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회 내에서는 가난한 사람들이 교회 내에서조차 소외당하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가난한 이들에게 열려진 교회가 되기 위한 구체적인 논의가 한창이다. 이에 「교회의 부유화 현상」「가난한 이에게 열려진 교회가 되는데 있어서의 장애요인」 「장애요인의 극복과 구체적인 모델제시」순으로 기획, 교회가 좀 더 가난한 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의견을 수렴, 제시해본다. <편집자註>
『교회는 부유한가』 이 같은 질문은 가난한 이에게 열린 교회가 돼야 한다는 구체적인 요청이 크게 부각되고 있는 요즘 의미 없는 물음일수 있다. 왜냐하면 이런 요청의 뒤에는 「교회는 부유하다」는 당연한 전제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질문의 방향을 수정, 복음이 어느 일부 계층의 것이 아닌데도 불구하고『왜 교회는 굳이 가난해야 하고 가난한 이들과 함께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질문도 역사성에 기초한 그리스도의 복음의 성격과 내용을 아는 이들에게는 쓸데없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것은 예수그리스도의 활동 영역과 그분의 가르침의 성격이 가난한 이들에게 기초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리스도교는 2천년이라는 장구한 시간을 통해서 끊임없이 가난한 교회, 가난한 이에게 열려진 교회를 지향해 왔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 돈 없고 배경 없는 가난한 사람은 교회에서조차 발붙일 곳이 없어왔다는 비판의 소리가 가난한 이들 자신들과 일선 및 현장 사목자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한국교회 역시 70~80년대 들어서 이 같은 비판의 소리가 커지고 있고 이에 대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 크게 대두되고 있다.
이런 비판과 요청이 정당성의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교회가 과연 부유한지, 또 부유하다면 얼마만큼 부유한지」에 대한 구체적인 실상과 가난한 이들이 교회로부터 받는 무관심의 내용이 무엇인지 알려져야 할 필요가 있을 듯 싶다. 교회의 「부유화」현상으로 일반적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은 「중산층화」「교회건물의 대형화」「가까운 지역교회간의 빈부의 격차」「교회소유의 부동산 및 운영업체」등이 있다.
또 이 같은 요인에 의해서 자동적으로 따라오는 개인주의, 물질숭배사상, 엘리트화, 가난한 이들에 대한 소홀등도 부유화 현상으로 함께 지적하고 있다.
한국교회가 점차 중산층화 돼가고 있고 이에 비례해 가난한 이들은 교회에서 멀어져가고 있는 현상은 89년도 한국주교단 교서와 제3차「아이사」에서 명확하게 지적됐고, 서울대교구 도시빈민위원회(약칭·도빈위)에서는 구체적인 자료까지 제시했다.
도빈위의 이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경우 무작위로 조사한 5개 본당 신자들의 자가(自家)비율은 55·6%이고 빈민지역 에서도 본당신자들의 평균 자가비율은 30.1%로 높은 자가율을 나타내고 있다.
또 교육수준과 월수임을 조사한 같은 자료를 보면 고졸이상이 54.6%이고, 월수입은 평균 50~1백만 원으로 드러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런 내용들과 응답자들 중 78.5%가 자신의 생활수준을 중산층으로 자처하고 있는 것과 병행해 분석해보면 천주교 신자층을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높은 학력과 경제적으로 안정되거나 부유한 층으로 구성돼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전년도 조사한 신자증감수를 보면 서울교구의 경우 강남지역 일대의 아파트촌을 중심으로 본당수와 신자수의 증가가 두드러짐을 알 수 있어 중산층이 교회를 선호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교회의 중산층화 현상가운데 교회건물의 거대화·고급화는 가시적(可視的)인 측면에서 가난한 이들이 교회에 들어오는 것을 막는 교회 부유화 상징의 큰 요소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성전규모의 거대화에 따른 이점도 많다는 나름대로의 의견도 상당한 설득력을 갖고 있는 것을 보면 성전규모의 거대화에 대해 무조건적인 비판을 할 수 없을 수도 있다.
우리나라 전체인구의 46%가 월세 및 전세에 살고 있다는 외형적인 상황을 감안할 때 교회건물의 대형화 및 고급화는 가난한 이들에 대한 교회의 소외상징이라는 지적이다.
김현수씨(서울ㄷ본당)는 『결혼한 지 10년이 지나도록 집 한 채 마련치 못해 주눅이 들어있는데 주일마다 되풀이해서 듣게 되는 거대하고 번듯하게 잘 지어진 성당부채의 탕감협조소리는 아주 귀에 거슬린다』고 말하고 있다.
한편 교회의 부유화 현상은 가난한 이들을 소외시키는 것은 물론 지역교회 간에도 어느 정도 갈등을 초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서울의 강남지역의 ○본당 주일학교 일 년 예산이 지방 본당의 전체 예산과 비슷하고, 서울의 부유한 본당의 한 달 치 봉헌금이 가난한 시골본당의 일 년 예산과 비슷한 것을 보면 이 같은 상황을 적절하게 반증하고 있다.
그러나 제3차 아시아사회사목연수회에서 지적됐듯이 지방본당의 경우도 도시본당과 비교할 때 상대적인 경제적 빈곤가미 나타날 뿐이지 그 지역 내에서는 높은 생활계층을 형성하고 있다.
제3차 아이사에 참가했던 주교 및 일선 사목자들은 『한국교회는 가난한 이들에게 너무 높고, 너무 굳게 닫혀있다』며 『교회의 부유화 현상을 탈피, 가난한 이들에게 열려진 교회가 되기 위해선 교회공동체 전체가 참으로 회개하고 철저한 나눔과 가난 정신에로 끊임없이 쇄신돼야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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