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써서 인쇄까지 하는 본연의 출판이라면 한국교회의 출판역사는 1862년 이전으로 소급하지 못하며 또한 인쇄 자체도 목판인쇄가 아닌 오늘과 같은 활판인쇄를 가리킨다면 그나마도 1880년까지 내려와야한다. 그러므로 순인쇄면에서 볼 때 우리교회의 역사는 1862년을 전후로 하여 전사(轉寫)시대 및 인쇄시대란 2기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전사시대란 서적을 베껴서 보급 전래하던 시기를 말한다.
보급면에서 전사가 인쇄를 도저히 따를 수는 없었을 지라도 교회 안에 서사(書士)라는 직업까지 생기게 된 사실로 미루어 보아 당시 교우들의 진리탐구욕과 성서의 보급상태가 어떠하였음을 가히 추측케한다.
출판이란 인쇄만이 아니요, 아니 그 보다 더 중요한 저술과 편집을 내포한다면 자연 우리의 이야기는 전사시대까지 올라가지 않을 수 없다. 이제 이 시대를 크게 둘로 구분해서 1835년 이전이 평신도가 주동이 된, 주로 창작시대라면 그 후는 성직자가 주동 역할을 한 번역시대라고 특징지울 수 있다. 초대신자들은 대개가 양반이요 유식 계급에 속하였으므로 중국에서 들어온 한문 교회서적을 해독할 수 있었기 때문에 별로 한글로 된 교회서적의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
그런데 이승훈을 중심으로고 해 견진, 미사 등 성사집행이 결의되자 의식서의 번역이 시급해졌다. 한문의 음(音)만을 옮겼는지 또는 번역을 했는지 알 길이 없으나 아뭏든 의식서와 미사경문이 생겼다. 비록 불법이기는 하나 그것은 전례사상 획기적인 사실이 아닐 수 없다.
의식서 외에 한글교리서가 나오기 시작한 것은 18세기 말엽인데 정약종의「주교요지」가 그 효시이다. 한글서적이 나오게 된 동기는 어린이와 부녀자들에게까지 읽힐의도였고 이로써 그때 천대를 받던 한글을 높이는 데에도 기여하였다.
그리스도교회의 초기저술의 많은 것이 서한 형식으로 이루어진 것과 같이(대표적 성바오로) 한국교회에서도 그러한 서한들이 있는데 대표적인 것으로 황사영의 백서(백書)를 들 수 있다. 백서는 북경교회에 보내려던 편지로서 그안에 귀중한 순교자 전기가 들어있다.
1835년이래 정착하기 시작한 불인 성직자들은 방인성직자와 신자들의 협조를 얻으며 우선 기도서와 교리서의 편찬에 착수했으나 박해로 인하여 완성은 보지못한 채 중단되고 말았다. 장 주교와 안 주교는 이 사업을 이어받아 마침내 교회출판의 황금기를 마련하니 1862~66년의 일이다. 장 주교는 선교사의 부족으로 인한 교우들의 무지를 구제할 방침으로 인쇄소의 설치를 서둘은 끝에 두 개의 인쇄소를 완성시켜 여기서8종 13권의 단행본을 불과 2년내에 발간할 수 있었다.
1867~1905까지는 병인박해로 퇴진된 출판사업을 복구 재건하는 것만으로 벅찼었고 그외에 일본「나가사끼」에 임시로 마련했던 인쇄소를 서울로 옮김으로써 인쇄시설을 완비시킨 것이 특기될 만한 사실이다.
1906~1933년 사이에 정기간행물이 발간되고 비로소 사회진출이 시도되었으나 일제의 탄압으로 주간「경향신문」은 겨우 2년만에 폐간되고 그간 부록으로내던「보감」을「경향잡지」로 개명, 종교지로 그치는 용두사미 격이 되고 말았다. 이 시기에「사상성경」및「종도행전」이 발간된 것은 늦은 감이있으나 퍽 다행한 일이라 하겠다.
1933년서부터 해방까지를 출판통제시대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1931년의 전국주교회의는 포교상의 연합정책의 일환으로 출판에도 5교구 출판위원회를 발족시켰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서울의「별」보와 대구의「천주교회보」가 동시 폐간되고 지성을 위한 유일한「가톨릭청년」지가 창간되었다. 그러나 미구에 평양에서「가톨릭연구」, 간도에서「가톨릭소년」이 발간되자 불미스러운 경쟁이 시작되었고 1936년말 마침내「청년」은 자진 폐간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서로 잘했다고 하지만 여하간 슬픈 일이다 그리고 이동안 덕원수도원은「서간경」과「미사경문」을 번역, 출간함으로써 전례운동과 성서보급에 크게 공헌하게 되었다.
지면의 제한으로 해방 이후를 요약하면 한말로 출판목표가 없는 난맥상의 범람기를 이루고 있다. 또다시 분산으로 부터의 통합 정책이 아쉽다. 끝으로 어느정도의 영리성을 초월한 복음전파가 위주가 되길 바라는 마음도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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