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영 교수 지은「시간과 영원」은 저자가 서문에서 밝힌 바와같이 1956년에서 68년에 이르는 동안에 써서 모은 29편의 글을 체계를 따라 7장으로 나누어서 싣고있다.
이 글을 일러 수상록이라고 해야할는지 명상록이라고 해야 할는지. 그중엔 철학적인 논문도 들어있다. 허나 뭣이라고 하든간에 한편 한편의 글이 그야말로「주옥편」이라고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주옥편」. 이 말은 어느 경우에 있어서 보다도 문예적인 작품에 붙일 때에 가장 실감이 나는 말이다. 저자는 제1장의「현대인의 욕망과 고민」「현대의 아포리아」에서부터 조용히 현대인이 처해있는 조건과 문제를 던진다.「페이지」를 따라 그런「문제」는 제3장의「인간과 니힐」,「죽음과 불안」「시간과 영원」에 이르러서 삶 자체의 여러「문제」로 파문져 나아간다. 죽음, 무상, 시간, 영원, 사랑 이런 것들 이외에 우리 인생의 보다 근원적인 문제가 또 뭣이 있으랴.
아우구스티누스, 토마스 아퀴나스, 앙리베르그송 등에 관한 철학의 논문을 거쳐, 제
7장의「이끼낀 바위」근처에선 생활의 주변에서 주은 글이되고, 맨끝의「무상을 넘어가는 길」에서는 다시 처음에 던진 문제에 와서 닿는다. 이렇게 해서 이「체계」는 이를테면 하나의 둥근「원」이다.
죽음이니, 무상이니, 영원이니 하는 따위의 문제가 우리 인생안에 있다는 것은 누구나가 다 알고는 있을 것이다. 알고만 있다는 것은 조금도 대단한 것이 못된다. 요는 그런 문제를 우리가 뼈져리게(그리고 소중하게)느끼고, 깊이 그속에 몰입해 들어가고자하는 의지를 갖는데에 있다.「간제의 해답」에 있어선, 저자는 우리를 그 해답의 즉전에까지 끌고간 곳에서, 그 바로 너머에 있는 해답을 암시해준다. 그 암시는 마치 모든 지남철이 북극성을 가리키듯이 글글이「원의 중심」을 가리키고 있다. 그「중심」은 가톨릭신자에게는 곧「영원하신 주님」존재요, 신자 아닌 사람에겐 곧「진리」이다. 그 암시가 마치 짙은 향기처럼 우리에게 스며오는 것이다.
문예적이면서도 철학의 핵심이 들어있고, 철학적이면서도 쉽게 읽히는 문예적인 글, 한번 읽으면 두번 읽게 되고, 읽고 또 읽게 되는,「영원」을 향해있는글. 교우든, 교우 아닌 분들이든, 누구에게나 정말로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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