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 남부에 고흥반도가 있고, 고흥반도 남부에 나로도라는 큰섬이 있다. 나로도는 몇개의 섬을 포함하는 면을 구성하여, 그곳에서는 외나로도와 내나로도라고 구분하고 있어, 그냥 나로도라고 하면 구분이 안된다.
이곳은 물론 섬이기에 어촌들이 있다. 어촌은 바다를 대상으로하는 사람들이 많이 사는 곳임은 말할것도 없다. 그러나 어업도 배를 타고 멀리 해상에서 작업을 주로 하는 원해어업과 배타도 적은 배를 타고 가까운 곳에서 작업하는 근해어업이 있다. 또 배와는 크게 상관없이 전복이나 미역 등을 채취하는 잠수어업도 있다.
이러한 생업의 특색이 육지에만 사는 사람에게는 흥미롭고 신기한 별미를 자아내서 어촌이 흥미롭기도 하지만, 어촌에는 미신이 많은것도 흥미롭다. 미신은 인간이 내일을 예측 못하고 눈앞의 일을 예상 못하는 불안한 상태가 심하면 심할수록 강한 모양이다. 날을 잘 못 잡거나 이른바 재수가 없으면 그날 고기잡이를 망치는 것은 문제가 아니라 고귀한 생명마저 없어지는 일이 허다하다. 이러한 불안 때문에 인간은 미신을 갖게 마련이다. 나로도에서 본 무당은 퍽 흥미로왔다.
이곳의 무당은 그 부락의 정신적 지배자였다. 배가 멀리 출항하기 이전에 무당의 지시에 따라 선주나 선원은 금기를 지키고 정성을 드리며 날을 잡아 뱃고사를 지내야 안심하고 출항한다.
배와 선주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선원의 집안도 무당이 간섭하고 지시하는 일이 많다. 따라서 부락민 전체에 미치는 무당의 힘은 크다. 집안이 재수 있으라고 굿하고 병이 나면 병을 낫게 하느라 굿하고 아이를 낳으면 아이 복많으라 굿하고 이럭저럭 굿거리에 상관되지 않는 영역이 없게된다.
무당의 이야기를 들으니 이곳 무당들은 자기들이 관할하는 지역이 있어 마치 교회의 본당이 일정한 영역을 교구로 가진것과 같은 조직이었다. 만일 다른곳의 무당이 허가없이 자기구역에서 굿을 하면 이곳 무당이 중지를 명령하고 모든 물건을 압수하고 추방할 권리가 있다.
혹시 이곳 무당이 바빠서 다른 무당을 초대하여 굿을 치러줄수는 있다. 이때초대이며 엄격한 계약이 있은후 계약에 따라 총수입에서 얼마를 주고간다. 즉 텃세를 바치는 것이다.
이러한 교구는 무당이 자기의 후계자에게 인계하여 계승시키며 후계자는 흔히 원무당의 며느리가 된다. 말하자면 부계를 바탕으로 하는 모계로 무당권이 계승된다. 혹 좋은지구가 있어 옮기게 되면 자기의 교구를 다른 무당에게 팔아 넘김으로써 권리를 이양하고 또 자기는 다른 교구를 사서 간다. 자기 교구내의 사람들은 그 교구의 무당을 단골이라 부른다. 단골은 교구내의 모든 집안의 사정을 환하게 알고 재산정도 가풍ㆍ가격 심지어는 살림살이까지 훤하게 알고있다. 그리하여 각 집의 사정에 맞추어 굿도하여 주고 가난한 집은 무료로 병도 고쳐주고 한다. 이와 같이 상담역이 되고 때로는 충고자가 되어 주고 고민을 같이하는 친구도 되고 병을 고치는 의사도 되고 영혼을 취급하는 귀신을 상대하는 종교가이기도 하다. 따라서 단골과 주민간에는 끊을래야 끊을수 없는 밀접한 관계를 갖고 생활 전면에서 접촉을 갖는다. 이러한 단골내가 무슨일이 있으면 부락민은 시주를 아끼지 않으며 정월이 되면 주민들이 자원하여 의복도 해다 주고 쌀도 가져다주고 먹을것도 나누어준다. 무당이 미신이니 샤마니즘이니 종교가 아니니 하는 신학적인 해석은 별문제로 치고 어떤 종교의 어느 종파가 나로도에서 본 것과 같은 기능을 하여 주느냐 하는 것을 생각할때 종교가 서민의 수준까지 이르러 한 부락 한 사회에 토착 하려면 어떤 조건이 선행 되어야 하나를 보여주는 좋은 본보기라 생각된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