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은 복음의 빛 속에서 성찰을 통한 실천으로 자신과 사회의 삶을 변화시켜야 한다.
■ 우리의 눈을 멀게 하는 것들
그런데 작가는 정말 눈먼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를 말하고 싶어 합니다. 사실 작품은 눈이 멀어 무기력에 빠진 인간들이 저지르는 본능적이고 원초적 행태들, 그 속에서 나타나는 잔혹함과 폭력성, 존엄의 상실을 그립니다. 이처럼 바이러스는 육체의 눈도 멀게 하지만 영혼의 눈도 멀게 합니다. 역사에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보다 더 무서운 재앙들이 많았습니다. 그 속에서 그렇게 많은 이들이 영혼의 눈이 멀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비단 재난만이 아니라 일상에서도 이를 경험합니다. 편견과 선입견, 자신의 생각과 경험만 절대시하는 자기중심적 사고 때문입니다. 또한 사랑, 믿음, 희망, 온유함, 겸손, 배려, 헌신, 영원과 생명, 참되고 귀한 것 나아가 이웃과 하느님에 대한 무지 때문입니다. 작중 이야기처럼 우리가 ‘진실을 보려하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작품의 원제목을 ‘무지(無智) 의 도시’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 성찰,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노력
힘든 한해를 보내며, 큰 손실과 어려움으로 좌절과 화가 많습니다. 위로와 도움이 필요한 이웃도 많고 관심을 가져야 할 사회현안도 많아 보입니다. 경제, 노동, 정치 현장을 비롯한 곳곳에는 첨예하고 복잡한 현안이 있고, 대립과 갈등, 미움과 분노도 함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분노와 미움의 사람이 돼선 안 되겠습니다. 그것은 결국 눈먼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설령 어려움이 있더라도 희망과 믿음, 사랑을 간직해야 합니다. 모든 문제들은 격앙된 분노, 대책 없는 진영논리, 자기중심적 사고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 서로 존중하는 성숙함과 귀를 기울이는 겸손, 선을 실천하려는 의지로써 문제가 풀어집니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성찰해야 합니다.
「간추린 사회교리」에서도 “그리스도인은 복음의 빛 속에서 성찰을 통한 실천으로 자신과 사회의 삶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합니다.(53항) ‘성찰은 삶의 근본 바탕’이며(114항, 128항, 131항) ‘내적인 덕을 증진케 하고’(285항), ‘문제를 풀어가고 개인과 사회의 성장을 위해 끊임없이 요구되는 것’이라 합니다.(344항, 547항, 568항) 또한 인간과 생명에 대한 경외, 약자에 대한 관심, 이웃사랑을 간직해야 하고, 우리가 더 나은 사람이 돼야 합니다. 우리에게 오시는 아기 예수님을 통해 깊은 지혜, 충만한 사랑, 변함없는 희망을 얻을 수 있습니다. 소경 바르톨로메오가 예수님을 통해 보게 됐음은 성탄을 앞둔 우리로 하여금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마르 10,46-52) 정녕 주님을 통해 빛을 본다는 시편 말씀이 우리에게도 이뤄지길 소망합니다.(시편 36,10)
“하느님과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믿음은 안정과 평온, 홀로 국가의 번영을 가져오고 보호할 수 있는 내적 외적, 사적 공적 질서의 유일하고 대체할 수 없는 토대인 도덕 원리에 빛을 비추어 준다. 사회생활은 하느님의 계획에 토대를 두어야 한다.”(「간추린 사회교리」 577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