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르는 갑자기 아버지 손을 뿌리치고 그의 유일한 피난처, 그에게 남아있는 유일한 왕국인 침대를 향해달려갔다. 옷을 벗어던지고는 아직도 미지근한 이불속에 그의 절망을 묻어버린다 아! 눈…아 !꽃…그는 기도드리고 싶었으나 몇마디 날말만이 떠오를 뿐이다. 자야지, 그러나 그의 머리 속이 너무나 착잡하다. 사람들이 찾아와서 아버지의 생활을 축하하는 소리가 들린다. 죄수들은 창살에 얼굴을 붙이고지나가는 사람을 바라본다…(그는 달력에서 감옥 그림을 본 적이 있다. 그것은 싯꺼멓지는 않았으나 광부촌 비슷했다)
얼마후에 앙드레가 동생을 깨우지 않으려고 살그머니 침대 속에 기어들어왔다.
내가 자는 줄 아는 모양이지! 어떻게 내가 잔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피에르는 화가났다. 큰 놈이 이리뒤척 저리 뒤척하더니 마침내 조용해진다. 저것봐! 벌써 잠이 들었네. 바보같은 것이!
『앙드레!』(대답이 없다)『앙드레!』
『응!』
『넌 탄광굴에 내려갈래? …난 싫다!』
『무슨 소리야?』
『난 절대로 탄광굴에 안내려간단 말이야 맹세코!』어린애는 침대에 쪼그리고 앉아 주먹으로 턱을 고이고 말한다. 앙드레는 성난 고집퉁이 얼굴을 힐끗 쳐다보았으나 지금 그에게는 잠이 쏟아진다. 더구나 오늘 아침은 말다툼하기에는 너무나 행복하다.
『어린 것은 아무 것도 모르는군. 어제 저녁엔 웃더니 이젠 울상을 하네…아니 정말 우는구나!』『피에르… 피에르… 얘야! …』
피에르가 이번에는 이 걱정스런 얼굴, 아버지와 꼭 닮은 이 단순하고도 믿음직한 형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얼마나 정다운가! 혼자있지 않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어린이는 눈물을 닦았다.
『앙드레 너도 탄광굴에 내려가지않지 응? 너도 안가지! 맹세해!』
『난 간다』형이 대답한다.
『겨우 그 얘기야?』
『물론 가구말구, 난 무서워하지 않는다!』
그리고 나서 형은 벽을 향해 돌아누웠다. 양심에 거리낌없는 편안한 잠을 청하며.
인사과장은 사나이를 아래위로 쭉훑어본다. 키는 됐고… 어깨도 인만하면 괜찮고… 다만 조금전부터 미소를 거두지않는 이 얼굴이 문제다. 밤톨색이는, 아니 차라리 다람쥐색이라고 하고 싶은 두눈이다 다정하게 자기를 응시하고있다.
1. 가라, 너의 사명이 시작된다.
인사과장은 약간 계면적게 바라보았다. 그렇게 젊은 나이에 벌써 해변모래위에 바닷물이 그려놓은듯 세 줄기의 긴 주름살이 잡힌 그 이마, 심술이나 부렸으면 알맞은 앳된 입술엔 미소를 띠고 있다. 턱에는 면도칼도 잘 들어가지 않으리만큼 깊숙한 흠이 파여있어 또 하나의 미소짓는 얼굴같이 보인다. 그다지도 젊은 얼굴에 반백머리가 마치 오월의 눈은 광경이라고나 할까?
인사과장은 이 낯선 얼굴에서 받는 감동을 무엇이라고 꼬집어 말할 수 없었다.
이 사람이 지내온 과거의 어린애 모습과 앞으로 되어갈 늙은이의 모습을 동시에 찾아 볼 수 있는 듯 했다.
『성명은?』
『피에르』
『성도 말해야지?』
피에르가 성을 댄다.
『북쪽 이름이군?』
『네』
『그래』하면서 인사과장은 상대방 탓인지 약간 부자연스럽게 크게 웃으며 말한다.
『난 또 북쪽지방사람들은 모두 광부 아니면 신부(神父)인 줄 알았지!』
『보시다시피…』
피에르는 한마디 하고 만다. 그는 자기 미소가 인사과장 비위에 거슬렸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 상대방을 안심시키는 눈짓을 하며 더욱더 미소를 띠우기로 했다.
전화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네… 뭐? … 누가 그랬나? … 안돼 난 지금 바빠… 그것도 좋지 그러나 난 바빠. 그 작자들과 얘기하러 나가있는 인사과 대표들이 있지않나!』
인사과장은 거칠게 전화기를 놓는다. 자기자신에게도 상대방에게도 화가났다는듯이 피에르는 한 발자욱 뒤로 물러섰다. 자기도「그 작자들」에 속해있는 것이다.
『나가보셔야 하지요?』
피에르는 긍정적인 어조로 말한다. 『아니. 말하자면…』
그는 입을 다물엇다. 공장 마당에서 추럭이 떠나는 소리가들린다.
『교육은?』
물어보는 인사과장은 무관심한 척하고 있으나 이쪽 대답을 열심히 기다리고 있는 눈치다.
『네?』
『당신은…중학교 졸업장이 있소?』
『네』
『그 이상도 있을 것 같군!』(이번엔 인사관장의 어조가 긍정적이다)
『글쎄요』
인사과장은 서류를 내밀고 안경을 벗으며 말한다.
『여보게, 왜 인부가 되길 원하나? 더 나은 자리가…』
피에르는 난처해서 마당으로 눈길을 돌렸다. 한 사나이가 짐을 부리고 일어나서 자기 손을 바라보며 숨을 헐덕이고 있었다.
『인부를 꼭하겠습니다. 그런데…』
피에르는 천천히 얘기를 꺼냈다.
그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인사과장은 가로챘다.
『그런데 내게 무슨 상관이 있느냐 말이지?』
인사과장은 다시 그의 서류 집어들고 안경을 낀다. 그리고는 다시 안경을 벗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을 있는다.
『자네는 재주를 부리지 않는군. 이유가 뭐요?』
피에르는 테이불 위에 두 손을 놓았다. 그 손은 아직도 하얗다. 인사과장은 흰 손을바라보았다.
『재주라니 그것이 무슨 뜻입니가?』
『구렁에서 헤어나려고 애쓰는 것 말이요』
『구렁에서 헤어나려면 다같이 헤여나와야지요』
피에르는 이렇게 대답하며 다시 한번 미소짓지 않을 수 없었다.
그의 앞에 있는 이 사람도 착한 사람이다. 거의 양심의 가책을 받지않고 자기 의무를 충실히 하고 있다고 굳게 믿고 있나! 가능한한 많은 이익을 내게끔 기업체를 경영하는 것이 그의 의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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