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굿 또는 도랑굿이라 하면 부락내에 모시는 당신(堂神)에게 굿을 지내는 것을 말한다.
부락에 따라서는 당신(堂神)을 모신 집이 있기도 하고 큰나무 하나가 부락 중심이나 뒷쪽에 있어 이것을 당나무라 부르니 이것이 신체(神體)라 보는 곳도 있고 신당(神堂) 신목(神木)이 없이 허공에 신이 있다고 생각하는 부락도 있다.
이러한 부락에 있는 신을 위하는 방법은 대체로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부락민이 제관(祭官)을 선정하는 것이고 하나는 무당을 불러다 굿을 하는 것이다. 후자의 경우를 필자가 조사한 것이 1971년 3월 경기도 양평군 강하면 성덕리라는 부락이다.
경기도내에는 대도시 서울이 있어 상당히 근대화가 빨리 되어 당굿같은 것이 전혀 없으리라 생각되지만 생각보다는 훨씬 구석진 곳이 많고 구석진 곳에는 이러한 옛 풍속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
아침 일찍이 부락에 들어서니 이미 당산나무에 당굿이 시작되었다. 이 부락에는 숫당나무가 있고 마주 보이는 마을에 암당나무가 있었고 좀 떨어진 마을에는 당집이 있었다. 말하자면 세 개의 자연부락이 하나의 행정단위인 리(里)에 속하고 있어 지금 리민(里民)이 무당을 불러온 것이다.
당나무 앞에는 과일과 술과 포 및 접시가 놓였고 상 앞에는 시루에 쌀을 담아 놓았으며 한 노인이 대를 잡고 있었고 무당은 노래와 춤을 추고 그 옆에 서너명의 박수가 악기를 키고 있었다. 얼마 후 대가 흔들리더니 노인이 일어나 대를 쥔 채 춤을 춘다. 무당은 더욱 신나게 노래하고 춤을 춘다.
이것이 끝나니 다음에는 악당나무에 제(祭)를 올리고 같은 것이 되풀이 되었다. 다음에는 부락의 공동 우물 앞에서 용왕굿을 한다. 용왕은 수신(水神)으로 우물에 있는 신이니 이 신에게 물이 맑고 병없게 하고 이 물을 먹는 사람들이 건강하고 장수하게 하여 달라는 것이다.
이곳에서 끝나고 이번에는 거리를 지켜주는 선황당에게 굿을 한다. 선황당이란 돌을 쌓은 돌무더기이며 거리를 지켜주는 신이다. 이것이 끝나고 건너마을 당집에서 또 같은 굿을 한다.
이렇게 다섯차례에 걸친 부락공동신에 대한 굿이 끝나니 이번에는 집집이 무당을 초대하여 약식 굿을 한다. 집에서는 대물보 밑에 밥상을 놓고 그 위에 시루, 시루안에 팥, 말안에 쌀, 쌀위에 수저를 꽂고 수저에 실을 감아 놓은 것이다. 이 앞에서 무당은 그 집이 재수있고 무병하고, 집안 편안하라고 한바탕 굿을 해준다. 이렇게 하기 수십 집을 하니 하루해가 저문다.
저녁이 되니 넓고 편편한 밭에 천막을 치고 고창굿을 한다. 이것은 하나의 유흥이기도 하다. 부락민만이 아니라 다른마을에서도 와서 밤새도록 놀고 마시고 때로는 도박도 하고 한편에서는 굿도 한다. 말하자면 고창굿이란 일종의 오락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특히 놀란 것은 2년만에 한번 이런 굿을 하여서 그런지 부락민이 열심히 당굿에 참석하고 개인굿을 하는 집이 많은 것이다. 노인들보다 젊은사람들이 더욱 열심이다.
이번에는 무당에게 물었다. 무당은 60세나 되어보이는 할머니다. 40이 되어보이는 아주머니가 보좌무당이고 피리ㆍ북ㆍ징 등 악기를 다루는 남자 박수가 네 명 도합 6명이 한팀이 되어 왔다. 이들의 집은 수원에 있으며 동짓달부터 시작하여 정월 2월은 경기도 일대를 다니는데 스케줄이 꽉 차있어 하루도 빈날이 없다 한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수원ㆍ인천ㆍ여주ㆍ양평 등 서울을 둘러싼 도시나 읍을 순회하는 무당이다. 매년 이러한 코스를 왕래하면서 정하여진 부락을 떠나며 벌이를 하는데 그 수입은 충분치는 않아도 괜찮은 정도라 하며 정확한 액수는 밝히지 않는다.
이러한 무당팀은 앞서본 전남 고흥부 나로도와는 다르게 일정한 교구가 없으나 순회하는 지역이 있고 이 지역내에는 여러팀이 있어 경쟁을 하기에 굿의 구조나 형식도 다르지만, 순회한다는 면, 경쟁한다는 면 등에 특색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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