있는 핵무기에 대하여 우려를 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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