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여류작가 한무숙씨(글라라)의 장편소설 「역사는 흐른다」가 드라마로 제작, 방영되고 있다.
KBS 제1TV에서 일요일 밤 9시20분에 방영되고 있는 대하드라마 「역사는 흐른다」는 역시 가톨릭여류작가인 박경리작 「토지」에 이어 제작돼 신자작가의 활동에 대한 기대와 더불어 더욱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소설 「역사는 흐른다」는 한무숙씨가 30세 되던 해인 1948년 국제신보 문예공모에 당선돼 이듬해 태양신문에 연재된 것으로 구한말부터 해방까지 격동의 시기에 풍양 조씨 3대가 겪는 풍상과정을 당시 시대상과 함께 그리고 있다.
집필당시만 해도 여성의 사회참여가 인식되지 못한 분위기였고 종가며느리고 가사에 매달려있던 한무숙씨는 집필과정에 남다른 에피소드가 많았다고 전한다.
부녀자가 책을 읽고 쓰는 일이 흥이었던 풍습 속에서 집안일이 끝나고 남방에 아무도 모르게 집필에 들어갔고 종이를 벽에 대고 졸음을 참으며 써 내린 작품이 바로 「역사는 흐른다」라는 것. 한무숙씨의 글 습관 중 하나인 야간집필의 버릇도 이때 비롯된 것이라 한다. 『이야기의 정보는 주로 집안어른들의 「말씀」에서 얻었습니다. 이제는 과거사이지만 당시를 살았던 어른들의 증언은 생생했고 지금 와서 비교해도 역사적 사실과 크게 다름이 없습니다.』
소설 「역사는 흐른다」는 지극히 개인사 가족사적 입장을 취하고 있으면서도 개인의 삶이 결코 외부세계, 시대 흐름을 무시한 고정관념-인습 속에서 진행될 수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처음 KBS측에서 이 소설의 드라마화를 제의 받았을 때 미숙한 나이에 쓴 글이고 그 후 40년이란 세월이 가져온 가치관의 변화를 생각해 반대했습니다.』
그러나 한무숙씨는 미숙함 역사 작가의 내면과 역량에 대한 역사의 한 장이므로 수용케 됐다고 한다. 또 소설이 극본화 될 때 생기는 작가의 의도와는 다른 변용의 문제도 부담으로 남았지만 결국 작품은 완성 후 작가의 손을 떠나면 작가의 것이 아니다는 한무숙씨의 문학론이 극화 과정에서의 과감한 내용변화도 감내할 수 있게 했다.
현재 방영되고 있는 대하드라마 「역사는 흐른다」는 기실 원작소설과 등장인물이나 사건전개가 다른 점이 많다. 활자매체와 TV라는 영상매체가 갖는 복합성과 대하드라마가 지녀야할 대류를 위해 인물구성을 보다 드라마틱하게 하고 역사성을 부여했다는 것이 연출가 이종수씨의 설명이다. 『이 드라마는 원작대로 한 양반가문의 3대에 걸친 삶의 과정을 그려나 감과 동시에 격동기를 해쳐가는 우리 민족, 서민들의 삶의 방식과 애환을 그려나갈 것입니다.』
이 드라마는 아울러 노비의 신분에서 신문화의 물결을 타고 여학교교장에 이르는 「금년」이라는 한 연인의 삶으로 우리나라 역사의 질기고 강인한 특성을 드러내고 있기도 하다.
한편 「역사는 흐른다」는 내년 8월까지 방영될 예정이며 전편에 걸쳐 역사의 회오리 속에서도 이어지는 우리민족의 질긴 생명력을 표현하게 된다. 또 2부에서는 조씨일가의 2세대 이야기로 현시대 젊은이의 의식을 부각시키기 위해 민중의식을 대비시켜 극을 완성시킬 계획이다.
이 드라마를 원작자가 아닌 시청자 입장에서 보고 있다는 한무숙씨는 『원작에 충실했으면 하는 작가적 바램이 없지 않다』고 밝힌다. 아울러 이를 계기로 한무숙씨는 해방이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후속편 「역사는 흐른다」를 구상중이라며 왕성한 집필의욕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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