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지난 1월 5~10일까지 가톨릭대학신학부에서 전국 각 교구의 주교, 참사위원 신부 등 46명과 교리교육담당 신부, 수녀、평신자 1백70여명이 모인 가운데 가진 네브레다 신부의 강연을 초한 것이다. 신학박사 학위를 가지고 있는 네브레다 신부는 예수회 소속으로 현재「마닐라」극동사목연구원장으로 일하고 있다.<편집자 註>
1962년의 제2차「바티깐」공의회 개회 이래 현금의 교회사는 전혀 예기할 수 없었던 허다한 변화로 점철되었다. 보수와 진보, 전통과 혁신, 극단과 반동 등의 단어로 간혹 특징지워지고 지칭되는 현대교회 내의 제사건에 대하여 어떤이든 개악이라 어떤이는 개선이라고 상반된 주장을 거듭하고 있으며 신학적 계발이 부족하거나 균형있고 확고한 신앙관을 결여한 많은 성직자 수도자 평신자들에게 이와같은 엇갈린 주장은 분명히 혼란과 당황의 씨앗이 되고 있다. 이번 신학강의의 목적은 제2차「바티깐」공의회의 중심적 사상에 대한 신학적 해설을 통하여 가장 성서적이며 동시에 현대적 경험에 합당한 신관, 그리스도관, 교회관, 신앙관을 제시하고 이와 더불어 개선과 개악을 구별하는 기준과 현대교회가 당면한 주요과제를 약술하는 것이다.
①제2차「바티깐」공의회의 특성
제2차「바티깐」공의회는 공의회 사상 그 유례를 찾을 수 없는(아마도 초대「예루살렘」사도회의를 제외하고) 몇가지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 다음에 그 몇가지를 약술하여본다.
1, 선교지역의 신학적 공헌
첫째로 가장 현저한 사실은 공의회 구성원의 성격의 변화다. 역대 공의회의 참석교부들은 모두 전통적 기독교 문화권 출신이었고 이것은 불과 1백년 전에 소집된 제1차「바티깐」공의회에서도 마찬가지었다. 이에 반도하여 제2차「바티깐」공의회에는 거의 170명에 達하는 비기독교 문화권 비백인종 출신의 교부들이 참석하였음은 분명히 특기할 만한 사건이었다. 이것은 수적 증가의 피상적 관점에서 뿐 아니라 수적 증가가 내포하는 신학적 공헌의 관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신학, 재정, 인원면에서 유럽의 모교회에 지금까지의 존하는 선교지역의 제교회가 모교회에 그 빚을 갚는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아프리카 아세아 출신의 교부들은 비기독교국의 소수집단으로서 상이한 사고방식의「이교도」들과 공존 활동하면서 체득한 선교적 사목적 통찰을 모교회 출신의 교부들에게 제시하고 시대적 사목의 난관과 시대적 적응의 필요성을 강력히 역설하였으며 드디어 교의헌장 사목헌장 선교활동에 관한 교령 등에 그들의신학적 입장을 성공적으로 반영시켰다. 교회의 본질이 시간속에 세계속에 그리스도를 연장 구현하는 것이고「보냄을 받은」(MISSIONARY←MISSIO←MITTO 보내다 파견하다) 최초의 선교사이며 모든 선교사의 원형이라면 선교의 의무는 몇몇「선교사」들에게 국한된 것이 아니고 전교회에 해당되는 것이다. 다시말하면 교회의 본질은 곧 선교요 비선교적인 교회는 이미 그리스도교회가 아니다.
2、요한 23세의 예언자적 통찰
과거의 공의회가 정통교리의 수호에 집념한 나머지 이단자들에 대한 경고ㆍ처벌ㆍ단죄를 중요시하였음에 비하여 현공의회의 최대의 관심은 사목적 관심이었다. 공의회 개회연설에서 이단자를 처벌하고 단죄하기 위하여 구태여 거창하게 또 공의회를 개최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한 요한 23세의 예언자적 관심은「바티깐」공의회의 사목적 경향을 단적으로 표현한다. 선교는 곧 사목이며 따라서 교회의 선교적 사명은 실존하는 인간에게 구원의 기쁜소식을 전달하는 사목적 사명이다. 그런데 이와같은 사목적 사명의 성공적 완수에는 두 가지 조건이 따른다. 첫째로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를 사용해야하고 둘째로 상대방의 관심에 적중하는 언어와 내용을 선정하여야 한다.
이것은 곧 20세기의 현대인에게 복음을 전달하기 위하여는 현대인이 이해할 수 있고 현대인의 관심에 일치하는 언어를 사용하여야 함을 의미한다
3, 교회의 불변성과 역사상
이와같은 사목적 사명의 방법론적 요청과 관련하여 교회는 오랫동안 많은 오류를 범하였고 따라서 현대 교회는 큰 혁신을 필요로 한다. 전통적인 교리신학서 수덕신학서 교리해설서 요리문답등에 반영된 교회의 언어는 삼단논법적 중세기 스콜라 철학의 지나친 영향을 받아 철두철미 연역적이며 추상적이었음을 부인할수없다. 이와같은 교회의 연역적 추상적 사고방식은 마치 교회가 모든 궁극적 진리를 독점하고 있는 듯한 그릇된 독선주의의 인상을 짙게했고 교회는 따라서 구체적 경험과 관찰 실험등의 과학적 귀납법적 사고를 거의 우상화 하는 현대인으로부터 소외되고 외면 당하여 왔다. 다시 말하면 교회는 현대인이 이해할 수 있는언어를 사용하는데 실패하였던 것이다.
교회는 또한 현대인의 관심에 일치하는 언어를 발견하는데도 실패하였다 이것은 교회의 사명을 오직 부분적으로 일방적으로 편중적으로 그릇 이해하였기 때문이다. 교회의 사명은 첫째로 그리스도의 말씀을 충실하게 보존하는 것이고 둘째로 그리스도의 말씀을 시대에 적합한 생생한 언어로 제시하는 것이다. 그런데 교회는 전통적으로 첫째의 사명만을 강조하고 그리스도의 말씀을순수하게 보수하는 것 만을 중시하여 급기야 박물관의 고고학적 유물처럼 비역사적 존재로 화하여 현대인에 대한 호소력을 상실하게 되었던 것이다. 문제는 복음의 불변성과 시대에 적응하는 역사성의 양극을 상호분리、대립 시키는 것이 아니고 균형있게 조화하는 것이다.
제2차「바티깐」공의회는 교회의 역사성을 새로이 자각하여 그리스도의 복음을 충실하게 보존하면서 현대인의 언어로현대인의 깊은 염원에 호소하고저 하는 넓은 사목적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 공의회의 여러가지 헌장, 교령 선언문에 나타난 바와 같이 공의회는 모든 추상적인 용어와 정의 및 선험적 연역적 추론을 피하고 쉽고 구체적이며 서술적인 언어를 사용하고있다.
뿐만아니라 그 내용도 인간생활의 가장 구체적인 상황-대인관계, 결혼, 경제, 정치, 자연의 개발 등-을 택하여 그것을 분석함으로써 복음의 진리를 인간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 인간의 궁국적 완성을 기약하는 구원의 진리로써 제시코자 노력하고 있다.
여기에는 인격의 내면적 신비와 그 존엄성을 강조하는 현대인격주의 사상의 영향이 지대하였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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