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를 믿는 사람들의 모임으로서의 교회라도 좋고 주교·사제·부제(또는 목사·장로·집사)가 다스리고 운영하는 뾰죽 집으로서의 교회라도 좋다. 하여간 오는 70년대의 한국교회는 스스로가 엄청난 소수라는 것을 확실히 인식했으면 좋겠다.
영세를 하고 교인이 되고 나면 온 세상 사람이 다 교인인 것 같은 착각을 갖는다. 병원에 가보면 환자만 눈에 띄어서 세상사람이 모두 환자들로 보이기 쉬운 것과 같다.
그러나 세상에는 환자보다는 병 없는 건강인이 더 많고 예수를 믿지않거나 교회의 존재를 거의 의식하지 않고 살아가는 한국인의 수효가 압도적으로 더 많은 것이다.
그러기에 예수와 많은 성도들을 모본하여 스스로 성화하며 살아가야하는 교인의 처신이 대단히 어렵다는 이야기도 되고 또 그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교회는 전교에 갖은 힘과 정열을 기울여야 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한국교회가 기존의 교적보만 가지고 자위의 놀음을 계속한다면 무의미하다. 정신차리지 않으면 한 나라의 교회가 몽땅 없어질 수도 있다. 북아프리카의 경우가 그랬고, 우리라고 유별난 호조건에 있는 것은 아니다.
전교를 하는데 가장 큰 장애가 되는 것은 교회의 분립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가 예견할 수 있는 장래에 그 분립이 해소되고, 그리스도가 바라고 기구한 대로의 한 몸이 될 가능성은 없다. 「캔터베리」대주교가 자기 생전에는 교회의 조직적인 일치를 바랄 수는 없다고 했다. 성공회의 모교회 지존자의 생각이 그렇다면 별도리 없다. 문제는 이와같은 전망아래서 분립된 교회가 그리스도를 증거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느냐 하는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해답을 나는 모른다. 그러나 소극적인 해답은 명백하다. 즉 남에게 예수를 믿으라고 권고할 때, 자기가 다니는 교회가 제일 좋고 옳고 정통적인 교회라고 우겨대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교회사를 허심탄회하게 읽고, 제사차 공의회(CHALCEDONIA) 이후의 전말을 생각해보면 정교회고 「로마」교회고, 성공회고 또뭐고뭐고 간에 흡없는 교회란 하나로 없다고 보는 것이 정직하다.
교회란 결국 죄인들의 모임이다. 죄인들이 모여서 만든 교회가 죄책을 느끼지 않는다면 무서운 이야기가 된다. 「내 탓이오 내 탓이오」하고 빈번히 가슴을 치는 사람이(그리고 가슴이야 치건 말건 자신의 죄를, 그리고 자신의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는 죄를 질 가능성을 끊임없이 뉘우치고 경계해야 할사람이)자기가 다니는 교회이야기가 나오면 기를 쓰고 자기 교회의 절대적인 우월을 과시한다면 지금까지는 몰라도 앞으로는 곧이 듣는 사람이 없을것이다.
교회는 종교적인 「인스티류션」이기때문에 구원의 교리나 성체성사의 신비가 주는 은사나 기쁨이 있고 또 있어야 한다. 그러나 교회의 기능이 그와같은 은사나 기쁨을 전해주는 매개체의 그것으로 그친다면 그리스도를 제대로 증거하는 소위가 되지 못할 것이다. 앞으로의 교회는 이를테면 이방인들이 압도적인 다수를 점하는 세속속에 깊숙히 파고들 필요가 있다. 세상의 빈곤과 환난과 부조리와 무질서를 함께 겪고 함께 걱정하고 함께 극복하는 모임이 되어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맞는다.
그보다도 더 솔직하게 나의 심정을 털어놓는다면 그런 노력을 교회가 거부하거나 차일피일 미루어 나가다가는 교회는 그 존재이유를 잃고 전교이고 뭐고 설땅을 빼앗기고 말리라는것이 나의 지륜이다.
교회가 보람있는 사회적 구실을 하지못할때 그 말로는 너무나도 뻔하다. 요즘도 교회를(특히 전통적인 예전이나 성사를 소중히 지키는 교회를) 그런식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교회가 베푸는것이 서양무당의 푸닥거리로 전락할 위험이 앞으로 더 커갈 가능성이 있다.
앞으로 10년동안에 우리 교회가 「로마네스크」니 「고딕」이니 또는 가짜 「고딕」따위의 뾰죽집이나 종루가 아니라 예수를 믿는 사람들의 공동체로서 인식되고 운영되고 성장했으면하는 것이 나의 소원이다. 성도가 상통하지 않는 거룩하고 공변된 교회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성인의 통공이라고 해도 결국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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