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신춘문예 당선작들중에서 황절영의「탑」(조선일보 당선)은 중요한 수확으로 꼽힐만하다. 베트남전선을 소재로 하여 씌여진 이 소설의 형식은 지난날의 한국전쟁 문학작품들에 비하여 크게 새로울 것은 없다.
그러나 이 소설은 작가가 그 피튀는 현장을 몸으로써 겪고서 쓴 만큼 생생한 실감이 충일하고 있으며 그 리얼리티에 근거하여 인간과 장황악 사이의 문제를 역시 독자로 하여금 몸으로써 느껴 깨닫게 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그것은 탑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이기엔 너무도 초라한 물건, 초소와 숲사이의 마당에 사람 두키정도의 높이로 세워져있는 보잘 것없는 돌덩어리 그러나 자세히 관찰하면 탑의 꼭대기에 춤추는 듯한 사람들의 옷자락에 둘러싸인 부처의 좌상이 부조(浮彫)되어 있다.
이 탑이 이곳 베트남 지방민의 사랑과 애착의 대상이었으며 빛나는 햇볕아래 나무 그림자의 옷을 입은 사원의 종이 울려퍼질 때면 평화를 소망하는 주민들이 경건히 무릎을 끊는 대상이었다.
그러므로 베트남 정부군은 이 탑의 수호를 한국군에게 부탁하였으며 청룡부대의 1개 분대가 이 탑을 지키기위해 배치되었다.
『착검! 선임조장이 외쳤다 자동소총에 대검을 꽂고 화력망을 뚫고 배수로 속으로 뛰어든 몇명의 적들을 맞았다는, 그들의 장총끝에 꽃힌 날카로운 알루미늄의 창끝』『지켜야해 지금와서 뺏길 수는 없어. 우린 저 것 때문에 대원들을 잃었다』
그러나 뒤이어서 도착한 미군부대는 바나나밭과 석탑까지 밀어내고 캠프와 토치카를 짓겠다고 한다. 청룡의 선임조장이 불도저 앞으로 달려가 미군 운전병 앞에 자동소총을 겨눈다.
한 작은 돌덩어리가 무슨 피를 흘려 지킬 가치가 있겠는가? 그것은 우매한 일이다 그러나 청룡은 안다. 우리가 싸워서 지켜낸 것은 돌덩어리 이상의 무엇이라는 것을. 배불뚝이 미군 중사는 불도저 위에서 뛰어내리며 투덜거렸다.
『동양인들은 이해할 수 없단 말이야』
그러나 청룡분대가 전우들의 시체와 장비를 싣고 여단본부를 향하여 떠날 때, 차가바나나 숲을 채 돌아가지못해서 불도저의 굵다랗게 가동하는 엔진소리가 들렸다. 떠받힌 탑이 너무도 맥없이 무너져버리고 있었다. 달리는 차가 일으켜 놓은 먼지에 그것은 보이지 않게 되었다.
불교는 그리스도교가 들어오기 이전까지 동양을 지배해온 영혼의 철학이다. 인간은 오직 자기의 업으로 태어났으며 스스로 깨달음으로써 성불한다는 이치에서 그것은 우리 존재의 위대한 작자 즉 창조의 주재자를 인정하지 못한 점에서 애매한 선문답에 빠질 우려가 있으며 그점에서 불교가 완전한 종교 이전인 것도 사실일 것같다.
그러나 세속에 대한 용감한 포기와 초월, 중생에 대한 우주적인 폭의 위대한 자비등은 동양속에 살아있는 영혼의 철학이다. 여기에는 또한 심오한 사색과 정신적 수련이 따르게 되어 있다. 서양인은 나면서부터 구약과 신약을 읽게된다. 문학적으로 감미롭고 평이하게 씌어진 바이불을 힘 안들이고 읽고 나서 쉽게 완전한 종교를 배우는 행복을 타고 난다.
「탑」을 밀어내려온 미군중위가 소설속에서 이렇게 말하는 대목이있다.『그런 골치 아픈것은 없애버려야지. 미합중국 군대는그들의 생각을 개화시키는걸세, 낡은 생각이니까.』
서양인은 이렇게 쉽게 생각해 버리기가 쉽다. 그 안이와 경박·결정론적 행동과 동양인의 심오한 평화적 사유 사이에서 이해를 발견하지 못하고서는 서양이 동양의 전쟁을 감당해줄 능력이 사실상 부족한 것이다.
그리고 이와같은 넌센스의 순환속에서 피를 흘리고 목숨을 던져가며 치열해야 했던 청룡의 젊은이들. 그 보람에 대한 회의와 더불어 전쟁이라는 참담한 폭력자체에대한 허무와 부정을소설「탑」은 가장 리얼하게 공감시켜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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