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은 왜 안오지?』
형일의 어머니는 경대위의 탁상시계를 쳐다본다. 열한시가 다돼간다.
아이들이 돌아와야 어머니는 성당에 가게끔 돼있다. 잠시후에 대문소리가 났다.
이제 오는 모양이구나.
하고 어머니는 생각했다.
그러나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대문소리만날뿐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함께 밖에 나갔다가 돌아올 때면 언제나 서로 먼저 들어오겠다고 한바탕 대문간이 왁자지껄 하기때문이었다.
어머니는 미닫이를 열고 마당을 내다보았다. 형철이 혼자다. 피스가 꼬리치며 달려들어도 형철은 아는척도 하지않는다. 얼핏 보아도 시무룩한 표정이다.
『형철아 왜 혼자 오니?』
그러나 형철은 대답이 없다.
성당에서 무슨일이 있었나 보다.
『형일이랑 유미는 왜 안오니?』
어머니는 안방에 들어서는 형철이에게 다시 물었다. 역시 대답이 없다.
『너 오늘 몹시 저기압이구나』
어머니는 놀려주듯 말했다.
형철은 방바닥에 엎드렸다. 팔 위에 머리를 박고 보리 먹은 송아지처럼 씩씩 거린다.
어머니는 형철의 머리맡에 앉아서
『형철아 왜 그러니?』상냥하게 물었다.
『주일학교 수녀님이 야단쳤단 말야』
형철은 입속에서 중얼거리듯 말했다.
『수녀님이?』
어머니는 놀란듯이 말하고 나서『네가 괘니 까불었기 때문이었지』
어머니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으나 좀 언짢았다.
형일은 주일학교 교리시간에 옆자리에 앉은 명호에게 저희집 참새 이야기를 했다. 명호는 형철이네동네 아이가 아니다. 그러기 때문에 형철은 자랑을 하고 싶었다.
명호는 호기심에 눈을 빛내며 바싹 다가앉았다. 처음에는 이야기를 하는 수녀님의 눈치를 살피면서 소근거렸다. 그러나 좀 흥이나기 시작하자 말소리가 커졌다.
『네 마리나 돼!』
명호가 큰소리를 질렀다.
그 소리에 아이들이 뒤를 돌아보았다. 두 아이는 당황했다. 그러한 것이 우스웠던지 아이들이 와 소리를 내고 웃었다.
『자, 모두 조용해요』
수녀님은 아이들을 둘러보며 말하고 나서
『시간중에 이야기 하면 안되요』
형철이와 명호에게 주의를 주었다. 다시 교실은 조용해졌다.
형철은 수녀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시간이 거의 끝나가고 있을때
『형철아 참새 뭘 먹니?』
명호가 형철의 옆구리를 찌르며 말했다.
『좁쌀』
형철은 머리를 숙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 명호는 무슨 소리인지 알수가 없었다.
『뭐?』
명호는 저도 모르게 큰소리를 질렀다.
아이들이 또 뒤를 돌아보며 아까보다 더 큰소리로 웃어댔다. 형철은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조용히 해요. 한번 주의를 줘서 듣지않는 어린이는 착한어린이가 못돼요 그렇지요?』
수녀님은「그렇지요」에 힘을 주어 말했다. 그러자 아이들은『네!』
소리를 맞춰 크게 대답했다.
형철은 아이들이 큰소리로『네!』하고 대답한 것이 마치 자기를 나쁜아이로 규정하고 따돌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물론 시간중에 잡담을 한 것이 나쁘다는 것을 알기는 했으나 불쾌했다.
언제나 주일학교가 끝나면 동생 유미랑 형일이랑 함께 집으로 돌아오곤 했으나 오늘은 혼자서 집에 먼저 왔던 것이다.
『형일아 수녀님도 엄마와 같은 사람이란 말야. 엄마도 화가 나면 너희들을 야단치기도 하고 어떤땐 때리기도 하잖아. 교리시간에 떠드는 아이는 다른데서 까부는 것보다 더 나쁘단 말야…』
형일의 어머니는 미사때에 어른들이 주책없이 이야기를 주고 받거나 또 아이들이 떠들어대는 것을 몹시 싫어했다.
그러한 것을 볼 때마다 모두가 어릴때부터 장소를 구별하는 교육을 받지못하고 성장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무엇이나 하는 일에 한계가 명확하지 않고 어디나 자기집의 연장인줄로 알고있는 우리들의 나쁜습성이라고 생각해왔던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언제나 아이들에게 그와같은 것을 타일러 왔다. 그런데도 형철이가 교리시간에 떠들다 주의를 들었다고 하니 기분이 좋을 수는 없다.
엎드려서 어머니의 말을 듣고 있던 형철이가
『수녀님을 나쁘다고 한게 아냐. 아이들이 얄밉단 말야』
화가 다 풀렸는지 피식 웃으며 일어났다.
『아이들이 왜 얄밉니?』
어머니가 웃으며 말했다. 그때 대문소리가 나며
『엄마, 형철이 오빠왔어? 』유미가 소리치며 마당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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