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의 6펜스
여기에서 내게 생각나는 일이 하나 있다 어느마을 가까이 숲가 호젓한 곳에서 나는 열살쯤되는 소년 하나를 만났었다. 소년은 두팔로 가리운 머리를 나무에 기대고 서서 몹시 서럽게 울고 있었다. 무슨 일이냐고 나는 물어보았다. 그리고 조금 애써서 캐물은 결과- 그는 아무것도 아닌 시골뜨기보다는 나았다- 그가 빚 갚을 돈 6펜스를 가지고 심부름 나왔다가 그것을 잃어버렸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이 가엾은 소년의 마음은 그러한 일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어른이었다면 절망의 고민이라고 할 만한 상태에 있었다. 꽤 오랫동안 울고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얼굴의 근육은 통고문이나 당한 것처럼 실룩거렸고, 손발마저 달달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눈이며 목소리는 기장 악한 죄인만이 받아야 할 그런 비참한 고통을 나타내고 있었다. 그것은 6펜스를 잃어버린 까닭이었다.
나도 그 소년을 따라 눈물이 나올 지경이었다. 그것은 광경이 의미하고있는 모든 것에 대한 연민과 분노의 눈물이었을 것이다. 무어라고 말할 수 없이 화창한 봄날, 하늘도 땅도 인간의 영혼에 축복을 내려주는 그러한 때에, 제대로라면 어린시절만이 맛볼 수 있는 그런 기쁨을 즐기고 있었을 아이가 다만 6펜스의 돈을 손에서 떨어뜨렸다는 까닭으로 하여 가슴이 터질 듯이 울고 있었던 것이다.
이 손실은 무척 중대한 것이었다. 그리고 소년도 그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부모를 만나는 것이 두렵다기 보다는 제가 부모에게 끼친 손해를 생각하니 그만 슬픔이 복바쳤던 것이다. 6펜스의 돈을 길가에서 잃었다고 해서 온가족이 비탄에 빠져야하다니. 이와같은 일이 있을 수 있는 소위「문명」의 상태는 그것을 어떠한 말로 설명해야 적당할지. 나는 호주머니에 손을 넣어 6펜스 가치의 기적을 만들어 주었다.
30분 걸쳐 나는 겨우 평온한 마음을 회복할 수 있었다. 결국 인간의 어리석음에 대해서 분개하는 것은 인간이 조금이라도 현명해지기를 바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부질없는 짓이다. 내게 있어서 6펜스의 기적은 중대한 일이었다.
왜냐하면 전연 그만한 돈을 낼 수가 없거나 혹 무리해서 낸다면 그 때문에 한끼의 식사가 달아나버리던시 절이 있던 것을 나는 알고있기 때문이다.
죠지 깃싱(1857~1903)=영국문학사에 있어서 18세기의 산문문학은 저널리즘의 발달과 더불어 단연 우세했다. 램을 비롯 스티븐슨 등 당대의 저명한 산문작가와 더불어 깃싱은 후기 빅토리아왕조대 수필가로 손꼽힌다.「봄의 수상」은「헨리라이크로프트의 수기」중 일부로서 그 밝고 전아한 필치로 엮어진 자서전적 감상문으로 널리 읽히는 수필의 전형이다. 무엇보다 깃싱은 평생을 눈물나는 청빈속에서 학문과 예술을 위하여 지조를 굽히지 않는 고고한 선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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