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새로운 길도 아닌 길을 새로운듯이 걸어가야 한다. 내일이라고 해서 다를리도 없는 길을 한없이 걷는것이다. 내일의 어떤 약속이라도 하듯이「내일은, 내일만은」하고 사람들은 보지도 못한 내일에 대해 희망을 걸고 살아간다. 그 내일이 이제는 1971년이란 이름으로 오늘은 1972년이란 이름으로 우리들 앞에 나타난다. 이러기를 몇 년하다가 우리는 가졌던 생명을 잃어버리고 만다. 그리고 영원이란 어떤 시간 아닌 시간으로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지난날들을 돌이켜 보건대 슬펐던 일 즐거웠던 일, 그리고 흐뭇하기도 했던 일들, 또 어떠했다고 규정지을 수도 없지만 어쨌든 어느 항에 속해 지나왔던 일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이것과 저것 사이에 낀 인생. 길다란 목숨이 차라리 짧거나 굵었으면 하는 아쉬움, 그래도 살아야만 하는 목숨이 불쌍하지만 참노라면 그런대로 행복한, 불행한 사람들이다.
이런 이들에게는 슬픔이 가시는 날이 없다. 행복이라든가 불행이라든가를 단정짓는다면 그 어느것도 거짓이 되고 마는 인생이다. 산다는 것은 그 자체가 죽음이 가까워진다는 것이고 사라져가는 자기한테서 자아를 발견하려는 것은 삶에 대한 애착의 변명이라 하겠다. 그 애착이라는 것이 또한 불완전에서 완전하려는 어리석음이 아닐까. 이런 삶의 부조리에 타성이 되어버린 인간은 확실히 부조리속에 살고 부조리화 되어버린 것이다. 이것이 현실이고 보면 현실은 모순이고 또 그것이 세상이다. 마른 모래에 물이 스며들 듯 무엇이 가슴깊이 스며들었으면 하는 애절한 마음은 메마르기만 하다. 그리고 나는 생각해본다. 인간은 혼자 나서 그리고 혼자 고요히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선과 악을 아는 눈을 가졌고 고독을 거룩하게 하는 능력을 가진 인생은 무대위에 쓰여진 각본에 의해 본의 아니게 움직이는 배우와도 같다. 그러나 주어진 시간 안에서는 진실을 향해 맹렬히 투쟁해야 하는 것이다.
인생에 고통이 있다는 것은 마치 가시로 인해 더욱 매력이 있는 장미처럼 인생에 슬픔과 외로움이 없다면 그리고 쓰라림이 없다면 인생은 무의미하고 지루할 것이다. 묵은 해를 보내고 새 아침의 문턱에서 나의 인생 문제를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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