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은이의 말
<줄리아>극으로 미사의 신비로운 메아리를…
이 작은 극본의 라이트ㆍ모티브는 미사에 있다. 옛부터 미사는 사람의 운명에 얼마나 깊이 관련되어 왔었는가! 특히 절망에 직면한 사람에게 미사는 얼마나 큰 희망과 용기를 안겨주었는가는 우리가 잘아는 바이다. 성 뇨쟌느ㆍ다르끄랑 많은 성인들은 일상에 매우 미사 성제를 소중히 여겨 왔다. 그들이 박해를 받으면서 가장 괴로워한 것은 미사에 참여 못하는 점이었으며 그들이 모진 고통을 잘 참아낸 것은 미사가 있기 때문이었다.
미사는 또 어릴때부터 동심에 깊은 인스피레이션을 박아준다. 개신교 가정에서 자란 문호 괴테도 어린시절에 흥미를 가지고 여동생과 미사놀이를 하였다. 가톨릭 가정의 어린이는 대개 집에 돌아오면 방안의 여러 물건을 가지고 미사의 소꼽놀이를 흔히 한다.
한국의 소녀 줄리아도 남의 땅에서 포로의 몸으로 미사를 알게된 것은 아마 유일한 위안이었을 것이다. 후년에 다시는 미사에 참예할수 없을것은 깨달았을 적에는 미사의 도구로서 종과 초와 십자고상과 미사의 그림을 원하엿다. 특히 그녀는 종에 신비로운 애착을 품고 있었던 것이다. 미사의 클라이막스에 널리 사용되어온 종도 오늘의 전례운동에서 어떤 사제는 종치는 것을 생략해버렸다. 이 전통적 신비적 종소리가 미사의 핵심에서 사라져 버린 것을 줄리아도 무척 슬퍼하고 있으리라.
줄리아는 미사에 필요한 제의(祭衣)를 어떻게 충당하였을까? 그것은 그녀의 조국의 그 우아한 한복을 사용하였던 것이다. 그것은 조국을 떠날때에 가지고 온 작은 봇짐속에서도 가장 소중히 보존해 둔 것이다. 이리하여 줄리아는 보다 경건하게 아름다운 미사를 드리고 성가를 불러 외딴섬 사람들을 도리어 위로하고 축복해 주었던 것이다. 그리기에 이 극본에는 박해의 두려움도 눈물도없다. 지은이의 바라는 바는 사회속에서 더더욱 미사의 중대성이 인식되기를 그리고 한국과 일본과의 평화의 길이 마련되기를…부디 이 소망을 너그럽게 보아 83세의 노사제가 지은 단순한 극본을 읽어주기를….
헤르만ㆍ호이베르스
제1막 양딸
때 : 1595년
곳 : 고니시 유끼나가의 저택(오오사까)
나오는 이들 : 유스타(고니시 성주의 아내) 손자(다섯살)
줄리아(16세) 시녀 신하 ① ②
-막이 열리면 유스타가 소녀화 마주 앉아있다-
유스타=다행한 일이야 전쟁이 끝나서….할아버지도 곧 돌아오시게 되었다.
손자=선물을 가지고 오시겠지? 할머니.
유스타=그럼. 할아버지는 언제나 귀여운 손자에게 꼭 선물을 가져오시곤 하셨잖아?
-현관에서 문 두드리는 소리-
-막 뒤에서 시녀의 소리『아룁니다, 마님.』-
유스타=웬일이냐?
-시녀 나온다-
시녀=저어-마님, 손님이 오셨어요
유스타=손님? 누군데?…
시녀=성주님께로 부터의 전갈로….
유스타=어서 이리 들라 하여라.
-신하 ①, ② 나와 인사한다-
유스타=먼길을 수고가 많소.
신하 ①성주님께서 안부를 전하라십니다. 성주님은 무사히 나니와에 도착하셨지만 임무관계로 이리로는 돌아오시지 못합니다. 아뢰울 말씀은, 이번 싸움에서 조선의 소녀를 한명 포로로 데려왔는데 마님께 맡기시라 하셔서 데려왔습니다. 이 소녀는 가여운 애이니 잘 보살펴 주라는 성주님의 분부십니다.
유스타=그래요? 수고하였소. 그 소녀는 어디 있소?
신하 ②=문 밖에 대령시켜 두었습니다.
유스타=이리로 데려오시오.
신하 ① ②=넷 그러겠습니다.
신하 ①과② 문밖에 나가 가마속에 앉아있던 줄리아를 데리고 들어온다.
유스타=자, 어서오너라(일어서서 한복차림의 줄리아를 부축하여 방석에 앉힌다.)
-손자는 신기한 듯이 바라본다-
-놀란 토끼 모양 얼어붙은 줄리아는 불안해 하며 한마디도 안한다-
유스타=여러가지로 수고 많았소.
신하 ①②=그럼 가보겠습니다.
(인사하고 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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