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의 쏘피스트시대에 고르기아스라고 하는 궤변론자는『첫째로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둘째로 어떠한 것이 존재한다 하드라도 그것을 알 수가 없다. 셋째로 어떠한 것을 알 수가 있다 하드라도 그것을 전달할 수가 없다』라는 기발한 주장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고르기아스의 이 야릇한 주장은 어쩌면「교회안의 대화」라는 것에 그대로 들어맞는 궤변이 될는지도 모르겠다.
『첫째로 한국교회 안에는 아무런 대화도 존재하지 않는다. 둘째로 어떠한 대화가 존재한다 하드라도 그것을 이해할 수가 없다. 셋째로 어떠한 대화를 이해할수가 있다 하드라도 그것을 전달할 수가 없다』
이것은 궤변만도 아닌것 같다. 무엇인가 우리들의 심각한 현실을 말하는 것이있다. 첫째단계가 우리나라 교회의 지도층이라면, 둘째단계는 제2차「바티깐」공의회같고 셋째단계는 평신도의 경우 같다. 물론 본래가 궤변인지라 논리적이거나 충분한 근거를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대화가 없는 곳에 침묵이 있고 침묵이 있는 곳에 오해와 갈등이 있고 또 거기에 분렬과 파벌이 있기 마련이다. 강자의 침묵은 위역이고 약자의 침묵은 공포라고 들었다. 이것이 우리들의 현실인것 같다.
대화의 단절은 현대세계의 일반적인 특징으로 되어있으니 교회안에서만의 현상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내용은 대단히 다르다. 하나는 격심한 변화에서 생긴것이요. 하나는 변화를 외면하고 굳어버린 독선에서 빚어진 것이다. 더욱 적절히 말하자면 한국교회는 대화의 단절도 아니요. 대화의 부재도 아니요 대화이전인 것이다. 대화라는 것을 인간적 생명의 근본적인 현상이라고 보고 대화를 기준으로 한국교회를 본다면 그것은 아직 대원군의 시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 가지점을 들 수 있겠다. 하나는 양반과 상품의 계급이 엄연하던 봉건사회의 잔재가 남아있는 것이다. 그만큼 신분적인 차이를 의식하기 때문에 꿈에도 대화같은 것은 생각하려고 하지 않다는 뜻이다. 다음은 옛날의 대원군은 정치적인 진국주의로 독재를 일삼고 국민을 억력했으나 현재의 지도자들은 정신적인 진국주의로 독선에 잠자고 있는것 같다. 하다못해 제2차「바티깐」공의회도 아랑곳 없다. 공산주의자는 마귀같은 것이라고 공서하는가 하면 종교개혁을 이르킨 말틴 루터를 단순한 배교자로 밖에는 여길줄 모르는 정신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그들은 일방적으로 초자연에 대한 설교만을 할 줄알았을뿐 자연에 대해서는 가르칠 줄을 몰랐다. 신앙이란 결국은 눈감고 아웅하는 식의 진정제 역할을 하는 것이 고작이다. 마지막으로 대외적인 국제관계가 또한 대원군시대를 벗아나지 못하고 있다. 아직도 외국 선교사들은 현대를 대원군시대로 착각하고 있는것같다. 우월감, 민족 차별의식을 극복할 덕성을 갖추지 못한채 타국에 와서 가르치겠다는 것은 서로 괴로운 일이다. 그것은 우리 민족의 숙명적인 약점으로 되어있는 사대주의를 더욱 조장할뿐이다.
이와같이 대화라는 것을 기준으로 우리들의 사정을 따지고 보면 서럽기만 하다. 대화라는 글자는 밤하늘의 별들처럼 멀리 멀리 있는 것이다. 언제 다시 돌아가게 될지 모르는 아득한 고향을 생각하는것 같이 고독을 안겨주는 말이다.
우리가 모색하는 대화는 물론 사이비대화가 아니다. 어떤 이권을 위해서 어떤 야욕을 채우기 위해서 아부하고 아첨하고 사교하고 선전하고 중상모략하는 대화가 아니다 무슨 파티. 무슨 세미나, 무슨 대회에서 오고가는 소란한 대화가 아니다. 우리가 갈망하는 대화는 우리들의 고독을 채워주는 대화다. 참으로 인간이 회복되었음을 느끼게 하는 대화다.
우리교회가 대화 이전의 상태에 있다는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그것은 아직 우리가 인간적인 것이 아니라 내적인 것이므로 우리들의 내면에 정신적인 변화가 요구된다는 점이다. 대화보다도 그리스도가 잠에서 깰때까지 절규해야 할것 같다. 우리들의 병을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큰소리로 외쳐야 할 것 같다. 지금이야말로 죽음을 각오하지 않으면 참으로 죽어버리고 말 위기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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