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역사가 시작된 이래 나병과의 투쟁은 계속되어왔다. 한때는 천형이라고까지 하여 도저히 고칠 수 없는 병이라고 생각되어 왔다. 그러나 발달한 현대의학은 이에 굴하지 않고 계속 도전, 드디어 나병의 완전정복도 눈앞에 다가왔다. 오늘이 있기까지에는 숱한게 많은 의학도들이 피땀을 흘려야 했고 또 많은 환자들이 세상을 등진 채 쓸쓸히 괴로움을 씹으며 살아야 했다.
구라주일(25일)을 앞둔 16일 기자는 경기도 시흥군 소재 나병환자촌 성나자로원을 찾아 세상과 외면한 그들의 생활상을 알아보기로 했다.
영하17도의 혹한 때문인지 마을 한가운데까지 다 가도록 사람하나 볼 수 없었고 여기저기 닭집에서 푸드득 거리는 닭소리만이 무서운 정적을 깨뜨리고 있었다.
먼지가 뽀얗게낀 병원 수위실문을 두드리자 30대의 남자가 문을 열어준다. 눈섭이 하나도 없기는 했지만 과히 심한 환자는 아닌성 싶었다.
노 대주교가 거처하는 집을 향해 언덕길을 10여「미터」올라가니 거기서부터 불구자 요양지가 시작됐다. 입구에 높이 6「미터」정도의 십자가가 서있고 그 밑에 성모 마리아 사도 요한 막달레나의 입석 고상이 있다. 거기엔『나를 보고 울지말고 너의 죄에 대하여 울어라』고 새겨져 있다.
1966년 은퇴이래 이곳에서 줄곧 환자들과 같이 생활하며 그들의 마음의 기둥이 되어온 노기남 대주교가 반갑게 맞으며 성나자로원의 현황을 차근차근 들려준다.
현재 성 나자로원에는 환자의 증세의 경ㆍ중에 따라 두 곳에 이들을 나누어 수용하고 있는데 오전리 87번지 일대에는 요양원 지역으로 노동을 할 수 없는 불구자들만 104명이 살고있고 오전리 79번지 일대엔 증세가 경한 환자로서 활동할 수 있는 사람들이 가정을 이루고 다립해 살고있는 자활촌으로 되어있다.
자활촌민들의 주업은 양계이고 몇세대가 농사나 가벼운 노동으로 근근히 생계를 이어 나가고 있는 실정이란다.
요양원생들 중에는 가정을 이루고 사는 집이 5세대 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독신이나 이들은 여자는 여자끼리 남자는 남자끼리 3ㆍ4명씩 한집에 살고있는데 모두 불구자이기 때문에 일할 수 있는 환자한 사람을 취사부로 두고(밥먹고 월급 1천4백원) 그 식구의 식사와 빨래 그리고 기동불능 환자의 대소변 등 일체를 담당케하고 있다.
원생들의 생활비는 수원교구에서 1인당 월2천5백원씩 매월 15일에 지급하고 그외 구제회에서 가끔 밀가루나 옥수수가루를 배급하고 있단다.
이들의 치료는 매일 병원에 가서 외상(外傷) 치료와 약을 받아 복용하고 있으며 기동불능 환자들은 의사 2명이 매일 왕진하고있다.
3개의 입원실에는 40명의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이 마련되어있지만 겨울이면 환자가 더 많은데로 연료 관계로 요즈음은 텅텅비어있다.
뿐만아니라 수술시설이 구비되어 있지않아 수술을 받아야할 중환자는 수원 빈센트병원이나 서울 성모병원에 옮겨져햐 하는 딱한 실정.
세상 사람들이 들어오기 꺼려하는 이 환자촌에도 즐거운 웃음의 꽃이 활짝 필 때가 있다고.
나이찬 처녀총각이 있으면 그들끼리 결혼을 시키고 또 노인들이 회갑을 맞거나 명절, 대축일이 되면 변변찮은 음식이지만 그래도 음식상을 차려놓고 불구가 된손으로 장구치고 코멘소리로 노랫가락을 흥얼대며 온동내가 떠들석하게 한바탕씩 놀곤한다고. 이럴 때마다 노 대주교도 빠질 수 없는 주빈이자 한 식구로서 신식대중가요를 불러 이들을 즐겁게 한단다. 현재 성나자로원의 원장은 수원 북수동본당 유봉구 신부인데『비신자라곤 한 사람도 없는 이곳의 분위기는 외부에서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가족적』이라고 상나자로병원 총무 문용서(마테오 50세)씨가 말했다.
또『원생들의 숙소와 의료시설이 보다 강화되어야 한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음성환자들만 있기 때문에 전염이 되지않는다고 해도 특별한 희생과 각오 없이는 자원해올 수 없는 이곳에는 현재 간호원의 손길을 아쉬워하고 있다. 지금 단2명의 의사가 이 많은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는데 희생과 극기로 이들을 위해 봉사할 간호원들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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