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의 토착화가 요즈음 많이 논의되고 있다. 사실 가톨릭은 그 가톨릭성으로 인해 너무나 서구적이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수도생활의 토착화를 말하기엔 지금까지의 수도생활이 서구적인 것 뿐이었다 하겠다. 따라서 수도생활의 토착화를 한마디로 말하기는 어렵다.
필자는 수도회에 속한 사람으로서 우선 동료들의 의견을 모아보기로 했다.
▲토착화의 뜻=서구인들(선교사)이 가져온 가톨릭을 어떻게 우리 것으로 하느냐 하는 문제다. (물론 처음은 우리 선조가 중국서 가져왔지만) 우리의 역사와 문화ㆍ풍속등을 연구하여 올바른 인식과 지식을 가져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세대의 젊은이들은 순수한 한국고유의 것을 가려낼 줄 모르기 때문이다. 서구적 교육방법과 생활양식에 젖어온 이들은 서구적인 것이 제법 생활화 해버렸으므로 토착화란 원래 우리가 가지고 있던 다양한 풍토에 복음이란 씨앗을 그 기질에 맞도록 키우는 것이다.
▲정신과 사상=우리의 선조들은 유교나 불교에 큰 영향을 받았지만 우리세대의 젊은이들도 다 그렇다고는 할 수 없다. 즉 골수에까지 깊이 뿌리가 박혔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 그러면서도 우리의 주체성을 갖지 못한 데 고민이 있다 하겠다.
삼강오륜의 도덕적 사상의 바탕을 그리스도교적 사랑의 정신으로 승화시켜야한다. 뿐만 아니라 우리의 독특한 정서적 기질과 애정적이고 고요한 마음가짐, 우아한 태도를 지녀야겠다. 소박함, 침묵과 고요에 있어서 그 재치있고 섬세하고 영리한 여성의 감각을 살려야겠다. 그래서 좀더 동양적이고 한국맛이 풍기는 기품을 지녔으면 좋겠다. (겉꾸밈이 아닌)
너무 활달스럽다든가 지나치게 적극적이거나 논리적 이성적인 면이 두드러져서는 곤란하다. (이것은 명랑과는 다르다)
하긴 옛 아녀자들이 봉쇄생활을 통하여 얼마나 섬세하고 직감력이 발달되었으며 슬기로웠든지는 잘 알려진 사실이다. 베틀에 올라앉아 부지런히 손과 발을 놀리면서 베틀가를 읊조린다든가 논밭으로 샛밥을 지어 함지박에 이고 갈 때에 과연 그들은 무슨 생각에 잠겼을까 혹은 다소곳이 앉아 독서나 수예서도 바느질을 일삼으면서 잠기던 명상과 등잔불의 심지를 돋워가며 다듬이질을 할 때의 그 심경은…. 이러한데서 한국의 얼이, 그 기상이 깊히 새겨지지는 않았을까.
요즘은 지나치리만큼 분주히 포교사업(교육ㆍ자선ㆍ전교)에 급급하지는 않는지. 수도회의 창립목적 그 수단방법이 각기 다르더라도「수도」라는 일념은 같지 않을까. (된장찌개에서「버터」냄새가 나지는 않는지)
▲집 구조=너무 서구식이 아니면 좋겠다.
개량식 한국집이면 더욱 좋겠다. 창문, 그밖에 것들이 바람이 불 때 요란한 소리를 낸다든가 여닫는데 시끄럽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성 있게 지었으면. 그러나 각자의 수방을 온돌로 한다면 경비와 시간이 많이 들 것이니 생각해 볼 문제다.
수도회의 본질적인 의도, 그정신에 어긋나지 않는 한 국가와 국민의식이 앙양되었으면 한다. 수도원에서는 이상하리만큼 국기를 볼 수 없고 애국가는 거의 부르지않고 있으며 기껏해야 민요 몇 곡을 애창할 뿐이다.
정월초하루, 단오절, 추석, 국경일 같은 때에 좀더 여기 대한 관심을 가질 것이며 그 축일에 미사뿐 아니라 여기 맞는 기구문, 간단한 행사도 있었으면 한다.
▲풍속=고유한 것이라고 다 좋은 것이 못되니 선택여부에 고려(미신적요소) 할 것이다.
▲묵상과 염도방법=장궤, 무릎꿇이 혹 의자에 앉아서 공동으로 함도 좋겠지만 때에 따라 개인의 요구에 응하여 불교의 정좌식자세나 심호흡방법도 택했으며, 그리고 지도를 주고받는데 있어서도 즉답을 주느니 보다는 그 문제를 기구와 인내있는 수련을 통해 깨달음으로써 스스로 해결하도록 인도하는 방법도 좋으리라. 또는 계절에 따라서 적당한 자리를 골라 고요와 고독 가운데 묵상하고 토론을 가짐도 옛 선비들의 그것과 비슷함이 될 것이니까 좋겠다.
▲기도와 성무일도=모든 기도문(특수부분 제외)은 모국어로 읊어져야 한다. 기도의향은 모든 이를 포용하는 마음으로 바쳐져야 한다.
▲모범=먼저 복음의 내용을 올바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였느냐 하는 문제보다는 그 정신을 바로 알아듣고 이것을 생활화해야 할 것이다.
▲의복=현대 사회인들과 동떨어지지않도록 현대식 재단을 해야겠다.
너무 헐하거나 비싸지 않은 옷감선택. 간편, 단정, 청결한 인상을 주는 것이 좋다. 수도자들의 의복이 과히 더럽거나 낡지 않은 한 검소하고 더러는 기운 곳이 드러난대도 상관 없겠다.
결론적으로 이러한 모든 현상이 경제적 정신적 원조나 도움을 받고있는 형편에서는 어쩔 수 없으나 우리도 점차 자립적인 태도를 취해야하지 않겠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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