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언론의 특징을 위축과 횡포의 두 요소가 불가피하게 공존하는 현상이라 한다면 이와 비슷하게 한국 천주교회 내에 있어서도 공의회 이후 대화의 양상은 위축과 횡포의 두 측면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인간을 존중한다는 것은 그 개성을 존중한다는 것이며 인간의 개성은 그의 사상에 달려있기 때문에 인간을 존중하기 위해서는 사상의 자유를 존중하지 않을수 없다. 사상은 밖으로 표현되기를 원하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도 포함하고 있다. 그 표현은 대인코뮤니케이션이나 인쇄ㆍ출판ㆍ현대적 전파미디어를 통해서 이루어질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대화란 용어는 구두적인 상호전달만이 아니라 인쇄나 전파 미디어를 통한 전달도 의미한다.
공의회 이후 발표된 여러 교령에 대화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강조한 것은 가톨릭교회만이 모든 진리의 소유자가 아니라 갈라진 형제 다른민족 비신자 또는 젊은이들에게까지도 진실이 있음을 전제하고 그 정당한 차이점을 인정하여 다원주의 속에서 참된 하나의 진리에로 의견의 총화를 이룩하려는데 있다고 보겠다. 그런데 사회사조는 무엇이 진리냐의 문제를 소위「사상의 시장」에 내놓고 물건을 사고팔듯이 판결하려 한다. 이런 경향에서는 무엇이 진리이고 가치가 있느냐의 결정을 다수의 견해에서 찾고있다. 따라서『웅변은 이성에 불을 지를 수 있다』는 말처럼 몇몇 사람들이 격정과 편견을 가지고 진리를 조작하기도 한다.
이러한 대화의 현상이 우리나라에서도 가톨릭시보를 통하여 제시된바 있다. 어떤 좌담회에서는 신학생을 병신으로 취급하였고 어떤「컬럼」란에서는 교회 지도자를 유치원생으로 몰았다. 이러한 말의 횡포는 앞으로 점차 더 심해질지도 모른다. 물론 소수의 난폭자를 지도자의 아량으로 묵과할 수 있는 일이지만 교회는 옛날과는 달리 말의 횡포에 대한 법적 제재도 없으며 방송이나 신문인들끼리 자율적으로 언론의 책임문제를 다루는 법외적인 윤리위원회 같은 기구도 없다.
반면 일부신자들이 교회의 발전을 위해 조언이나 협조를 할수 있는 위치에 있으면서도 교회내에서의 대화를 기피하고 자기가 신자인 것을 감추려 하고 있다. 한국교회는 신자수가 전체인구에 비교하여 소수에 불과하다. 카알 라너 신부의 표현처럼 한국교회는 디아스포라적 존재에 있다. 한국교회에서의 대화의 촛점은 전교에 두어야 한다. 전교란 그리스도를 증거하는 것이며 교회가 이를 맡고 있다. 이 증거란 대화를 포함한 코뮤니케이션작용 이외 다른 것이 아니다. 대화를 원활히 하려면 본란에서 이미 지적되었듯이 대화를 위한 교육이 필요하며 지도자의 권위주의나 관료적 색채는 버려야 한다. 목자는 제도에 대한 봉사자가 아니라 백성을 위한 봉사자임을 알아야 한다. 전교하는데는 기회가 좋고 나쁜 것을 가릴 필요 없겠지만 (띠모테오 후서4장2절) 교회가 사회속에 존재하는 한 대중의 심리를 무시할 수도 없다. 「코뮤니케이션=변화압력x독립성」이란 이론을 설명할 지면이 없으나 변화의 압력이란 빗나간 의견을 변화시켜 집단적 의견과 합치하도록 집단성원들에 준하여 행동하는 압력의 크기이며 독립성이란 사회실재속에서 집단성원들이 준거기준으로서 서로 의지하는 범위를 말한다. 여기서 상이한 의견이 증가할수록 독립성의 크기는 감소하며 응집력이 증가할수록 독립성의 크기도 증가한다는 것이다. 사회내의 대화도 신앙을 토대로한 응집력을 증가시키지 않는다면 대화의 기회는 점차 약화될 것이다. 지도자의 권위주의나 대안없는 비판 등 해소할 수 없는고집은 대화의 힘을 약화시킬뿐 아니라 대중을 교회에서 이탈케하고 무력화 무감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신자들이 교회안에서 대화를 통하여 얻은 힘을 미신자들에게 전할 수 있도록 교회 분위기 조성 및 시설과 편리제공에 많은 배려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성직자의 스캔들이나 평신도의 이해관계에 얽힌 사고방식은 대화의 또 다른 저해요소로 하루 빨리 없어져야 할 것이다.
신자로서 가장 중요한 대화는 하느님과의 대화이며 이에 부름을 받았다. 결점있는 인간으로서 교회안의 대화에서 보다 성숙한 인간이 되고 내세에서는 완전한 사랑의 일치 속에 하느님과의 대화를 계속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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