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지난 공의회 이후 교회내에서 토착화란 말이 자주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막상 토착화가 무엇이며 어떻게 하는 것이 토착화인지는 잘 모르고 있다. 사실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세상에 오신 그 자체가 벌써 토착화의 시초라고 할 수 있다. 하느님이신 예수께서 인간에게 적응하시면서 즉인간의 육신으로 나타나시고 인간의 생각으로 생각하시고 인간의 말로써 말씀하시면서 살으신 것이다. 그리고 더우기 예수께서는 이스라엘 땅에서 생활하셨기 때문에 그의 행적과 가르침은 이스라엘 문화와 이스라엘 민족을 떠나서는 이해할 수 없다. 예수께서는 이스라엘 민족에 완전히 토착하신 것이다.
마찬가지로 그의 지체인 교회도 설립된 곳이면 어디서든지 토착화의 과정을 살려볼 수 있는 것이다. 교회는 언제나 그 지방의 고유문화를 보호하려 하였고 육성시키려 노력했던 것이다. 로마제국의 신전을 교회로 사용한 것은 그 예로서 현저한 것이다. 교회는『나는 폐하러 오지 아니하고 완성하러왔노라』 (마테오 5ㆍ17)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실천해왔던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오늘날에 있어서도 토착화라는 문제는 교회사명에 있어 2차적인 것이 아니라 교회본질에 관련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고 더우기 우리 한국교회의 장래는 우리교회의 토착화가 성공리에 완성되느냐 안되느냐에 따라 운명이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아직도 외래종교로 인식되고 있는 기독교가 한국 종교로 되느냐 안되느냐 하는 문제는 한국에서의 기독교 존폐 문제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하겠다. 그래서 70년대를 시작하는 이 때 기독교의 한국 토착화 문제를 생각해 봄도 바람직한 일이라 하겠다.
기독교의 한국 토착화라면 그리스도의 본 정신이 한국 재래문화에 적응하는것을 말한다. 여기서 무엇보다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문화란 무엇인가를 잘알아야 할 것이다.
문화란?
문화라면 첫째로 자연과 상반되는 것이다. 토함산을 자연이라고 한다면 석굴암은 자연을 다듬어 놓은 문화인 것이다. 자연이라고 하면 인간의 힘을 빌리지 않고 존재하는, 즉 인간을 선행하는 모든 것을 포함해서 지적하는 것이다 인간의 본성과 그에게 주어진 환경과 상태를 말하며 지형ㆍ강ㆍ바다등지리적 조건과 공기ㆍ물ㆍ돌 등 광물질 초목 동물 등을 말하는 것이다. 문화는 그와 반대로 이 자연을 이용해서 인간이 지식과 지혜와 자유로서 선택하고 공작하여 창작해 놓은 모든 것을 말하 는것이다.
자연과 문화는 이와같이 상반되기는 하나 떼어놓을 수는 없으며 따라서 순수한 문화란 있을 수 없다. 그래서 인간을 문화의 동물이라고 한다.
둘째로 문화하면 어떤 집단과 관련을 갖는다. 문화는 개인의 창작을 말하는것이 아니다. 그래서 김모씨의 문화, 박모씨의 문화라 하지않고 한국문화ㆍ중국문화ㆍ동양문화ㆍ서양문화라고 부른다.
셋째로 문화는 전통을 가리키고 역사적인 지속성을 포함하고있다. 문화란 개별적으로 일어난 한 사건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사고방식ㆍ생활풍습ㆍ정신자세 등등 전체의 흐름을 말한다. 따라서 어느 민족이든 고유한 문화는 반드시 있으며 한국 민족에도 한국고유의 문화가 있는 것이다.
토착화 원칙
그러면 기독교 토착화란 무엇인가? 이것은 기독교 문화와 한국 고유 문화를 조화시켜 하나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이 두 문화를 조화시키는데 있어서 어느 한편이라도 소홀히 한다면 조화란 있을 수 없고 혼돈만 일어날 것이다.
그래서 토착화에는 다음 세가지 원칙을 지켜야한다. 즉 기독교 문화와 한국고유문화 사이에 공통성과 유사성을 찾아내야하며 각 문화의 특수성을 발견하여 이를 존중하고 보호해야 할 것이다.
공통성이라면 두 문화 사이에 서로 같은 것을 말하며 이것은 최대한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예컨데 도덕면에서 기독교 문화와 한국 고유문화에 있어 공통된 점은 허다하며 이것은 어디까지나 장려하고 또 실천하도록 해야할것이다.
유사성이란 비슷하기는 하지만 내적으로 약간의 차이를 포함하는 것으로 예컨데 한국의「극락」사상과 기독교의「하느님의 나라」「천국」에 관한 사상은 양자가 비슷한 점도 있으나 실질적으로 서로 틀리는 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특수성은 각 문화가 지니고있는 고유한 것을 말하며 여기에는 타협도 포기도 있을 수 없다. 기독교에 있어서 가장 고유한 것은 말할 것 없이 예 수그리스도를 공경하는 바로 그것이다. 기독교가 타종교와 다른점이 있다면 이것은 인간이 하느님께로 나아가는데 있어 그리스도를 통해서만 이루어진다는 것을 믿는 것이다.
이것은 기독교의 본질이니 만큼 기독교 토착화란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을 한국문화를 통해 어떻게 전달하느냐 하는 것이다.
결론
우리는 자주 기독교의 토착화를 부르짖고 있지만 토착화를 단순히 기독교가 한국문화를 받아들이고 한국문화에 적응하는 것만을 생각하기가 쉽다. 그러나 이것은 너무 소극적이다. 적극적으로 볼 때 토착화는 여기에서 그칠 수 없다. 우리가 알고있는 바와 같이 유불선교는 한국 종교라고 부를 정도로 토착한 것이다. 실상 유불선교도 한국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고 인도나 중국에서 온 것이다. 그러나 이교들이 한국민족에게 새로운 문화를 형성시켜 주었기 때문에 한국에 완전히 토착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기독교 토착화에 있어서도 기독교가 한국 민족에게 새로운 문화를 창조해 주어야 한다고 본다. 그렇지 못하다면 기독교 토착화 뿐아니라 기독교 자체가 한국에 존재한다는 것은 무의미한 것이 되고말 것이다.
(註)앞으로, 계속해서 본란에 토착화란 제목으로 전례, 음악, 건축, 문학, 신학, 미술, 수도생활, 사제생활, 신앙, 교회용어, 신학교 등의 문제를 싣습니다 그리고 토착화 문제에 관한 독자들의 투고를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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