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밤이 깊었다. 차가운 밤바람이 피부를 스쳐간다.
바람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왔다가가는 보이지 않는 것이지만 그러나 확실히 존재하는 것임에는 틀림없다. 우리의 인생도 이와 같이 왔다가 가는 허무한 것이나 아닐까 걱정된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보니 나는 내 자신에 대해서 몹시 불안해졌다. 나는 인생의 모순을 느낀다. 자신을 너무 평범한 인간이라 생각할때 자신이 너무 초라한 생각이 들고 내가 비범한 인간이라고 생각하기에는 나 자신이 너무 부족함을 느낀다. 인간은 아마 모순속에 사는것인지 모른다. 자신에 대한 불안 사회에 대한 불안 인류에 대한 불안 등 아마 인간은 불안을 떠날 길이 없나 보다. 그러나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만일 인간이 동물이나 천사라 한다면 불안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불안을 느끼는 것은 인간이 불완전 하기 때문이라는 것 보다는 인간만이 가지는 특징이 아니겠는가? 인간이 불안하면 불안할수록 그 사람은 위대하다고 본다. 왜냐하면 그 사람만큼은 그래도 사색하고 산다는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무엇에 대한 사색일까요 인간은 무한앞에 섰을 때 불안과 공포를 느끼며 영원을 대했을 때 불안과 절망을 느끼게 되는 것 아닐까? 또한 불안을 느끼는 동기는 죽음이라는 필연적 사실 때문일지도 모른다.
극히 소수의 사람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도의 차이는 있을망정 대개 어떤 불안한 느낌속에서 그날그날을 생활하고 있다. 이 불안한 느낌은 생활의 불안에서 오는 것이라고 하기보다는 인간의 본질적인 곳에 뿌리박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런 종류의 불안을 해소하기보다는 불안을 가졌다는 그 자체에 더더욱 불안을 느끼며 사는 것이 아닐까? 사람은 너무 큰 행복 속에 있을때는 그것을 상실할 예감 때문에 불안해지기도 한다. 가졌던 것을 잃을까 하는 불안, 잃은 것을 되찾지 못하는 불안, 불안은 확실히 많은 종류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그 불안을 없애려는 노력은 사람을 한층 더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가 되지 않을까 한다. 우리는 흔히 어떤 어려운 상태에서 이탈하고 싶어하고 그것을 망각하고 도피하고 싶은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그러나 그것은 헛된 수고가 아닐까?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불안속에서 불안과 더불어 그것을 극복하며 살아야하고 도피보다는 초월해야 하는 정신력을 가지는 것이 불안을 이기는 가장 좋은 길이라 본다. 인간은 불안을 통해 자아를 재인식하고 자기 완성의 지름길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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