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부유화 현상으로는 「중산층화」「교회건물의 대형화 및 고급화」「지역교회간의 경제적 빈부의 격차」외에도 「교회운영업체의 거대화」그리고 이들 요인에 의해 자연적으로 파생되어 나오는 「교회의 엘리트화」와 하느님 백성 안에서 중요한 몫을 수행하고 있는 성직자·수도자의 안락한 생활 등이 지적되고 있다.
교회의 운영업체도 가장 크게 드러나고 있는 곳은 병원이다. 현재 교회 유지재단으로 운영되고 있는 병원은 전국에 30개가 있는데、이들 병원의 절대다수가 적어도 그 지역 내에서는 「큰」병원으로 통하고 있다.
이들 교회병원은 규모가 큰 그만큼 공공기관으로서 그 지역에 많은 공헌을 해왔고 앞으로도 그 공헌도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교회병원이 교회 부유화 현상의 일면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은 언뜻 보기에 교회병원과 영리를 추구하는 일반병원 사이에 별반 큰 차이를 느낄 수 없다는 데에 있다.
김희연씨(데레사·58세)는 『딸이 아플 때 동해안쪽에 있는 교회병원에 입원시킨 적이 있다』면서 『평소 막연하게나마 갖고 있던 교회병원의 좋은 이미지가 그때 이후부터 크게 바뀌게 됐다』고 말한다.
이것은 단촐한 예에 불과하지만 비신자도 상대하는 큰 규모의 교회운영업체는 운영상 할 수 없이 흐르게 돼있는 노사분규 문제 등 여러 역기능적인 모습으로 인해 그 자체로 생기는 부정적인 측면은 이외에도 많다.
따라서 최근 교회일각에서는 경제가 발전되고 일반병원이 많은 지금은 가능한한 교회는 「운영업체」들에서 손을 떼야 한다는 「극약」성 여론이 형성되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생명을 중시하는 교회병원의 긍정적인 측면은 아직까지 많다는 점을 감안할 때 교회병원의 묘를 살리고 설립취지도 살리면서 가난한 이를 소외시키지 않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보다 발전적인 방향이라는 여론도 크게 성숙돼가고 있다.
교회의 부유화 현상은 「교회건물 및 운영업체의 거대화」외에도 「중산층화」에서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신자의 엘리트화」현상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엘리트화란 고학력자 및 안정적인 직업을 가진 이들이 교회에 남게 되고、상대적으로 불안정하고 저소득층에 있는 가난한 사람들이 교회에서 멀어지는 현상을 일컫고 있다.
주교와 일선 사목자들이 참가、가난한 이에게 열린 교회가 되기 위한 여러 의견을 교환했던 제3차 아이사 (아시아 사회사목 연수회)는 한국교회의 본당사목 전반이 가난한 사람이 참여할 수 없는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경향으로 흘러가고 있음을 지적했다.
「아이사」는『이 같은 현상은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고 사목내용을 숙의하는 이들과 접하는 이들이 대부분 가난한 이와 거리가 있는 계층이기 때문』이라며 그 이면에 있는 교회의 엘리트화 현상을 지적했다.
교회의 엘리트화 현상은 신자 운동단체들을 보면 단적으로 잘 드러나고 있다.
전국규모의 신자 신심운동 단체로써 레지오마리애와 빈첸시오회 등 몇몇 단체를 제외한 대부분의 단체가 내용과 모임、환경、여건상 가난한 이들이 쉽사리 참여하기 힘든 신자모임성격을 갖고 있다.
또 본당 내에서의 소수단체들 역시 시간과 여건상 노동자 및 일용 근로자들을 배제하는 성격으로 운영되고 있다.
노동자인 황금일씨(마르꼬·30세)는『본당에 나가봐도 시간상 가입할 수 있는 단체가 드물고、신자 재교육을 받고 싶어도 우리 같은 근로자를 별도로 신경써주는 곳을 찾기 힘들어 가끔 주일미사를 참례하는 것으로 신자 의무를 하고 있다』고 말해준다.
이같이 교회의 부유화현상의 한 단면인 「엘리트화」현상은 함께하는 하느님 백성보다 「가진 자」가「없는 자」에게 베풀어 주는 식의 부정적인 교회 모습으로 변질시킬 우려가 있음에도 불구、한국사회와 교회 내 여러 여건상 당분간 계소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편 교회의 부유화 현상의 가장 단면적인 요소는 성직자·수도자들의 안정적인 생활수준에서 쉽게 알아볼 수 있다고 한다.
성직자의 생활수준이 안정돼 사목에 전념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성직자의 생활수준이 높은 것은 바람직하지만 전인구의 60%가 남의 집살이를 하고、의식주에 고심하며 생활하고 있는 것을 고려할 때 대도시 본당의 성직자 생활수준은 비교적 높다는 지적이다.
「아이사」는 『이 같은 현상은 단순히 성직자 개인의 편리주의 사고방식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교회의 부유화 현상에서 자연스럽게 나오게 되는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아이사」는 『도시빈민들의 가난과 고통은 그들 자신의 탓뿐만 아니라 바로우리 사회의 정치ㆍ경제 등 구조적인 모순과 물질만능주의가 빚어낸 인위적 소산임을 확인』하면서 『교회의 부유화 현상을 탈피、가난한 이들과 함께 하는 교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아이사」는 『있는 자들이 누리는 넓은 땅과 호사스런 저택은 단칸방에 5~7식구가 모여 살아가야만 되는 수많은 도시빈민들의 설움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며 『가난한 이들을 우선적으로 선택하고、가난한 이들에게 보다 열림으로써 가난한 이들의 교회가 돼야 한다는 1970년 마닐라 아시아주교선언은 오늘의 한국교회가 진정으로 귀 기울이고 받아들여야 할 하느님의 도전』임을 선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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