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형일이가 손짓을 해가며 하는 뻬삐노의 이야기에 열중했다.
형일이가 선생님처럼 이야기를 잘하는 솜씨가 있어서가 아니다. 자기들과 같은 나이의 병을 고치기 위해 여러가지로 애쓰는 그 착한 마음씨와 용기에 감동되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은 뻬삐노의 이야기를 들으며 만일에 자기가 그와 같은 처지에 놓이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데 대해서 저마다 생각했다.
뻬삐노가 지나가는 트럭을 타고 교황님을 만나기 위해 로마로 떠났다는데까지 이야기를 했을때 산 윗쪽에서 뛰어내려온 일만이가 아이들 앞에 섰다. 일만이는 숨을 헐떡이며 만화가게로 가자고 했다.
그러나 아이들은 싫다고 했다.
아이들은 뻬삐노의 이야기에 도취되고 있었다. 일만이는 멋적게 되었다.
『병신!』
누구를 지적해서 욕하는게 아니라 혼잣말처럼 중얼대고 또 길 아래로 뛰어갔다.
『빨리 해!』
민호는 일만이 때문에 잠깐 중단된 이야기의 계속을 재촉했다. 형일은 다시 이야기를 계속했다.
뻬삐노는 반나절이 걸려 교황님이 계신 바티깐 궁전 앞에 이르렀다. 산보다 더 커보이는 베드로 대성당을 우러러 보며 넓은 광장에 선 뻬삐노는 기쁘기보다 자꾸만 자기가 초라하게만 생각되었다. 몹시 쓸쓸했다.
그것은 주위에 서있는 건물이나 탑들이 너무나도 어마어마하게 크고 또 그러한 것들이 뻬삐노의 두 어깨를 짓누르는것 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뻬삐노는 용기를 잃었다. 그때 숨을 헐떡이며 웃지도 않는 병든 뷔오렛다의 모습이 눈앞에 떠올랐다.
내가 도와주지 않으면 뷔오렛다는 죽는다.
뻬삐노는 용기를 내어 문지기 군인아저씨 앞으로 갔다. 문지기 군인아저씨 앞으로 갔다. 문지기 군인아저씨는 옛적스위스의 군복을 입고 있었다.
『아저씨 교황님을 만나게 해주셔요. 내 당나귀 뷔오렛다가 앓고있어요. 교황님이 도와주시지 않으면 내 당나귀는죽어버릴 거예요』
문지기 군인아저씨는 피식 웃는다.
뻬삐노의 청은 아이들의 장난같은 이야기었기 때문이다.
『교황님은 매우 바쁘시기 때문에 만날 수가 없단다』
뻬삐노의 용기가 또 꺾이고 말았다. 그러나 뻬삐노는 미국 군인아저씨의 말이 떠올랐다.
그와 동시에 광장 한구석에서 꽃을 팔고있는 할머니에게로 시선이 갔다. 꽃을 좋아했다는 프란치스꼬 성인…
-그렇다면 더 높으신 교황님은 더욱 꽃을 좋아하실거야!
뻬삐노는 꽃을 샀다. 그리고 선물가게에서 종이와 연필을 빌려 교황님께 편지를 썼다.
자기가 어떤 아이며 또 뷔오렛다의 일이며 수도원에 갔던 이야기를썼다. 뻬삐노의 꽃다발과 편지를 받은 문지기 군인아저씨는 교황님이 계신 건물로 들어갔다. 그리고 꽃다발을 휴지통에 넣으려고 했다.
그러나 꽃다발은 문지기 군인아저씨로 하여금 스위스의 고향을 생각하게 했다. 문지기 군인아저씨의 눈앞에는 고향의 산이며 아름다운 꽃들과 마을이 떠올랐다. 문지기 군인아저씨는 꽃다발을 들고 복도에서 서성거렸다.
이러한 광경을 교황님 가까이에서 일보는 신부님이 발견했다. 신부님도 몹시 일이 바빴진만 이 꽃다발에 마음이 움직이었다.
그리하여 꽃다발은 끝끝내 교황님의 책상위에까지 올라가게 되었다. 교황님은 뻬삐노의 편지를 읽게되었고 꽃을 바라보았다. 교황님은 잠시 눈을 감았다. 어릴때의 일들이 떠올랐다.
『이 뻬삐노란 아이를 데리고 오시오』
뻬삐노는 교황님을 만나게 되었다. 뻬삐노는 모든 것을 이야기했다. 교황님과 헤어져 나올때 뻬삐노는 이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아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뻬삐노는 수도원 원장님과 다미고 신부님에게 보내는 교황님의 편지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음날 수도원 지하실쪽에서 벽돌을 깨는 곡괭이 소리가 났다. 벽으로 사용해온 옛날문을 부수고 있는 것이었다.
그 가까운 곳에 주교님 원장님 다미고 신부님이 서있었다. 뻬삐고는 뷔오렛다의 목을 껴안고 있었다.
벽돌이 무너진 곳으로 프란치스꼬 성인 무덤의 촛불이 바라보였다. 그때 뷔오렛다가 놀라 비틀거리다가 무너지려하는 문옆에 부딪쳤다. 벽돌이 떨어지고 금이 갔다.
다미고 신부님이 달려가 뻬삐노와 당나귀를 잡아당겼다. 그때 문옆의 벽돌이 무너져 내렸다. 그 속에서 납으로 된 조그마한 상자 하나가 나왔다.
상자에는 프란치스꼬 성인이 죽은 1226년이라는 숫자가 새겨져 있었고 프란치스꼬의「프」라는 큰 글씨도 보였다.
『아, 있었구나! 프란치스꼬 성인의 거다. 레오 신부님이 말했던 그거다. 이렇게 발견되다니…』
주교님은 놀란듯이 말했다. 기적이었다.
벽속에서 나온 상자는 모든 사람들을 놀라게했고, 가슴이 벅차오르게 했다. 상자속에는 프란치스꼬 성인이 허리에 매었던것 같이 묶여있는 새끼토막과 작은새의 깃털과 싹이나온 보리이삭과 바싹 마른 앵초줄기와 꽃이 들어있었다.
다미고 신부님은 눈물을 흘렸다. 프란치스꼬 성인의 어깨에 앉기도 하고 울기도 하면서 그 손바닥에 깃털을 남겨놓은 새의 모습이 떠올랐다.
주교님도 눈물이 글썽했다. 뻬삐노는 뷔오렛다를 데리고 프란치스꼬 성인의 무덤앞에 나아갔다. 불빛 때문인지 그림자가 흔들려서인지 몰라도 뷔오렛다의 입언저리에 다시 웃음이 돌아온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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