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우에 따라서는 양 당사자 본당에서 관할구역의 재조정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문제의 구역에 유력한 신자들이 있다든가 또는 그밖의 이유로 쉬 재조정하기를 망설이는 다분히 정치적 이유들도 있다하니 쉬운일이 아닌듯 하다. 그러나 교회가 어디까지나 어떤 특정인이나 특정집단의 개인사물이 아닌 이상 완전한 합리화를 지향하여 부단히 재조정할 필요가 있음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으리라 사료된다.
특히나 현한국실정처럼 발전변화가 급속히 진행되고있는 형편하에서는 더욱 시급하다 하지 않을수 없다.
본당 관할구역을 설정하는 원칙으로서는 우선 일정한 구역내에 본당을 설립하되 되도록이면 그 구역 중심점에 가까운 곳으로 교통이 편리해야한다.
그러므로 주일미사나 그밖의 신심행사에 쉽게 나올수 있게 하고 또한 생활 중심지와 근접하여 일상 용무를 보러 나왔다가도 잠깐 들릴수 있는 지점이라면 이상적이라 하겠다. 구라파 같은 기독교문화권에서는 흔히 볼수 있는 정경이지만 시장에 가는 길에 또는 출퇴근길에 얼마간의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성당에 잠시 들려 기도하고 묵상하는데 이는 자기의 생활이 신앙생활과 그만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말하며 이는 또한 성당이 그렇게 편리한 지점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되어 성당의 위치가 얼마나 신앙생활과 상관이 있는가를 설명하여 주는 하나의 좋은 예라고 할수 있다.
물론 한국의 실정으로 보아서 그 구역중심지에 성당자리를 잡는다는 것은 좀 무리한 일일런지 모른다. 그런지점이라면 적어도 평당 10만원에서 수 10만원까지도 호가하겠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심지에서 약간만 뒤로 물러선다면 지가가 훨씬 싸지므로 이런 지점에는 비교적 쉽게 구할수 있으리라 생각되며 경우에 따라서는 기존성당의 환지(換地)도 고려해 볼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따라서 새로 본당을 설립할 때는 여러가지 입지조건을 잘 참작하여 과부족이 없도록 사전에 충분한 연구 검토가 앞서야 할것이다.
본당의 위치도 문제이지만 문제는 본당의 구역을 어떻게 설정하는냐에 있다. 원래 본당을 새로 설립할 필요가 생기면 먼저 적당한 규모로 지도상에 대략 선을 그려보되 이 선은 지리적 사회적 문화적선과 일치하여야 한다. 가령 큰 길이 있어서 자연적으로 경계선이 이루어졌다든가 철로가 횡단하여 왕래하기가 불편하다든가 시내나 큰 하수로가 있어서 자연적 장애가 되는 경우 등 이들이 본당 경계선이 될수 있으며 사회학적으로도 되도록이면 동질적 구역으로 구분하여 사목적으로 각각 특별 고려를 할수 있도록 하면 좋을것이다. 도시본당인 경우 지리적으로 많이 안 떨어져 있으면서도 이질적집단이 혼재하는 사례가 흔히 있다. 번화한 상업구역 바로 뒤에 요식점들이 몰려있는가 하면 그 바로 뒷골목에는 주택들이 있는 등이다. 이런 경우에는 부득이 이질적 요소들을 종합한 한 본당을 이루되 각각 다른 구역으로 분담하여 사목함이 좋을 것이다.
도시에는 흔히 아파트군들이 있다. 좁은 면적에 많은 가구를 수용키 위하여 입체적으로 4ㆍ5층 경우에 따라서는 10여층까지도 공중으로 올라가 살게 되는데 이런 경우에는 평면 면적적으로는 크지 않으나 인구밀도가 높기 때문에 본당 관할구역은 좁아도 능히 한 본당을 형성할수 있으며 아파트 주민들은 대략 동질적이어서 사목에 큰도움이 된다. 아파트 주민들을 분석해보면 시민아파트는 이향민 이농민들이 도시로 유입하여 생활 기반을 잡기위한 임시 근거지적 역할을 하는곳으로 이동이 극심한 것이 상례(常例)이다. 어느정도 자리가 잡히고 안정되면 고지대인 시민아파트를 떠나서 시중으로 이도(移徒)가 버리기 때문에 자기 본당에 교적도 안 올리고 사는 경우가 흔히 있다. 따라서 이런때에는 이향자를 위한 사목에 주력하여야 할것이다. 반면에 맨숀아파트에는 부유층들이 살기 때문에 사목방향도 달리 하여야 할것이다.
대도시 변두리에는 흔히 신흥층들이 이루는 새주택지구들이 형성되고있다. 이 지역에는 흔히 공무원ㆍ상인ㆍ교원ㆍ사무직 종사자들이 살며 이들은 학벌도 있고 생활도 비교적 안정된 젊은 가정들이 많은것이 특색이다. 독립가옥에다 약간의 정원도 있는 살림집들의 집단으로 동질적이어서 사목에 유리하다. 본당으로서는 새로우나 생활수준이나 교의정도가 비슷하므로 4方에서 모여 살지라도 본당에서 잘 연결만 시켜준다면 쉽게 빨리 본당공동체를 형성할수 있으므로 이런 지역은 되도록 동질적지역만을 묶어서 한 본당을 이루도록 배려해야 하며 본당공동체안에 구역별로 한 가족같은 유대를 맺을수있도록 반상회나 그밖의 모임을 만들어 서로 알고 살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도 사목상 유익한 일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볼 때 이론처럼 그리 쉬운일은 아닌듯 하다.
따라서 본당 관할구역 문제나 그밖의 교회 사목정책 수립에 있어서 우리는 좀 더 신축성 있고 현실적이며 외부의 여건변동에 민감한 통일성 있는 유기적 계획을 세웠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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