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1월 마지막주일을 세계나병의 날로 정하여 나병을 범세계적인 문제로 취급하여온지 금년이 17년이 된다. 이러한 세계적인 흐름에 호응하여 한국교회에서도 이날 각 본당과 관계기관에서 각종행사를 벌이고 있다.
나병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기 전에 먼저 의학적인 문제가 우선한다고 볼수있다. 약20년전만 하더라도 나병치료는 의학적으로 과히 발전을 보지 못한 실정이었는데 DDS라는 나병치료약이 개발된 이후 나병치료에는 일대혁신을 가져와서 마침내는 나병을 완치할 수 있겠끔 되었다. 그러나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고 계속 의학자들의 꾸준한 연구과제로 남고있는 것이다. 하여튼 오늘날 나병을 완치할 수 있다는 것이 사실이고보면 과히 염려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여기에 조건이 뒤따른다. 우선 현대의학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대의 치료효과를 얻기위하여서는
첫째 모든 국민이 나병에 대한 고루한 관념을 버리고 나병도 전염병의 일종으로서 치료만 받으면 낫는다는 것과
둘째 나병의 증상에 대한 최소한의 지식을 가짐으로써 그러한 증상이 나타나는 즉시 치료를 받도록 할 것이고
셋째 나병도 만성병이기 때문에 완치될 때까지, 의사의 지시에 순응하고 정기적인 치료를 꾸준히 받을 인내심이 필요하다. 이상과 같은 조건이 구비된 상태에서는 나병 이하 등의 사회적인 문제가 될 수 없다. 왜냐하면 발병 즉시 치료를 받기시작하면 아무런 흔적 없이 완치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병이 유달리 사회문제가 되는 것은 나병으로 인하여 외면으로 나타나는 흔적이 추악하기 때문이다. 다른 병들과 마찬가지로 외양상으로 아무런 흔적이 없다면 구태여 나병을 들어서 그렇게까지 경원하고 천시하는 경향은 당초부터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오늘날 나병을 전염병의 일종으로 확정하고 나병에 감염된 환자들을 일반병 환자들과 동일하게 취급하여 모든 치료를 주려고 하지만 아직까지 일반환자마냥 취급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장벽들이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나병의 초기현상이라면 그 증상이 타인의 의심스러운 시선을 살만큼 악화한 상태는 아니고 대개 본인만이 알 수 있을 정도이다.
그러나 나병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기 때문에 본인 자신도 대단치 않게 취급하며 시간을 흘러보내게되어 마침내는 전신에 확장하여 비로소 병원문을 두들기게된다. 이나마도 곧장 병원을 찾아오는 경우라면 다행이겠으나 그렇지가 못하다. 태반이 부질없는 방법으로써 나병을 치료해 보려고 온갖 노력과 돈을 전부 허비하고 어쩔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되어서 나병치료소를 찾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것은 나병에 대한 상식초차도 없는 소치라 할 수 있고 설사나 병으로 의심되어도 남들의 이목이 두려워서 될 수 있는대로 은밀한 방법으로 치료해 보려는 심리에 기인한다. 이것이 오늘날 한국의 현실이고 보면 치료보다도 우선 나병에 대한 대중계몽이 절실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정부를 비롯하여 일반 민간단체 및 여러 외원단체들에서 이와같은 계몽운동을 전개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그 규모가 미미하기 짝이 없다. 특히 나병의 후유증으로서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것은 다름이 아니고 완치된 사람들의 사회복귀문제이다. 우리나라 정부시책에 따르면 나병에서 완치된 사람들은 의당히 사회에 복귀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참된 의미로서의 사회복귀가 가능한가가 문제이다. 더우기 10여년간 나요양소에서 일반사회와 격리되어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그래서 근래에 와서는 나환자들의 재가(在家)치료에 치중하게된 것이다. 나병에 감염되었다 하더라도 가능한한 자기의 직업을 계속하면서 치료를 받아야한다. 치료를 받기위해서 자기의 직업을 중단하고 그 지역에서 이탈하면 완치된 후에 복귀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만일 불가피하게 입원치료를 요하는 경우라도 입원기간을 최소로 단축하여야한다. 일단 자기의 직업에서 이탈하면 이사람의 재활문제는 치료보다도 더욱 심각해지는 경우가 많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나병이 완치된 사람들의 실정을 보면 두가지로 구분해서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요양소생활을 장기간하다가 완치되어 퇴원한사람과 재가치료를 받고 완치된 사람들이다. 전자에 있어서는 거의 사회복귀가 되지않고 있고 후자의 경우는 재가치료되었기 때문에 사회복귀라는 문제가 개입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나라와 같이 정부의 예산이 풍족치 못한 실정에서는 재가치료만이 가장 이상적일 것이며 앞으로 이러한 시책에 온 국민이 적극 협조하지 않으면 안된다. 또 한가지는 똑같은 나병에 감염되었다 하더라도 외면상으로 흔적없이 완치된 사람과 추악한 불구현상을 지닌채 완치된 사람간에 있어서 사회복귀의 용이점과 난점이 서로 엇갈린다. 전자에 있어서는 일반사람들과 별 차이 없이 취업이 가능하겠지만 후자의 경우에 있어서는 그렇지 못하다. 흔적없이 치유된다는것은 다름이 아니고 발병즉시 적합한 치료를 받았다는 이야기다. 어떤병이나 그렇지만 특히 나병에 있어서는 조기치료만이 최선의 구제방법이다. 흔히 알려지고 있는 암도 조기치료를 받으면 근치할 수 있다는것은 어지간히 상식화되어있다. 그러나 나병에 대한 조기치료는 대중들이 아직 모르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에 있어서는 나병이 조기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암이나 결핵같은 병에비하면 훨씬 유리하다 할 것이다. 왜냐하면 암이나 결핵은 시각으로 느낄 수 있는것이 아니고 의학검사에 의하지 않으면 초기현상을 도저히 파악할 수 없으나 나병은 반드시 외양으로 나타나게되어 있기 때문에 우선 우리눈에 띤다는 점에서 초기현상을 과히 힘들지 않게 파악할 수 있다. 다만 난점이 있다면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 이러한 증상이 생겼을 경우 뿐이다.
이렇듯 나병의 초기발견에 용이한 점이 있으나 조기치료가 잘 실행되지 못하는 이유는 다시 반복되지만 나병에 대한 지식이 없고 초기에 있어서의 나병은(나병은 원래 통증을 수반하지 않는다) 통증이 없기 때문에 대개 무관심하게 지나칠 수있고 나병이 만성이기 때문에 급작스러운 변화가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또 한가지가 있다면 나병에 대한 사회적인 오명 때문이다. 본인 자신은 혹시 나병으로 의심하고 있지만 막상 나병으로 진단 확인되는 것을 두려워하여 빨리 치료에 응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오늘 구라주일을 맞이하여 독자들에게 바라는 바는 나병에 대한 짤막한 상식이나마 배워서 자기 자신의 경우는 물론 집안에서나 이웃들에게 널리 전파하여 나환자들의 오늘날과 같은 인생을 미연에 방지 하여야 하겠다는 것이며 우리 교우 한 사람이 교우아닌 이웃 40명에게 나병에 대한 상식을 가르쳐줄 의무가 있다는것을 명심하여야 되겠다. 지금 우리가 한사람의 나환자를 돌보아줌으로써 후일에 있을 10명의 나환자를 부양하여야할 부담을 면할 수 있을 것이며 이렇게 함으로써만이 우리나라에서 나병을 하루속히 근절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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