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일이와 형철이가 참새를 기르기 시작해서 일주일이 지났다.
『엄마!』
바깥에서 돌아온 형일이가 저희들 방에서 문을 열고 소리쳤다.
『엄마 참새 한 마리 어떻게 했어?』
어머니가 생각했던 대로이다. 어머니는 그대로 있을 수가 없게 되었다.
『글쎄 죽었단다』어머니는 부엌에서 나오며 낮은소리로 말했다. 어머니는 자기가 잘못해서 참새 한마리를 죽게한 것처럼 느끼고 있었다. 무엇인가 생각하는 표정을 짓고있던 형일은
『엄마 참새가 죽을 때 굉장히 괴로워 했어?』하고 물었다.
『엄마가 봤을 땐 이미 죽어 있었는 걸…』
어머니는 형일의 슬픔을 건드리지 않으려고 아무렇지도 않은듯이 말했다.
아이들이 밖에 나간 다음 어머니는 아이들의 방을 청소하다가 참새가 죽어있는 것을 발견했던 것이다.
『엄마 참새 죽은 걸 어떻게 했어?』
『뒷마당에 내버렸다. 』
『참 엄마두…』
형일은 어머니를 나무라듯이 말하고서는 씩씩거리며 뒷마당으로 갔다.
이때 대문이 삐익 소리를 냈다.
『엄마 형 집에 있어?』
『뒷마당에 있다』
『엄마 왜?』
『참새 한마리가 죽은걸 내버렸더니 그걸 보러간 모양이구나』
『엄마 참새가 죽었어?』
형철은 놀란 소리로 말했다.
그리고서는 저희방 문을 열고 새장을 바라본다. 문을 쾅 소리나게 닫고 뒷마당으로 뛰어간다. 유미도 말없이 형철을 쫓아갔다.
잠시후 아이들은 죽은 참새를 손에 들고 대청앞에 섰다. 형일이가 들고있는 참새를 형철이가 만져본다.
『엄마 만져봐 굉장히 싸늘해』
형일이가 말했다.
어릴때 우락부락하고 까불기만했던 형일이 같지 않다고 어머니는 생각했다. 어머니는 아이들이 측은하기까지 했다.
『그럼 죽은지 언젠데…』
『그래 아빠 말이 맞구나…』
형철이가 힘없이 말했다. 처음 참새를 가지고 온날 아버지가 참새는 오래 기르지 못하는 새라고 하던 말이 생각났던 것이다.
『참새 들고 있어』
형일은 형철이에게 참새를 주고 광속으로 들어갔다. 삽과 신문지를 들고나왔다.
『은행나무 아래에 묻어주자』
아이들은 뒷마당으로 갔다. 형일이가 삽으로 언 땅을 파기시작했다. 삽끝이 땅에 박히지 않는다.
『형철아 광에 가서 곡괭이 가져와』
『그래』
형철은 죽은 참새를 형일에게 주고 뛰어가서 곡괭이를 가져왔다. 곡괭이도 땅에 잘박히지는 않았으나 그래도 삽보다는 쉽게 땅이 파헤쳐졌다.
『형 깊이 파야 돼』
『왜?』
『그래야 얼지 않고 또 빗물도 안 들어간단 말야』
『이만하면 돼』
형일은 죽은 참새를 신문지에 싸기 시작했다.
『형 잠깐만』
『왜』
『좋은수가 있어』하고 형철이는 뛰어가서 양말 포장용 비닐봉지를 가지고 왔다.
『신문지에 싸고 이걸로 또 싸면 좋아』
『응 제법 생각이 잘드는데…』
다른때 같으면 소리를 내고 둘이서 깔깔대고 웃었을터인데 오늘은 그렇지 않다. 아이들은 은행나무 아래에 죽은 참새를 묻었다. 여름철에는 쓰르라미가 노래하고 또 언제나 참새들이 잘 모여드는 은행나무 아래에 묻은 것이다.
흙을 동그랗게 덮었다. 그래도 무엇인가 부족한것 같다. 돌멩이를 꽃밭 둘레처럼 나란히 놓았다. 그래도 무엇인가 부족한것 같다. 그리하여 마른 나무가지로 조그맣게 십자가를 만들어 세웠다. 피스처럼 오랫동안 정은 붙지않았으나 그래도 퍽 서운한 생각이 들었다. 짧은 일주일동안 이지만 형일이와 형철은 참새 기르기에 정성을 다했다.
아이들은 앞마당으로 들어왔다.
『엄마 십자가도 세웠어』유미가 자랑을 했다.
『애들도 참새 무덤에 십자가를…』하고 어머니는 웃었다.
『하느님이 만드신건데 십자가를 세우면 안돼?』
형일이가 말했다.
철이 없고 장난꾸러기로만 알고 있는 아이들인데 어쩌면 그같은 따뜻한 마음씨를 가지고 있었을까 어머니는 대견스럽기만 했다.
『그래 잘 했다』
어머니는 눈시울이 뜨거워지며 형일이가 다섯 살 때의 일이 눈 앞에 떠오르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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