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정거장에서 짧은 기적소리가 들려왔다. 포근히 내리는 눈속에서 쳐다보이는 산동네의 불빛들이 아늑하기만 하다.
형철은 연탄 리어카아를 아이들과 함께 밀어준 이야기를 신나게했다.
『그래, 잘했구나 형철인 놀기만하는게 아니라 착한 일도 많이 하는구나』
아버지는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나서 형철의 어깨의 눈을 털어준다. 그리고나서 형철이와 아버지는 한동안 말없이 걸었다.
『공연히 고생했겠구나…』아버지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아빠 뭐가?』
형철은 아버지의 얼굴을 의아스럽게 쳐다본다.
『새장 말이다』
『아빠 새장 왜?』
『만드느라 고생말고 큰댁에서 빌려오면될 걸 그랬잖아』
『형철아, 아빠가 할 수 있는 일은 자기 힘으로 하라고 했다면서 만들었는데…』
형철은 못마땅한듯이 말했다.
『그래…』
하고 말했으나 아버지는 속으로『아차!』후회를 했다.
어린아이들이라고 만만하게 보아서는 안되겠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버지는 언제나 형일이와 형철이에게 자기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남의 힘을 바라지 말고 자기 스스로 해야한다고 교육했던 것이다. 아버지는 자기의 일상적인 교훈을 아이들이 잘지키고 있다는 그 한가지가 얼마나 대견한지 몰랐다.
아버지로서의 책임같은 것을 다시금 느꼈다.
『아빠, 앞에 영호 엄마가 가』
광우리를 이고 앞서 올라가는 아주머니를 가리키며 말했다.
『영호 요즘도 신문배달하니?』아버지는 앞서가는 영호어머니가 듣지못하게 낮은소리로 말했다.
『응』
『모자가 참 고생이구나. 』
아버지는 걱정되는듯이 말했다.
영호는 형일이와 같은반이다. 집은 형일네 집에서도 썩 더 올라가는 곳에 있다. 몇 해 전에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부터 영호는 어머니와 외롭게 살고있다. 살아가는 형편이 말이 아니다.
영호의 아버지와 형일의 아버지는 어릴때부터의 친구였다.
영호는 장사를 하면서 학교에 보내는 어머니의 고생을 덜기위해서 지난해부터 신문배달을 하고있는 것이다.
형철이와 아버지는 영호 어머니를 따라섰다.
『아주머니!』
형철이가 반갑게 불렀다.
그 소리에 영호 어머니가 돌아섰다.
『안녕하셨어요』
아버지가 다정스럽게 인사를 했다.
『네, 형철이 어떻게 아버지와 함께』
『저 아래서 만났어요』
『그래 장사 잘됩니까?』
『그저 그래요』
『그래요 잘돼야겠는데 그래 영호는 요즘도 신문을 배달하지요』
『네 어린게 고생이 많아요』
『그래 그놈은 착해서…』
세 사람은 다시 걷기 시작했다.
『형철이는 언제봐도 명랑하구나…그런데 형일이는?』
『형 집에 있어요』
『그런데 요즘은 왜 통 놀러안오지?』
『아, 애들이 모두 외가에 갔다가 어제 돌아왔어요』
『응 그래서 보이질 않았구나』
『시골에서 참샐 가져와서 큰놈은 오늘 새장을 만들었대요』
참새 이야기가 나오자 형철은 또 신나게 됐다.
『새장 우리방에 있어요 오늘 동네아이들 많이 구경왔어요』
『그래, 참 좋겠구나. 』
『그래 요즘도 과일갖고 행상을 하셔요?』
『과일은 과일인데 행상이 아니라 시장 입구에 놓고 판답니다. 시장 입구가 한곳이면 모르겠는데 여러곳이 돼서 한쪽에서 오는 손님 밖에는 상대를 못하게 돼서…』
『시장안에 조그마한 가게라도 얻으면 두 식구가 살아가기엔 걱정이 없을텐데』
『그게 쉽게 됩니까 권리금만해도 큰돈인데…시장 입구나마 마음놓고 앉게하면 좋겠는데 그것도 쫓겨다닐 때가 많은걸요. 』
『그래요』
형일의 아버지가 걱정되는듯이 말했다. 형철은 영호의 어머니가 가엾게 생각되었다.
아버지가 있는 자기집은 정말로 행복하다고 생각되었다.
집이 가까와지자 형철은 무엇을 생각했는지 아버지의 손을 놓고 앞으로 뛰어갔다.
형철은 대문을 들어서면서
『엄마!』
하고 큰소리로 어머니를 불렀다.
『왜 그러니?』
하며 어머니가 부엌에서 나왔다
『있잖아 영호엄마와 아빠가 저기 와』
『아빠도 오시니』
『응 근대말야 영호엄마 사과 다 못팔았대. 우리가 사줘!』
형철은 어머니의 손을 잡고 대문쪽으로 어머니를 끌고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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