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9일 대건신학대학 학생회에서는 개교 8주년을 기념하는 축제 행사의 하나로 유치진 작「푸른 성인」(전 4막)을 이수부ㆍ강용환 공동 연출로 동 대학 강당에서 공연했다.
이번 연극은 기성작가의 작품을 _본으로 했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기획ㆍ진행ㆍ연출ㆍ기술ㆍ무대장비ㆍ조명ㆍ음향ㆍ효과까지도 모두 순전한 학생들만의 힘으로 공연되었다는데 무엇보다 큰 의의를 찾을 수 있겠다. 그것도 역사가 짧고 이렇다할 전통이 아직 수립되지 않은 바탕위에서 그만한 성과를 거두었다는 점을 상기할 제학생들의 능력과 소질이 크게 평가된다 하겠다. 여러해 전에 한두번 소규모로 가졌던일 말고는 축제의 일환으로 본격적으로 공연하기는 이번이 처음이기에 말이다.
그런데 우선 문제점으로 지적되어야 할 것은 전4막으로 되어있는 류치진씨의 작품「푸른성인」을 _본으로 한 것까지는 좋았다 하더라도 제4막은 잘라버리고 3막으로 끝냈다는 점이다.
이 작품은 순박하면서도 깜찍한 농촌의 처녀 덕이를 중심으로 하여 우직하다 못해 병신스런 순동이와 심술궂고 욕심많고 힘깨나 쓰는 억지군곰이를 대조적으로 부각기켜 이 대립을 갈등으로 발전시켜 나감으로써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것이 주목적이다. 따라서 원본이 우직한 순동이의 승리로 끝나는 것은 당연한 막결이겠다.
그런데 이번 공연에서는 결국 덕이가 곰이에게로 가버리는, 그럼으로써 곰이의 승리로 끝나고마는 결구를 택했다.
이것은 흔히 종래 이 땅 문학작품들(특히 이조소설)의 통폐로 지적되는「해피엔딩」을 지양해 보자는 연출자의 의도에서, 또 다른 한편으로는 악이 판치는 현사회상을 반영해 보자는 시사적 의미에서 고의로 취해진 처사라고 보여지지만, 결과적으로 이 의도는 실패하고 말았다. 비극이 보다 차원이 높고, 관객의 질에 따라서는 더욱 감명을 줄 수 있는 것은 사실이기는 하지만, 비극이 비극으로서 존재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예술성을 필요로 한다. 시종일관 긴장면을 지속시켜야 되고, 분위기가 차야(冷)한다. 따라서 어차피 원본대로 안할 바에야 삼막까지의 줄거리를 대폭 수정, 각색함으로써 예술성을 살리고 차원높은 서본으로 승화시켰어야 한다. 유우머러스한 희극적 분위기로 끝내 이끌어가다가 결구만 비극적으로 맺는다 해서 비극일 수는 없다.
이 원작이 노리는 것은 주제면에서 선의 승리일 뿐만 아니라, 구성면에서 클라이맥스와 전기를 마련함으로써 긴장의 추진감과 갈등의 해소, 그를 통한 극적 효과에 있다. 이렇게 중요한 대목인 마지막(第四幕)이 삭제됨으로써 공연이 주는 효과는 반감되고 말았다. 또 하나 더 지적할 것은 사막이 짤려나니까 달이의 등장 자체가 무의미해지는데, 이러한 식의 결함투성이다.
그러나 이것은 이러한 모든 결과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실험적 시도라는면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겠다. 그리고 위와 같은 결점에 관계없이 이번 연극은 전체적인 면에서 성공이었다고 본다.
배역 선정에 있어서 순동이역과 덕이역 등은 아주 적절했다. 순동이 그리고 덕이와 박씨(순동모)가 숙연해는데 박씨의 추력이 좀 아쉽게 느껴진다. 곰이와 바우 역시 애썼으나 몸짓이 커서 무대와의 조화를 이룰 수 없었던 점이 흠이다. 쇠돌이역은 역의 성격과 배우의 성격상 맞지않아 애당초 잘못 스카웃 되었다고 본다. 차라리 인민군역과 국군역(쇠돌이)를 바꾸었더라면 보다 효과를 살릴 수 있었을 것이다. 전자가 오히려 선이 굵고 강한 반면 후자는 너무나 가늘고 빈약하게 부조되었다.
단역으로 할아버지역과 인민군역은 그런대로 재미있었고 달이가 많은점에서 미흡했지만 이도 그런대로 분위기를 돋울 수 있었다. 특히 남학생으로서 여자역을 감당해야 한다는 애로에도 불구하고 덕이와 박씨의 분장 및 연기는 다시한번 치하하고 싶다. 그리고 무대장치를 좀 단조한 감을 주는 것이 흠이긴 하나 대체로 훌륭했으며 조명도 제2막에서 낮과 밤의 구별을 불분명히 해준점 이외에는 아주 좋았고 음향효과도 괜찮다.
욕심을 더 부리자면 관객의 처지와 관련해서 하필 왜 이 곡을 선정했느냐 하는 필연성을 찾기힘들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학교당국의 재정적 뒷바라지가 충분히 못미친 여건아래서 이만한 성과를 거두었다는 것은 이 방면에 있어서의 학생들의 재능이 얼마나 큰가하는 것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것으로서 계발만 하면 얼마든지 발전할 수 있다는 업지의 발견이라는 면에서도 이번 공연의 의의는 크다고 본다. 앞으로 학교당국의 적극적인 후원과 학생들의 성의있는 참여가 조화를 이루어 결실을 맺을 때 대건신부 연극반의 앞날은 매우 밝은 것일 수 있으며 하나의 학교전통으로까지 확립시킬 수 있지 않을까 본다. 학생들의 분발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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