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막 <양딸> ②
-시녀가 따끈한 차와 과자를 들고 나온다. 유스타 부인이 그것을 받아서 줄리아에게 다가 앉는다-
유스타=긴 여행길에 무척 고단하겠구나 자 이걸 좀 먹어라.
-줄리아는 여전히 굳은채 꼼짝않는다. 손자는 자꾸 말을 걸어보나 반응이 없다-
-유스타 잠깐 퇴장-
손자=과자 먹어요 응?
-줄리아 여전히 굳어있다. 손자가 과자를 내밀어도 받지 않으므로 억지로 입에 넣어준다. 줄리아는 하는수 없이 조금 먹으며 손자와 눈이 마주치자 서로 방긋한다. 줄리아 차를 자진하여 마신다-
손자=(안방에 대고 큰소리로) 아가씨가 과자 먹었어요!
유스타=(말소리만-) 잘됐다. 더 권하여라.
-줄리아 상위에 모셔둔 성모자의 성화를 가리키며 말없이 손자에게 『저건 누구냐?』고 묻는다-
손자=저분은 성모 마리아님.
-줄리아가 이번에는 성모품에 안긴 아기를 손가락질 한다-
손자=그분은…
-벽에 걸린 십자가를 발견한 줄리아가 일어서서 다가가 보더니 두려운 눈으로 몸을 옴츠린다-
손자=괜찮아요 저 아기는 커서 나쁜 사람들한테 무척 괴로움 받는 분인걸.
-둘이 십자고상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는데 유스타 부인이 들어온다.
유스타=아가씨는 우리나라 말을 아는지-
줄리아=(비로소 입을 열어) 조금만
유스타=이번에 너는 우리 딸이 되었어 앞으로 나는 너의 엄마야.
줄리아=(머리숙인체 혼잣말) 딸? 엄마?
유스타=그렇단다. 우리들 일본 사람들은 너희 나라를, 그리고 너를 몹시 괴롭혔어. 용서해줘.
-줄리아, (잘 알아듣지 못하는 표정이면서 좋은 뜻으로 느끼며 유스타 부인의 손을 어루만진다)
유스타=고마워. 당장 네 방을 하나 마련하자.
-손자는 기꺼운듯이 깡충거리며 줄리아의 짐을 거들어 주려한다. -<1막끝>
제2막 <작별> ①
때 1600년
곳 1막과 같은집
나오는 이들 신부(선교사)
유스타
줄리아
손자
무사 ①, ②
-미사전, 신부는 휘장으로 칸막이 된 성당에 들어가면서 멈칫 서서 설교할 원고를 훑어보며 고개를 기울여 난처한 표정을 짓고 유령처럼 막 뒤로 사라진다-
손자=(복사옷을 입고 막뒤에 나오면서 방울종을 울린다) 미사가 시작됩니다.
-줄리아는 성당으로 들어가려는 유스타 부인의 옷소매를 잡고 묻는다-
줄리아=여쭈어볼 말씀이 있어요.
유스타=뭔데? 말해보렴.
줄리아=제가 이 댁에 온지가 5년째 됩니다. 그동안 마님께서는 제가 세례받을 때에 대모가 되어주셨고 전 많은 은혜를 받으면서 탈없이 지냈습니다. 그래서 오늘 미사를 특별히 고니시 집안을 위하여 기원하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드리고 싶어요.
유스타=저런! 고마워라. 줄리아는 참으로 착한 아가씨야. 나도 귀여운 줄리아를 위하여 열심히 기도하겠어.
-둘이 나란히 미소띤채 막 뒤로 사라진다-
-막 뒤에서 신부와 신자들의 소리-
신부=주께서 여러분과 함께….
유스타, 줄리아, 손자=또한 사제와 함께.
신부=기도합시다.
-잠깐 사이-
신부의 설교=나는 이 나라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았으므로 짧게 설교하겠습니다. 호수에서 사나운 물결을 만난 이야기입니다. 예수님은 작은 배에서 주무십니다. 큰바람이 불어와서 제자들은 겁이 나서 예수님을 깨워 구원을 청하여 무사히 구출되었습니다. 때로는 우리들의 생활에도 갑자기 폭풍우가 몰려와서 모든 것이 일시에 멸망할 듯이 여겨집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우리들의 마음속에도 생활속에도 계시므로 멀지 않아서 평화를 되찾을수 있습니다.
-사이-
신부=주께서 여러분과 함께-
일동=또한 사제와 함께.
신부=마음을 드높이.
일동=주를 향하여.
신부=우리주 천주께 감사합시다.
일동=마땅하고 옳은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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