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가톨릭대학 부설 가톨릭사상연구소(소장·박석희 신부)는「성체성사에 관한 교의신학적 고찰」이란 주제로 제6회 학술발표회를 11월3일 계산성당 문화관에서 개최했다. 이날 학술발표회에는 문세화 신부(대구가톨릭대학)의 주제발표에 이어 이홍기 신부(광주가톨릭대학)에 손상오 신부(대구가톨릭대학)가 배심토론을 벌였다. <편집자註>
성체성사는 구원의 신비를 요약, 제시하는 행위이다. 이 성사는 물질세계와 창조를 비롯하여 새 창조에 이르기까지 구세사를 관조시켜 주면서 그리스도의 생애·죽음·부활을 선사하는「몸의 성사」로서 하느님의 하강(下降)운동과 성령의 힘으로 하느님께 응답하는 교회의 상승(上昇)운동의 교차점이다.
성체성사를 보는 관점은 다양하여 잔치로, 제사로, 일치의 실현 등으로 본다.
그렇지만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몸 자체는 이 성사의 일관성과 보장해 준다.
근래에 와서 성체성사신학은 성체성사를 서로 다르게 이해하고 있는 교회들 간에 제기된 대화 도중에 살아 있는 전승들을 재발견하는 작업에 전념하고 있다. 갈라진 교회들도 성체성사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고 재일치의 대화 가운데 성체성사에 관한 교리를 교회일치의 시금석으로 여기게 되었다.
■한국교회와 성체성사
제44차 세계성체대회의 개최교회로서의 한국천주교회가 성체성사 신학의 깊이를 재발견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세계교회의 전통에 비해 이 「신비」를 종합적으로 표명하는「Eucharistia」와 같은 총칭의 결여는 안타까운 사실이다.
한국천주교회의 「성체성사」란 표현은 한국교회 성사론의 원천인 성교절요에서 처음 사용했는데 성교절요를 보면 성체성사를「성체성사지적」「성체지적」으로 번역했는데 이는 19C말엽에 성체성사라는 표현이 보편화되어 가면서 Sancti corporis sacramentum(거룩한 몸의 성사)이아니라 Sanctum sacramcntum(지극히 거룩한 성사)로 묘하게 위축되고 말았다. 즉 성사를 하느님께서 하신 거룩하신 업적의 자취로 이해했다.
■성체성사 신학의 과제
그리스도의 몸인 성체의 성사는 그리스도를 가리키는 「표지」가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바로 그분의 실체이며 동시에 그 실체를 우리에게 보여주시면서 그리스도와 교회의 친밀한 관계를 제대로 드러내는「상징」인 것이다.
트렌토공의회는 표지개념의 부족함을 의식하고 무려 3차례나 상징이란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그리스도와 교회의 일치를 강조하면서 성사와 상징을 동일시하고 있다.
오늘날 신심행위로 곡해되어가는 성체성사는 일치와 봉교개념에 결부시켜야 성체-성찬-성제 3가지 개념의 일관성을 되찾을 수 있다. 즉 성체성사를 「거룩한 사물」로 서가 아니라 성령의 능력으로 그리스도와 교회가 거행하는「거룩한 행위」로 이해한다면 성체성사신비의 일관성이 드러날 것이다. 미사성제는 성사적 제사 즉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빠스카 제사와 교회의 제사를 연결시키는 상징적 제사이기 때문에 그리스도제사의 유일성을 고백할 수 있는 것이다.
성체성사의 신비를 이해하기 위해 부활하신 몸과 성령의 역할을 염두에 두고 성사·성제·통교와 일치·현존개념을 살펴보고자 한다.
■성사개념
성사의 기본요소는 예수그리스도의 행위, 교회의 역할 그리스도의 행위와 교회의 역할을 구체화시키고 연결시키는 상징이다.
예수께서는 당신의 지상생활, 인류구원을 위한 죽음과 당신의 부활까지 내걸고 예언자적인 행위를 통해서 당신을 내어 놓으셨다. 「나의 기억으로 행하라」는 말씀은 음식과 그리스도를 동화시키는 행위와 더불어 음식과 빠스카를 연결시키는 행위를 거행하라는 뜻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죽으시고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현존을 약속한다. 따라서 이 음식은 그리스도의 몸, 그리스도의 빠스카, 그리스도의 현존을 상징하게 된다. 그러므로 예수의 선택과 언행 때문에 이 상징을 형식이나 표지로 이해될 수는 없다.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는 물질세계에 대한 주권을 행사하시고 빵과 포도주를 당신의 몸과 피로 변화시키고 이 몸과 피를 우리들에게 나누어 주심으로써 우리들을 신앙의 몸과 일치시킨다.
결국 성체성사는「빠스카 몸의 성사」이기 때문에 성령과 깊은 관계를 가지게 마련이다. 그래서 그리스도와 성령의 행위와 교회의 역할을 결코 분리시킬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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