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일이가 뻬삐노의 이야기를 한참 신나게하고 있을 때 형일이와 한 반인 영호와 욕심꾸러기 칠성이가 함께 왔다.
『뭐 이야기 하니?』
칠성이가 코를 훌쩍거리며 말했다.
『뻬삐노 이야기야 참 재미있다』
형일이가 대답하기 전에 형철이가 앞질러 말했다.
『삐삐가 뭔데?』
영호가 눈을 껌벅이며 말했다. 영호는 그런 버릇이 있었다. 아이들은 와하고 한바탕 웃어댔다.
별로 웃으운 일도 아닌데 형철은 쾌히 허리를 꾸부리고 배를 쥐고 돌았다.
『뻬삐가 아냐 뻬삐노야』
민호가 우쭐하며 말했다.
영호와 칠성이도 뻬삐노의 이야기를 모르고 있었다. 그러나 형철이가 재미있다고 했기때문에 영호와 칠성이는 와락 호기심이 났다.
『그럼 처음부터 다시 해』
무슨 일에도 욕심을 부리는 칠성이다. 말할때 영호의 얼굴에 침이 튀었다. 영호는 싫은 얼굴도 하지않고「병신」하며 손바닥으로 얼굴을 쓱 문질렀다.
『안돼 안돼 그냥 계속해!』
이야기를 처음부터 들어온 민호가 핏대를 세우며 말했다.
영호도 처음부터 다시 하라는 칠성의 편을 들었다.
『안돼 안돼 형일아 이제부터 들어도 알만하지?』
민호는 절대로 양보하지 않을 기세다.
처음부터 다시 이야기하라는 칠성이와 영호, 그냥 계속하라는 민호의 사이에서 형일은 난처한 입장이 되었다.
한참 이야기에 열이 오르고 있었는데 이제 다시 처음부터 시작한다는 일은 맥이 풀리는 일로 생각되기도 했다.
『이제부터 들어도 알 수 있어』
형일이가 웃으며 말했다.
『그래 이제부터 들어도 알만하단 말야 그렇지 자 빨리 계속해!』
민호가 말했다. 처음부터 이야기를 들은 민호는 하던 이야기를 그대로 계속시킬 수 있는 권리같은 것이 자기에게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조금치도 양보를 하지 않았다.
형일은 민호의 주장대로 이야기를 계속 하기로 했다.
그러나 뻬삐노는 아주 실망은 하지 않았다. 뻬삐노는 자기에게 힘이되어 주는 말을 언제나 잊지 않고있었다.
그것은 이탈리아에 있을 때 뻬삐노에게 과자며 다른 물건을 주곤했던 미국 군인 프한시스 사비엘 오봐로란 아저씨의 말이었다.
<뻬삐노야 아무리 괴로워도 실망해서는 안된다. 노력만하면 안되는 일이 없다. >
뻬삐노는 다미고 신부님에게로 갔다.
다미고 신부님은 뻬삐노의 이야기를 듣고나서
『다시 수도원장님을 찾아가 봐라. 만약에 층층대가 좁아서 당나귀를 데리고 들어갈수 없다고 하면 백년전에는 문이었는데 그 후 벽으로 만들어 버린 곳이 있을 테니 그 이야기를 해봐라. 원장님도 알고계실거야. 』
좋은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뻬삐노는 다시 수도원으로 갔다. 원장님은 주교님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들은 프란치스꼬 성인의 무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아씨지」를 찾아드는데 프란치스꼬 성인의 머리카락이나 또 다른 유물 같은 것이 남아있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있었던 것이다.
뻬삐노는 원장님을 만났다.
『원장님 저의 당나귀가 병들어 죽게 되었어요. 의사선생님은 희망이 없다고 했어요. 프란치스꼬 성인 무덤에 당나귀를 데리고 들어가게 해주셔요. 프란치스꼬 성인은 동물을 사랑했기 때문에 꼭 뷔오렛다의 병을 낫게 해주실 겁니다』
그리고 뻬삐노는 쟈니가 병든 고양이를 프란치스꼬 성인 무덤에 데리고 가서 기도를 했기 때문에 병이 나았다는 이야기를 했다.
원장님은 말없이 생각에 잠기고 있었다.
『쟈니란 아이는 고양이를 어떻게 무덤에까지 데리고 갔지?』
『저고리 안에 감춰가지고 들어갔어요』
『지나간 일은 할 수 없지만 얘야 그러나 앞으로는 절대로 안된다. 그러다간 수도원이 돼지우리가 되겠구나 더군다나 층층대가 좁고 구부러져 있어 당나귀를 데리고 들어갈수도 없다』
『그렇지만 오래전에 있던 문을 벽으로 발라버린 데가 있잖아요』
『그럼 수도원을 부셔뜨리란 말이냐』
원장님은 화를 버럭 냈다.
『그러지말고 집에 가서 프란치스꼬 성인께 기도를 드려라 꼭 들어주실거다』
이번에는 주교님이 말했다.
『주교님 저의 뷔오렛다는 다른 당나귀와 달라요, 병이 난 후 웃지않고 있지만 프란치스꼬 성인 무덤앞에 가면 웃을 거예요. 그러면 프란치스꼬 성인은 뷔오렛다의 병을 낫게할 거예요. 』
그러나 원장님은 뻬삐노의 청을 들어주지 않았다. 뻬삐노는 돌아오는 길에 또 다미고 신부님을 찾아갔다. 뻬삐노의 말을 듣고 난 신부님은 혼잣말처럼 했다.
『흐흥…원장님의 마음대로도 하실 수 없겠지…』
『그럼 누구한테 부탁하면되요?』
『그야「로마」에 계신 교황님의 명령이면 되지. 교황님은 너의 사정을 아시면 탄복하실걸, 훌륭하고 좋으신 분이시니까…그러나 바쁘시기 때문에 널 만나 주실지가…』
뻬삐노는 교황님을 만나러 가기로 결심했다.
집에 돌아간 뻬삐노는 뷔오렛다에게 먹을 것도 주고 자꾸만 콧등을 쓰다듬어 주기도 했다.
뷔오렛다는 쟈니에게 잘 부탁했다. 뻬삐노는 눈물을 닦고 집을 나섰다. 뻬삐노는 미국군인 프란시스 사비엘 오봐로 아저씨가 하던 것처럼 엄지손가락으로 신호를 하여 지나가던 트럭을 세우고 올라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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