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저승에 간 사람이라는 것을 사진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예수님의 성안(聖顔) (베르나르처럼 아래로 내려뜬 눈) 그리고 이런 구절이 적혀있다
『스스로의 생명을 구하고저 하는자 잃나니라』
피에르는 이 모든 것을 재빨리 둘러보았다. 베르나르는 벌써 다음 방문을 열고 있었다.
『여기가 미사들이는 방이네』
커다란 책상, 옷장 땅바닥에 마구 쌓아놓은 옷과 물건들. 방 저편에있는 두개의 창문 사이에서 젊은 여자가 전화를 걸고있는 뒷 모습이 보인다.
『이봐요 죠르쥬 우리 친구중의 한 사람이에요…나도 알아요 그렇지만 그 사무소에 있으니까 부탁하는거 아니에요!…그래요 고마워요! 곧 가겠어요…뭐라구요? 아! 이것이 마지막 부탁이 될지는 나도 약속못하겠어요! 네?…그래요 길잃은 나그네들 그것이 우리 전문이지요 자 그럼 곧!』
여자는 밝은 얼굴로 돌아섰다.
『죠르쥬가 서류를 어떻게 해보겠다고요 신부님! 날자를 전일부(前日附)로 하고 그런데 곧 구청으로 달려가야해요…』
『마드레느 피에르를 소개하오』
『안녕하세요 신부님』
피에르의 눈에는 그녀의 미소만이 들어왔다. 그의 미소와 시선, 이 두 길을 통해 그의 영혼이 얼굴 표면에 나타나오는 듯 했다. 침통한 얼굴은 순간마다 죽엄을 이기는 생명의 승리, 곧 스러져가는 하찮은 승리를 표현하는 것 같았다. 이 젊고 부드러운 피부 밑에 앙상하게 들어나보이는 뼈대 움푹 파인 불타구니에 빛과 그늘이 춤춘다. 불길같은 붉은 햇볕이 그녀의 머리털과 두 눈을 물들이고 있었다
.『나도 구청에 함께 가야하오 마드레느?』
베르나르가 묻는다.
『물론이지요 신부님! 신부님을 위해서 죠류쥬가 미쉘을 살려주는 거에요 나 때문이 아니에요!』
『내가 당(黨)에 입당하길 바라는건 아니겠지, 설마? 갑시다!』
『부엌에 있는 저 사람들은 누구요?』피에르는 물었다.
『항상 같은 일이지요?』마드레느는 미소를 잃지않았으나 두 눈동자가 어두워졌다.
『잘 곳을 찾아야 할 사람들 실직자 셋 시골에서 올라온 사람 둘. 한 사람은 숨겨야 할 사람이고요』
낮은 소리로 덧붙인다.
『이 사람들은 기다릴 수 밖에 없지요!』
『그러나 미사는 어떻게 하고?』
피에르가 재차 묻는다.
『이게 미사지.』
그들이 부엌에 들어갔을 때 베르나르는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 말한다.
『잠깐 기다리시오. 피에르가 당신네들하고 함께 남아있을거요…피에르 신부가.』
늙은이들은 고개도 돌지 않았다. 너무 지쳐서… 기다리라고? 그것이 차라리 낫지. 그들에겐 오히려 해결이 무서운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피에르를 정면으로쳐다보았다. 동등한 입장에서 『이리오게, 미쉘!』
키다리는 어깨를 흔들며 따라간다.
교장실에 불려들어가는 학생모양. 그들은 문을 열고 빗속으로 살아졌다.
피에르는 이 침묵속에, 각자가 도사리고 있는 이 침묵속에서 그래도 미소짓고있는 자기를 느꼈다. 그는 감히 질문을 던질 수가 없었다. 무의식중에 그는 한사람 한 사람의 사정을 짐작해보고 있었다. 이 자는 실직자고…저 두 사람은 잘 데가 없는 거고… 이 사람이 바로 경찰이 찾는 사람이겠군…
늙은 할머니가 할아버지 손에 자기 손을 얹는다. 할아버지는 깜짝놀래 펄쩍뛴다.
『저기……』할머니는 입을 열었으나 그 이상 말이 없다. 또다시 두 늙은이는 깊은 침묵속에 빠져들어간다.
「공원」의 사립문이 극장문처럼 삐걱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마당에 발자욱소 리가 들리더니 문이 활짝 열린다. 잘생긴 검은 머리의 여인 얼굴에 비해 너무나 젊은 여자가 문간에 우뚝서서 불같은 눈길을 사방에 던진다.
『베르나르 신부님은?』
『미쉘을 도와주기위해 시청에 갔소. 나라도 도움이 될 수 있으면?』피에르가 대답했다.
『당신은 누구세요?』
그 자리에있던 한 소녀가 입을열었다.
『안녕하세요 뽈렛트. 베르나르 신부님과 여기 함께 계실 피에르 신부님이에요』
여자는 한참동안 그를 훑어보았다. 그녀의 눈까풀이 숨쉴 때마다 깜박인다. 관자노리도 따라 움직인다. 피에르는 그녀의 손이 떨리는 것을 보았다.
『이리오시오!』그는 팔을 잡아끌다시피 하며 명령조로 말했다.
이 영혼이 울부짖는 소리를 그는 들었다. 이 순간이 얼마나 중대한지를 그는 느낄 수 있었다. 이 여인은 지금 당장 말해야한다…. 미사드리는 방으로 여인을 인도했다. 방에 들어오자 여자가 전기스윗치를 돌렸다. 사실 피에르는 그것이 어디있는지 아직 모르고있다.
『거기 앉으시오』
『싫어요』여자가 대꾸한다.
그녀는 마치 도망이라도 가겠다는 듯이 문고리에 손을 얹은 채 서있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