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직자들의 독신제 폐지문제가 요즈음 한창 논의되고 있다. 이 제도가 자연법이나 신법이 아니고 교회의 한가지 관습이나 권고라고 한다면 얼마든지 논의될 수 있다. 교회가 하느님의 백성이라면 성직자나 평신도가 본질적으로 구별되는 것이 아닐게다. 성직자나 평신도가 각기 그 직분에 따라 복음을 전파한다는 공동의 사명을 완수하면 된다.
하느님께로부터 받은이 공동의 사명을 그 직책에 따라 완수하는데 각기 최선을 다하면 그만이다.
성직자가 꼭 결혼을 해서 가정생활을 해야지만 현대가 요구하는 하느님의 백성으로서의 사명을 더욱 잘 완수할 수 있으리라는 보증은 없다. 실상 그리스도의 제자들도 대부분 기혼자였고 초대교회의 용감한 일꾼들도 평신도들이었다. 성직자들의 독신제도가 교회의 사명완수를 위해서 절대 불가피한 여건이 된다는 역사적 근거와 현실적인 실증이 있다면, 더구나 순수한 인간적인 제도나 법규정이 아니라 초자연적인 권고나 20세기 동안을 걸쳐 실시되어온 관습이라고 한다면 이 제도가 교회의 정식 권위에의해서 적어도 전면적으로 폐지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또 그렇게 할 수도 없을 것이다. 불교에서 비구 대처승 제도를 폐지할 수 없는 것이나 국가가 구정의 관습을 전면적 또는 법적으로 폐지할 수 없는 것과도 비슷한 것이다.
그러나 결혼과 가정을 가지는 권리는 각 개인의 생명과도 연결된 기본권리인 만큼 원칙면에서 교회도 이 권리를 억제하거나 박탈할 수 는없다. 그리스도나 사도 바오로도 특수한 생명이나 현세가 아니라 천국을 위해서 독신생활을 하는 것이 더욱 좋다고만 말하였다. 성직이나 수도생활을 지망하는 자들에게 교회는 절대적인 자유선택을 부여하고 있다. 따라서 이 문제는 성직이나 수도직을 선택하는 자들의 완전한 자유의지가 결정할 문제인 것이다 진정한 교회의 쇄신이나 현대화는 신부들의 독신제 폐지나 수녀들의 평복 입기 운동에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하느님의 백성-성직자이건 평신도이건-마음의 쇄신 그리스도교 신앙의 생활화에 있지 않을까?
성직자가 모든 이웃을 그 중에서도 가난한 자버림 받은자 실의에 차있는자 삶의 의의를 상실한 이웃을 자기 아내와 같이 형제나 친자식처럼 돌 봐주고 사랑할 때 비로소 이뤄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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