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시보 지령 7백호 발간을 충심으로 축하하여 마지않는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가톨릭시보를 창간한 그 옛날, 반세기에 가까운 그 옛날 나는 발기인의 한 사람으로 창간호를 내고 서로 기뻐한 것이 어제 그저께 같기도한데 벌써 7백호에 이르게 되었구나. 정말 세월이 빠르기도 하지마는 그동안 세상이 많이 변하기도 했거니와 한국가톨릭교회가 무척 발전하기도해서 금석의 감개가 무량하기만하다. 그때의 발기인 동인은 이제 모두 고인이 되었지마는 다만 윤창두 옹이 건재해 계시고 최재복 형이 아직도 대륜(大倫)에서 부지런히 일을 하고 계신다. 그러니까 그 당시의 중심이요 대표자였던 최정복 선생, 최복만 형, 김주석 형, 이인복 형, 서정섭 형들은 벌써 별세하신지 오래되어 우리들의 기억에서 사라진 것일까? 한걸음 늦게 크게 활동하신 분으로 아직 건재하신 분은 김구정 선생, 이삼조 형들의 생각도 난다. 창간호의 제호는 천주교회보라 하였고 발간될 때마다 교회당국의 검열을 맡았던 것이다. 지면도 창간호는 현 지면의 반밖에 되지아니하였는데 차차 체제와 인쇄와 내용의 발전을 보아 오늘날에 이른 것이다. 몇번이나 교회당국의 휴간명령을 받은 일도 있었고 원고난과 재정난에 부닥쳐 명맥이 끊어질듯 끊어질듯 한 때도 있었다. 발송과 서무는 이삼조 형, 故 최복만 형 등이 침식을 잊어가며 나중에는 윤광선 형 또한 말할 수 없는 희생을 바쳐서 살아나온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이름도 가톨릭시보로 변경되었고 사장도 신부님이 되어서 대구대교구 책임하에 운영되고 있으며 내용도 충실하고 지면도 깨끗하여 주간으로 발간되고 있으며 전국에 지사를 두고 해외소식까지 널리 취재하게 되었으니 그만큼 성장한 것이 정말 대견하기만하다. 지난 일을 더 말할 시간이 없다. 7백호가 7천호, 7만호에 이르도록 무궁무궁만 발전이 있기를 기원할 따름이다.
유감된 일은 가톨릭시보사가 아직도 경영난에 몸부림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는 것이다.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한시바삐 이 문제를 해결해야할 것이다. 나는 구체적 사실을 모르므로 무어라 말할 수 없으나 수지균형이 되지 않으면 건전한 발전을 기하기가 어려운 것이 자명한 일이다. 당국자는 일시 미봉책이아닌 현상유지 정도의 대책이라도 근본적으로 수립하여주기 바란다. 이상론(理想論)을 갖고 분수에 넘치는 계획을 세울리는 만무하겠지마는 최소한의 경비는 확보되어야 안심하고 전력을 기울일수가 있지 않을까 한다. 다음은 독자를 배가시키는 일일줄아는데 이것은 시보사만 노력할 것을 기대하기보다 성직자 신자 할 것 없이 전체가 협력하기를 요망하는 바이다. 물론 여러가지 애로가 있을줄 알지마는 협력해야 할 사람들의 협력이 부족한 점이 없지 않다고 보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이리하여 우리가 희망하는 것은 오늘날과 같은 시대에 우리 한국 가톨릭의 사회적 위치 국제적 위치를 보더라도 시보가 성장하여 장차 일간으로 되도록 원대한 목표까지 도달할 각오가 있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가톨릭시즘이라야 이 나라를 구하고 이 민족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갈파한 故 육당 최선남 선생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우리는 능히 깨닫고 있을 줄 아는 바이다. 하여튼 시보의 전도에 우리는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한걸음 한걸음 전진하지 않으면 남들에 비해서 낙오가 되고 말지 않겠는가 나는 뜻있는 형제자매들의 일대분발을 촉구하는 바이다. 이번 7백호 발간을 좋은 기회로 하여 일대비약이 있기를 충심으로 기원하면서 오늘날까지 수고하신 유명 무명의 많은 인사들에게 다시한번 심심한 감사를 드리는 동시에 앞으로의 무궁한 발전과 보다 많은 공헌이 있기를 축원하여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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