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형일은 다섯 살이었다. 까맣게 반짝이는 눈이 여간 아름답지 않았다.
오뚝한 코 하얀 얼굴 빠지는데 없이 잘 생기고 키도 다른 아이들에 비해 컸다.
『그놈 참 잘생겼구나』
형일이가 골목에서 놀고있는 것을 보고 지나가는 사람마다 이렇게 칭찬했던 것이다.
형일은 어렸을적에 생김새도 잘생겼지만 하는것도 보통상식으로는 생각할수 없을만큼 엉큼했다.
여름철 어느 날 직장에서 돌아온 아버지는 팔목시계를 책상위에 풀어놓고 목욕탕으로 갔다.
그런데 목욕탕에서 돌아와보니 시계가 보이지를 않았다.
『여보 시계 어떻게 했어요』
아버지가 부엌쪽으로 소리쳤다.
부엌에서 저녁준비를 하고있던 어머니가 젖은 손을 앞치마에 닦으며 방에 들어섰다.
『아니 시계는 어디놨기에 그러셔요』
『목욕갈때 책상위에 놓구갔는데 집에 누가 왔댔어요』
『아니요 아무도 온 사람이라곤 없는데…』
『그럼 시계가 발이 생겨서 어딜 갔겠어요』
아버지와 어머니는 책상서랍이며 장농속까지도 뒤졌다. 쥐도새도 모르게 감쪽같이 없어진 것이 이상한 일이라고 며칠을 두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날 형일의 아버지와 같은 직장에 다니는 김씨아저씨가 형일이네집에 놀러왔다.
형일의 아버지는 집이 가까운 언덕길에서 며칠전에 시계가 없어진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나서
『아무래도 우리 형일이가 어떻게 한것 같기는 한데…』
웃으며 말했다.
『그래요. 그럼 내가 그 사건을 해결해 볼까요』
하고 김씨 아저씨도 유쾌하게 웃었다.
형일은 신이 났다. 김씨 아저씨가 과자도 사오고 또 집에서는 여러가지 맛있는 음식도 했기 때문이다.
식사가 시작되었다. 형일이 아버지와 김씨 아저씨는 술잔을 서로 주고받곤 했다. 그러다가 김씨 아저씨가 생각난듯이
『이 형 난 저번에 지이프차를 주고 엿을 한아름이나 바꿔먹었잖아요』
형일의 아버지에게 눈을 끔벅이며 말했다.
그러자 형일은 얼른 김씨 아저씨의 옆에 가서
『아저씨 난 시계주고도 엿 이만큼 바꿔먹었는데요』
두팔을 크게 벌리고 으시대며 말했다. 형일은 김씨 아저씨의 유도작전에 그만 걸려들었던 것이다. 시계 분실사건은 의외에도 쉽게 해결되었다. 형일이 아버지와 김씨 아저씨는 하도 어이없어 큰소리로 한동안 웃기만 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아버지는 형일이에게 세발자전거를 사주기로 약속하고 있었다. 그러나 곧 자전거를 사주지 못했다.
어느날 아침 아버지가 직장으로 가려고 하는데
『아빠, 오늘은 자전거를 사와야 해』
하고 형일은 아버지에게 매달렸다.
『그래, 사줄게』하고 집을 나섰다. 그러나 저녁에 돌아온 아버지는 종이봉투만 들고왔다.
『아빠, 자전거?』
『응. 오늘은 말야 아빠가 좀 바빴어 며칠후에 꼭 사줄게』
아버지는 형일의 손을 잡고 대문안으로 들어서려고 했다. 형일은 와 울기 시작했다.
『형일아, 며칠후에 사준대두…』
아버지는 형일을 달랬다. 어머니가 대문으로 뛰어나왔다.
『형일아, 아빠가 며칠후에 사준데두…어서 들어가 밥먹자』
아무리 달래도 형일은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화가 난 아버지와 어머니는 그만 집으로 들어가버렸다.
형일은 대문 밖에서 한참동안 엉엉 울었다.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밥상을 차려놓고 어머니가 대문밖으로 나갔다.
그러나 형일은 보이지 않았다. 골목에서 놀고있는 아이들도 보이지 않았다. 어머니는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형일아 형일아!』
골목을 나가면서 소리쳤다. 그러나 형일은 대답이 없었다. 어머니는 언덕 아래 큰길까지도 찾아보았다.
-애가 어찌된 걸까.
형일의 어머니는 울상이 되어 철호네 집에 갔다. 철호는 형일을 봤다고 했다. 형일의 어머니는 기뻤다. 다시 캐물었다. 점심 때에 봤다는 이야기었다. 두 어머니는 그만 웃고말았다.
아버지는 형일을 찾아나섰다. 형일을 부르는 아버지의 굵은 목소리가 멀리까지 퍼졌다. 그러나 형일은 간 곳이 없다.
큰길에서 만난 아버지와 어머니는 옷을 갈아입고 파출소에 신고를 하기로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마당에 들어서자 지붕 끝에서 무엇인가 검은것이 약간 움직이는것 같이 느껴졌다. 아버지가 얼른 회중전등을 비쳤다. 불빛이 동그랗게 비치는 속에 형일이가 있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기쁘기도 하고 기가 막히기도 했다.
『임마 거긴 어떻게 올라갔니?』
아버지가 웃음섞인 소리로 물었다.
형일은 시무룩해가지고 손가락으로 장독대의 장독을 가리키었다. 형일은 이러한 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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