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미돼지가 새끼 여섯마리를 거느리고 강을 건너가게 됐어. 물에 들어서기 전에 어미돼지가 하나 둘하고 세어봤어. 그랬더니 어미돼지까지 모두 일곱마리였어. 그런데 강을 건너서 다시 세어봤는데 몇번을 세어봐도 여섯마리밖에 안된단 말야. 어미돼지는 자꾸만 세어봤어 그러다가 어미돼지는 자기를 빼놓고 세었다는걸 깨달았단 말야…』
별다르게 재미있는 이야기도 아닌데 아이들은 와! 소리를 내고 웃어댔다.
연탄배달 아저씨는 고향이 이북이었다. 1ㆍ4후되때에 월남했다. 그때 집에는 형철이 또래의 아이도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아저씨는 아이들이 언제나 귀엽고 사랑스럽다.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아저씨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아저씨 뭐가요?』
『아니다. 딴 얘기다. 』아저씨는 아무렇지 않은 듯이 말했다.
『아저씨 그럼 내가 어미돼지 같다는 거죠』형철이가 까만 눈을 빛내며 말했다.
『그렇지』형철이가 씩웃는다.
『이러다간 어둡기 전에 못가겠다. 』
『아저씨 빨리 가요』형철은 리어카아의 뒤로가며 말했다.
『자 모두 밀어!』형철은 구령이나 하듯 소리쳤다.
아이들은 리어카아의 뒤에 옆에 붙어 밀기 시작했다.
『영차!영차!』리어카아가 언덕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언덕은 중턱에 옆으로 길이 나있다. 길을 중심으로 하여 언덕을 위아래로 갈라져 있는 것이다.
아래 언덕을 거의 올라갈 때 길 위에서『야 눈이 온다!』누군가가 반가운 소리를 질렀다.
머리를 숙이고 리어카아를 밀고있던 아이들이 리어카아에서 손을 떼고 하늘을 쳐다보았다.
리어차아가 뒷걸음치기 시작했다.
『얘들아!』아저씨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모두 뭘해!』형철이가 소리쳤다. 아이들은 그제서야 리어카아가 뒷걸음을 치고있는 것을 알았다. 아이들은 뛰어가서 리어카아를 잡았다.
아이들은 모두 큰일날뻔 했다고 생각했다. 하마터면 리어카아는 길 아래로 마구 굴러내려 갔든지 그렇지 않으면 뒤엎어졌을 거라고 생각했다.
『영차! 영차!』리어카아는 다시 위로 올라간다. 솜눈이 하늘 가득히 서로 먼저 땅위에 내려오려고 경주나 하듯이 내려오는것 같다.
아이들은 가슴이 부풀고 있다. 집에 반가운 손님이 왔을때와 같은 기분이다.
『영차!영차!』
아이들 소리는 아까보다 더 커진다.
리어카아는 길에까지 무사히 올라왔다. 아저씨는 리어카아의 채를 놓고 허리를 폈다. 숨을 길게 몰아쉬고 나서『이놈들아 하마터면 큰일날뻔 했다』아이들을 둘러보았다.
『얘가 먼저 손을 놨어요』민호가 칠성이의 어깨를 치며 말했다.
『아냐 형철이야』아이들은 저마다 먼저가 아니라고 우긴다. 그러면서도 이제 그만 밀었으면 했다. 눈이 펑펑내리는데 썰매를 타면 더 신날 것같기 때문이다.
『아저씨 더 올라가요?』형철이가 머리에 희눈을 이고 묻는다.
『응…꼭대기는 아니고 저 길 옆 담배가게에 간다. 』하고 아저씨가 턱을 들어 담배가게 쪽을 가리킨다.
『금 민호네 연탄이야!』칠성이가 높은 소리로 외쳤다.
『아 우리 연탄이구나!』민호가 웃으며 말했다. 담배가게는 민호네 집이다. 아이들은 자기들이 애써 밀어올린 연탄이 자기들 친구네 것이라는데서 더욱 보람같은 것을느꼈다.
『자 또 밀어…』칠성이가 으쓱 나선다.
『그래 가보자!』
아저씨가 리어카아의 채를 잡는다. 『영차! 영차!』리어카아는 앞으로 나아간다.
한참 갔다. 『자 인제 다왔다』
하는 아저씨의 소리에 아이들은 손을 떼고 저마다『아…』하고 허리를 편다.
『얘들이 아니었다면 못올뻔 했어요』아저씨가 문앞에 나온 민호 어머니에게 말했다.
『그래, 수고들 했다. 』민호 어머니가 웃으며 말했다.
아이들은 기분이 좋다. 썰매를 들고 뛰어간다. 아랫길로 내려가는 지점에 이르렀을 때
『야 형철아!』
어른의 굵은 소리에 아이들은 걸음음 멈추었다. 형철의 아버지다.
『아빠, 새장 만들었어』형철은 아버지의 앞으로 달려갔다.
『그래, 이젠 그만 놀고 집에 가자』
아버지는 형철의 어깨의 눈을 털어주며 말했다.
아이들은 형철이가 아버지를 따라 집에 갈것 같이 보였다.
『우린 썰매 탄다!』하고 길 아래로 뛰어갔다.
형철은 아버지의 손을 잡고 집 쪽으로 올라갔다.
『그래, 새장 니가 만들었니?』
『아니, 형이 만들었어. 엄마가 목수보다 솜씨가 좋다고 했어. 』
『엄마가 또 비행길 태웠구나!』아버지가 큰소리로 웃었다. 형철이도 따라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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